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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산업 위기, 첨단산업 인력 육성으로 극복” [이코노 인터뷰]

이우영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행복에도 방정식 존재해”…임직원 행복 직접 챙기는 기관장으로 평가

이우영 한국산업인력공단(HRDK) 이사장 [사진 신인섭 기자]

[대담=최은영 이코노미스트 편집국장·정리=원태영 기자]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업무 범 위가 상당히 넓은 편이다. ▲국가 공인 자격증 관리 ▲해외취 업지원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관리 ▲근로자·기업 직업 능력개발 지원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대한민 국명장’을 관리하는 업무도 맡고 있다. 아울러 산업인력공단 은 외국인 고용허가제 전담 기관이기도 하다. 올해 예산만 1조2000억원에 이른다. 


산업인력공단은 지난해 11월 이우영 전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를 제16대 이사장으로 맞이했다. 이 이사장은 한양대와 서울대에서 공학 학사와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한국기술 교육대 교수와 한국폴리텍대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또 경 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동반성장위원회, 노동부 옴부즈 만위원회 등 다양한 정부 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조직행복문화 최고실행자 조직 신설 

이 이사장은 취임사에서 공단 혁신 비전으로 ‘대한민국 일 자리 문화 선도’를 제시했다. 이를 위한 3대 전략으로 ▲일자 리 4.0 선도 ▲적시정책 지원시스템 구축 ▲평생능력개발 국 민상식 시대 정착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한민국 일 자리를 향한 길이 곧 공단을 위하는 길이라는 소신으로 정 수리에서 발바닥까지 닳아진다는 ‘마정방종’(摩頂放踵)의 각오로 이사장 직무에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월 19일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에 위치한 산업인력공단 강남지사(스마트워크센터)에서 이 이사장을 만났다. 그는 “산업인력공단 업무 범위가 생각보다 광범위해 업무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며 “직원들 역시 각자 맡은 업무 외에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직원들 의 시야를 넓히고자 ‘학습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남들에게 직업훈련을 시켜주는데, 우린 정작 안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최근 각 분야 전문가를 초청해 학습할 기회를 제공하는 미래지식포럼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이 이사장은 탁월한 업무 능력으로 유명하다. 폴리텍대는 그가 이사장을 맡고 있던 2014~2017년까지 고용노동부 주 관 기타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3년 연속 최고등급인 ‘A등급’을 받았다. 그는 조직문화 개선과 직원들의 행복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 이사장은 “행복에도 방정식이 있다”며 구글에서 신규사업개발총책임을 맡았던 모 가댓 작 가가 쓴 ‘행복을 풀다’라는 책을 추천했다. 

올해 초 산업인력공단은 구성원들이 행복한 조직을 만들 기 위해 ‘조직행복문화 최고실행자’(CHO)라는 보직을 신설 했다. 산업인력공단은 CHO를 통해 개인의 행복과 가치 충 족, 조직 발전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조직문화 개선 과 제를 발굴할 계획이다. 

이 이사장은 올해 다양한 혁신을 기반으로 산업인력공단 을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Q.공단에 가장 필요한 혁신과 2024년 공단 운영 방향성이 궁금하다. 

A.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3가지 혁신 방향으로 공단을 경영 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환경변화와 개개인성에 대응한 ‘적 시정책 지원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급격한 환경변화 에 적시(適時) 대응하기 위해서는 인간과 기계의 협업에 기 반해 간편하고(Simple), 스마트하며(Smart), 지속 가능한 (Sustainable) 혁신의 ‘3S 원칙’이 필요하다. 이를 활용한 데이터·디지털 기반 혁신을 추진할 계획이다. 두 번째는 공단 안에 자율과 책임에 기반한 ‘포용적인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의 저자이자 구글의 전 최 고경영자(CEO)였던 에릭 슈밋은 구글의 핵심이 ‘전문성’과 ‘창의력’이라며, 조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구성원 개개인의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단에도 이를 도입해, 문화로 정착시켜 나갈 계획이다. 세 번째는 공단을 소통과 참여 공간으로 혁 신하는 것이다. ‘전방위 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하고 민간단 체·연구기관 등 외부 전문가를 옴부즈맨으로 위촉해 주기적 으로 성과를 점검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공단을 인적자 원개발(HRD) 사업을 위한 소통의 장으로 만들 것이다. 

‘능력개발전담주치의’로 훈련 참여 기업 수 20만개로 확대 

Q.‘능력개발전담주치의’를 통해 훈련 여건이 어려운 중소 기업의 ‘인적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있는데. 

A.‘능력개발전담주치의’는 훈련이 필요하지만, 정보 부족 등 으로 막막한 중소기업의 상황을 진단하고 적합한 훈련 과정 을 추천해 직업훈련에 쉽게 참여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공단은 능력개발전담주치의의 활동을 통해 2022년 전체 고 용보험에 가입한 중소기업 중 약 5.9%(15만 개) 수준이었던 훈련 참여 기업 수를 2026년까지 20만 개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3년 전국 9000개 기업에 훈련 사업을 매칭·추천하는 ‘훈련추천 인공지능’(AI)를 도입해 기업정보, 훈련 이력 등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중소기업에 ‘HRD 기초진 단 컨설팅’을 실시했다. 컨설팅을 받은 기업 중 28.7%(2648 개)가 스스로 훈련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고 정부 지원 훈 련에 참여했다. 외부 전문교육기관의 훈련 과정으로 연결 한 것까지 포함하면 컨설팅을 받은 기업 3곳 중 2곳(61.6%, 5682개)은 기업 직업훈련에 참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Q.사업주의 훈련 참여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는 게 있나. 

A. 많은 중소기업이 실제 훈련이 필요하더라도 까다로운 요 건과 비용 부담으로 훈련 참여를 어려워한다. 이에 공단은 ‘3대 규제혁신 사업’으로 ‘기업직업훈련카드’와 ‘패키지구독 형 원격훈련’, ‘자체훈련 탄력운영제’를 도입해 훈련 제도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기업직업훈련카드는 기업규모에 따라 최소 500만원부터 최대 납부한 고용보험료의 240%에 해 당하는 금액을 ‘훈련바우처’로 지급해 다양한 훈련콘텐츠 를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패키지구독형 원 격훈련은 기업이 훈련기관과 다양한 훈련 과정을 묶음 계약 하고, 근로자가 자유롭게 훈련 과정을 선택해 수강할 수 있 도록 개선했다. 직업훈련 수강방식을 온라인동영상서비스 (OTT) 플랫폼 ‘넷플릭스’처럼 원하는 콘텐츠만 골라 볼 수 있도록 개선했다. 자체 훈련 탄력운영제는 기존 과정기반의 지원에서 기업 단위 훈련지원으로 바꿔 훈련 운영의 자율성 을 대폭 부여하는 제도다. 기존 자체훈련 대비 행정절차를 7 단계에서 3단계로 간소화해 새로운 훈련 트렌드를 반영할 수 있게 했다. 
이우영 한국산업인력공단(HRDK) 이사장 [사진 신인섭 기자]

Q.반도체 인력난 등 첨단산업 인력양성이 시급한데. 

A.공단은 일학습병행 ‘첨단산업 아카데미’로 미래 인재 양 성과 국가인적자원개발컨소시엄 ‘첨단형 공동훈련센터’로 첨단산업의 체계적인 훈련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반도체, 바 이오 등 첨단산업 분야 전문인력 수요 증가에 대응해 작년 부터 일학습병행 ‘첨단산업 아카데미‘ 사업을 시작했다. 첨 단분야 훈련 전문성을 보유한 19개 대학을 첨단산업 아카 데미로 선정해 저변을 확대했다. 이를 통해 550여 개 기업 1500여 명을 미래인재로 육성하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 등 5개 기관을 ‘첨단산업 공동훈련센터’로 신규 선정해 운영 중 이다. 공단은 앞으로 첨단산업 분야 훈련 거점을 확대해 전 문인력 수요 증가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외국인 근로자 16만여 명 도입 준비로 분주 

Q.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있나. 

A.최근 저탄소·디지털 전환 등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현장 훈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공단에서는 K-디지털 플랫폼과 산업전환 공동훈련센터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산업인력공단이 추진하고 있는 K-디지털 플랫폼 사업은 디 지털 분야 훈련에 관심 있는 중소기업 근로자나 취업준비생 등에게 디지털 융합훈련과 구직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 마 련됐다. 지난해 SK텔레콤 등 15개소를 신규 도입하는 등 총 35개 K-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5만여 명에게 디지털 융합 훈 련을 제공했다. 

산업전환 공동훈련센터는 대기업 등의 우수한 인프라를 활용해 동종업계 중소기업 근로자를 대상으로 직무 전환훈련을 제공하는 대·중소기업 상생형 공동 훈련모델이다. 지난 해 현대중공업 등 신규 5개소를 포함해 5개 분야 20개소를 구축했다. 2만여 개 기업 1만여 명을 대상으로 현장 맞춤형 직무훈련을 제공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 이사장은 “산업 구조 변화를 이끄는 업종별 선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매년 5개소씩 공동훈련센터를 추가 발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업인력공단의 중요 역할 중 하나가 외국인력의 고용허 가제를 전담하는 것이다. 외국인 근로자의 선발부터 귀국 지 원까지 전 과정의 업무를 공단이 맡고 있다. 정부는 올해 외 국인력 16만명 도입을 밝히면서 공단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지난 2004년 고용허가제가 도입된 후 지금까지 96만여 명의 외국인이 한국에 취업했다. 이 이사장은 “올해 한국어 능력시험 등 선발시험을 신속 시행해 입국 가능한 예비 인력 풀을 조기에 확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Q.올해 정부는 외국인력 16만여 명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공단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A.정부 부처 및 16개 송출국 행정기관과 적극적으로 협업 해 비자 발급을 위한 행정절차 신속 처리 및 항공편 확보 등 국내·외 입국 관련 장애요인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아울러 입국 후 3개월 이내의 외국인 근로자와 사업주 를 대상으로 사업장 적응 여부와 근무 환경 등을 전수 모니터링하며, 외국인 근로자의 언어적 차이에 따른 애로사항 해소를 위해 공단 지부·지사에서 전화 또는 방문을 통한 통· 번역 등 언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 7월부 터 고용허가제 공식 유튜브 채널(‘EPS 고용허가제’)을 개설 해 고용허가제 안내 및 한국 체류에 필요한 기초 정보를 17개 언어로 제공하며 외국인 근로자의 필수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공단은 외국인 근로자의 입국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비자 발급 정보 연계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대표적이다. 외국인 근로자의 비자 발급 및 입국 절차를 원스톱으로 안내해 정보 접근성을 높였다. 국내 체류 기간이 끝나는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훈련도 마련했다. ‘귀국예정자 재정착 지원 교육 훈련’으로 귀국 후 창업과 재취업을 위한 역량 개발을 지원하는 것이다. 

2024년에 바뀌는 것도 있다. 신규 외국인력 고용 허용 업 종에 음식업·임업·광업 등이 추가될 예정이다. 이 이사장은 “추가된 허용 업종의 현장 관계자 등에게 의견수렴을 해서 업 종별 특성에 맞는 선발 방식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Q.올해 17번째 고용허가제 송출국으로 타지키스탄이 추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 

A.맞다. 타지키스탄과 한국 정부 간 양해각서(MOU) 체결 을 했고, 이에 공단은 업무위탁협약(SCA)을 체결하고 안정 적 사업수행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공단은 뿌리산업 등 ‘숙련인력’ 수요 증가에 따라 외국인 근로자의 직무역량 강 화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송출국 현지에서 주조, 금형 등 훈련(2개월) 후 선발시험에 합격한 구직자는 뿌리 산업에 우선 알선하고(2024년 목표 600명) 입국 후에도 조 선업 등 뿌리산업 관련 ‘컨소시엄 E-9 특화훈련’(2024년 목 표 4000명)과 ‘E-9 재직자 훈련’(2024년 목표 1400명) 등을 확대해 외국인력을 숙련근로자로 성장시켜 나갈 것이다. 

Q.인력 활용이 중요한 시대다. 기업 CEO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A.지난 1월 12일 막을 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 시회 CES 2024에 참석한 국내외 주요 기업 CEO들은 ‘AI 일상화’를 올해 최우선 경영 전략으로 내걸었다. AI의 일상 화는 ‘초개인화’ 서비스의 제공을 의미하며, 기술 발전은 우 리가 인지하는 것보다 빠르게 우리의 삶을 바꾸고 있다. 이 런 급격한 환경변화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적시 필요한 교육· 훈련을 받고, 학습하는 태도가 필수다. 기업의 CEO는 누구 보다 변화를 가장 민감하게 알아차리고, 적시(適時)에 대처 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현장에 필요 한 직무능력을 도출하고, 꾸준한 연구개발(R&D)로 지속적인 ‘훈련’과 ‘투자’가 이어진다면, 변화를 주도하는 ‘글로벌 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 그것이 곧 국가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 이사장은 인터뷰 내내 ‘행복’과 ‘동행’을 강조했다. 산업 인력공단이 맡고 있는 다양한 역할의 중심은 기업 구성원의 행복이라는 것이다. 이 이사장은 “이를 위해 공단은 기업 CEO들과 동행하며 생애 주기 전반에 걸친 ‘평생직업능력개발’이 국민 ‘상식’이 되는 시대를 만들 것”이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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