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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에서 삼성전자로…‘인공지능 혁신’ 주도권 이동

[온 디바이스 AI 시대 온다]①
삼성전자, 갤럭시 S24 시리즈 출시…‘온 디바이스 AI’ 2024년 IT 최대 화두로
삼성 ‘갤럭시 AI’로 침체한 스마트폰 시장 활기…애플·화웨이·샤오미 참전 임박

“기계도 생각할 수 있는가?”(Can machines think?) 영국 수학자 앨런 튜닝은 1950년 10월 1일 국제 학술지 옥스퍼드에 게재한 논문 ‘계산 기계와 지능’(Computing Machinery and Intelligence)의 첫 문장을 이렇게 썼다. 그가 제시한 개념은 후대에 ‘인간이 만든 지능’(Artificial Intelligence·AI·인공지능)으로 정립됐다. 2016년 3월, 이세돌 9단은 구글 딥마인드 ‘알파고’와 7일간 이뤄진 대국에서 4번을 지고 단 한 번 이겼다. 바둑에서 둘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우주 전체 원자 수보다 많다. ‘기계의 승리’에 세간이 들썩인 이유다. 2022년 12월 1일 오픈AI의 챗GPT가 어쩌면 인간보다 유려한 문장을 생성해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삼성전자는 2024년 1월 18일 세계 첫 AI 스마트폰을 공개했다.

인류가 ‘생각하는 기계’를 상상한 지 100년도 안 돼 적어도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는’ 서비스가 나왔다. 이는 현대인의 손을 점령한 스마트폰에 안착했다. 작게는 글로벌 스마트 기기 시장이, 크게는 전 인류의 일상이 변화하리라는 기대가 나온다. 미국 빅테크가 주도했던 AI 혁신에 삼성전자는 새로운 점을 찍어 냈다. ‘이코노미스트’가 2024년 개막한 ‘온 디바이스 AI’(On-Device AI) 시대에 주목한 이유다. [편집자 주]

프랑스 파리 웨스트필드 쇼핑몰에 마련된 ‘갤럭시 S24 시리즈’ 체험 공간에서 현지 소비자들이 기기를 사용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인공지능(AI)이 점차 일상으로 파고들고 있다. 2023년까지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최대 화두가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이었다면, 2024년 초 가장 뜨거운 주제로 부상한 기술은 단연 ‘온 디바이스 AI’(On-Device AI)다.

유려한 문장을 써내는 AI와 대화하며 정보를 요약해 볼 수 있고, 창작에 도움을 받는 일도 가능하다. 원하는 바를 입력하면 이에 맞는 그림도 그려준다. 번역 역시 자연스럽다. 이 같은 기능을 통해 업무 생산성을 높이려는 시도도 활발하다.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제공되는 이런 온라인 AI 서비스가 어느덧 기기로 들어오고 있다. ‘연구 단계’에 그쳤던 AI를 일상으로 끌고 들어오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기업으론 오픈AI(Open AI)와 삼성전자가 꼽힌다.

미국 기업 오픈AI는 한국시간으로 2022년 12월 1일 챗GPT(Chat GPT)를 출시하며 ‘생성형 AI’ 시대를 열었다. 국내 최대 기업 삼성전자는 세계 첫 AI 스마트폰으로 불리는 ‘갤럭시 S24 시리즈’를 지난 1월 18일 공개하며 ‘온 디바이스 AI’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생성형 AI 서비스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챗봇은 온라인을 전제로 한다. 모바일·PC 등에서 수집된 정보를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해 분석하고, 다시 기기로 보내는 식이다. 반면 온 디바이스 AI는 정보를 서버로 보내는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기기 자체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연산한다는 특징을 지닌다. 단말 내부에서 정보를 처리해 저지연 작업에 유리하단 의미다. 또 정보 이동이 없어 보안 측면에서도 강점을 지닌다. 인터넷 연결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실시간 번역’ 등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24 시리즈에 ▲서버 연결 없이도 13개 언어를 지원하는 ‘실시간 통역 통화’(AI Live Translate Call) ▲구글과 협업해 화면에 동그라미를 그리면 곧장 정보가 튀어나오는 ‘서클 투 서치’(Circle to Search) 등 다양한 신규 AI 기능을 마련했다.
갤럭시 S24 울트라의 실시간 통역 기능으로 레스토랑에 전화 예약하는 화면 예시. [영상 삼성전자]

삼성이 연 새 시대…애플 합류 임박

오픈AI는 초대규모 AI(Hyperscale AI) 혹은 대형언어모델(LLM·Large language model)로 불리는 기반인프라를 통해 챗GPT를 구현했다. 챗GPT 출시 당시 GPT-3.5 모델을 적용했고, 유료 서비스는 현재 기존 대비 기능이 대폭 고도화된 GPT-4 모델로 구동된다. 챗GPT 등장 후 구글·아마존·메타 등 미국 빅테크는 곧장 GPT-4와 같은 신규 모델을 마련했다. 화웨이·바이두·텐센트 등 중국 빅테크 역시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경우 지난해 1월 오픈AI에 1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며 협력관계를 구축, 자사 검색 엔진 ‘빙’ 등에 생성형 AI 기술을 탑재하기 시작했다. 챗GPT가 출시 불과 두 달 만에 월간활성이용자수(MAU) 1억명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자 이에 대응해 신규 서비스를 내놓은 셈이다.

네이버·LG·엔씨소프트·SKT·KT 등 국내 기업들도 2023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신규 모델을 순차 공개, 거세진 생성형 AI 서비스 경쟁에 참전을 알렸다. 오픈AI는 물론 구글·MS 등이 생성형 AI 서비스를 무기로 국내 시장 확대를 노리자 ‘한국 특화’ 기능을 마련하며 방어에 나선 모습을 보였다.

오픈AI가 본격적으로 상용화한 생성형 AI 분야는 이같이 국내외 빅테크의 참전으로 시장이 대폭 커졌다. 이 같은 현상이 삼성전자가 개막을 알린 ‘온 디바이스 AI’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단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S24 시리즈를 내놓자, 애플 역시 연내 ‘온 디바이스 AI’ 스마트폰을 출시할 수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IT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가을 아이폰 16 시리즈를 출시하며 새 운영체제(OS) iOS 18을 공개할 전망이다. 해당 OS에서 구현될 생성형 AI 기능 다수가 기기 자체적으로 구동될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샤오미 등 중국 주요 제조사도 ‘온 디바이스 AI’ 스마트폰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화웨이의 경우 지난해 메이트60 프로를 출시하며 3년 만에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 복귀한 바 있다.
챗GPT 사용 화면과 오픈AI 로고. [사진 AP/연합뉴스]

대동소이한 스마트폰, AI로 변화

‘생성형 AI’ 시대를 연 오픈AI와 ‘온 디바이스 AI’ 상용화를 시작한 삼성전자 모두 특별히 새로운 기술을 들고나온 건 아니다. 그간 연구되던 다양한 AI 기술을 최적화해 상용화에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AI 분야 한 교수는 “구글 딥마인드가 ‘알파고’로 이세돌 9단을 꺾었던 때가 2016년임을 상기해 보면 생성형·온 디바이스 AI 기술 자체는 특별히 새로운 게 아니다”며 “챗GPT나 갤럭시 S24 시리즈 전에도 학계에선 다양한 종류의 AI 기술이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전자와 오픈AI가 그런데도 특별하다고 평가되는 이유는 학술적으로 논의되던 기능을 상용 서비스로 구현했다는 점이다”며 “AI를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일상을 바꾸며 시대 변화를 이끄는 선두 기업에 올라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술의 발전은 자본 투자를 전제로 하는 경우가 많다. 삼성전자와 오픈AI가 AI를 기반으로 신규 시장을 열었고, 여기에 다양한 빅테크가 참전하며 기술 발전의 촉진제가 되고 있단 견해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S24 시리즈를 통해 온 디바이스 AI 시대를 열자, 침체했던 스마트폰 시장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마련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애플이 2007년 아이폰을 출시한 뒤로 꾸준히 성장해 온 스마트폰 시장은 현재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시장조사기업 카날리스에 따르면 2023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11억4200만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11년 만에 가장 낮은 출하량이다. 2022년에도 전년 대비 12% 감소한 11억9330만대를 기록했는데, 2023년에는 이보다 시장이 더 위축한 모습을 보였다.

2017년까지만 하더라도 출하량이 14억대 수준을 기록할 정도로 활황이던 스마트폰 시장이 최근 둔화 기조를 보이는 배경으론 ▲글로벌 경기 위축 ▲교체 주기 장기화 등이 꼽힌다.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신규 스마트폰을 살만한 수요 창출이 더욱 어려워졌단 의미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평균 스마트폰 교체 주기는 역대 최장인 43개월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온 디바이스 AI’ 스마트폰이 신규 성장 동력이 되리란 기대가 나온다. 카날리스는 갤럭시 S24 시리즈 출시 후 2024년 스마트폰 출하량 예상치를 당초 수치보다 4% 증가한 약 11억7000만대로 제시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기능이 대동소이해지면서 신제품 효과가 점차 떨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야 수요를 끌어올릴 수 있는데, AI만큼 확실한 전략은 없다고 여겨진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시장의 신규 수요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기능을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마련했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선점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2010년 이후로 줄곧 유지했던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지난해 애플에 내준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스마트폰 2억3460만대(20.1%)를 출하한 반면 삼성전자는 2억2660만대(19.4%)에 그쳤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세계 첫 AI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반등에 성공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AI 스마트폰 출하량이 올해 4700만대에서 2027년 5억2200만대로 10배가량 성장하리라고 봤다. 삼성전자가 2025년까지 이 사장을 절반 정도 차지할 수 있으리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소비자의 긍정적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 25일까지 일주일간 진행된 국내 갤럭시 S24 시리즈의 사전 판매 기록은 121만대로 나타났다. 그간 출시된 어떤 모델보다 높은 성적이다. 소비자 리뷰 데이터 분석업체 퍼펙트렉 조사에서도 10명 중 9명이 최고점(기본 91%, 플러스 84%, 울트라 88%)을 부여했다. 이 조사에서 갤럭시가 아이폰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이폰 15 시리즈의 고객 만족도 만점 비율은 74~77% 수준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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