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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일로’ 홈쇼핑업계…불황 속 돌파구는

[위기의 홈쇼핑] ②
모바일 강화 및 판매채널 다각화 전략
라방·숏폼 등 탈TV 전략 성과…다양한 시도 계속

현대홈쇼핑 콘텐츠 커머스 ‘앞광고제작소’ 5차 방송 화면 캡처. [사진 현대홈쇼핑]
[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TV홈쇼핑업계가 지난해 허리띠를 졸라매며 수익성 개선에 안간힘을 썼지만 일제히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시청자 수 감소와 높은 송출수수료라는 이중고를 겪으며 실적도 매년 역성장해 구조적 불황이 심화하는 모습이다. 

홈쇼핑업계는 사업구조 변화 및 경쟁력 강화가 절실하다고 보고 있다. TV 방송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동시에 모바일 전환 가속화에 총력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이에 업계는 TV와 모바일 간 연계 및 라이브 커머스를 강화하고 최근 유행하고 있는 숏폼 콘텐츠에 대한 투자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선다. 악화일로를 걷는 홈쇼핑 업계가 불황 속에서도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시청자 줄고 수수료 늘고 ‘이중고’

업계에 따르면 CJ온스타일·GS샵·현대홈쇼핑·롯데홈쇼핑 등 TV홈쇼핑업체 실적은 매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가운데 송출수수료는 매년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송출수수료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에 걸쳐 매년 평균 8.2% 인상돼 왔다.

TV홈쇼핑 채널 매출액도 매년 하락세다. TV홈쇼핑사 7곳(GS샵·롯데홈쇼핑·CJ온스타일·현대홈쇼핑·NS홈쇼핑·홈앤쇼핑·공영쇼핑)의 방송 매출액 추이를 보면 2019년 3조1462억원, 2020년 3조903억원, 2021년 3조115억원, 2022년 2조8998억원으로 매년 감소했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TV홈쇼핑 메이저 4사의 매출·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했고, 데이터홈쇼핑 5개사도 사상 첫 매출 역신장을 기록했다”며 “TV를 필수매체로 인식하고 사용하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송출수수료가 계속 증가해 고객은 줄고 비용은 높아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홈쇼핑업계는 우선적으로 자발적인 허리띠 졸라매기에 안간힘을 썼다. 희망퇴직을 비롯한 구조조정과 성과급 축소 등 비용 절감을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업황 부진 속 직원 독려 차원에서 올해 성과급을 전년보다 더 준 CJ온스타일을 제외하고 나머지 3사는 성과급을 삭감하거나 지급하지 않았다.

현대홈쇼핑은 기본급 100% 수준이던 성과급을 70%로 결정해 지급했고, GS샵은 성과급 전체 재원 규모를 전년 대비 70%가량 줄였다. 롯데홈쇼핑은 성과급 미지급을 결정했다.

생존전략 찾기 안간힘

업계는 TV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채널 다각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예능 연계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과 함께 모바일 채널 강화에도 나서며 채널 다각화에 집중한다. 

CJ온스타일은 ‘원플랫폼’ 조직을 신설해 TV와 T커머스, 모바일라이브커머스, 유튜브 채널별로 맞춤형 제품과 판매 전략을 내놓고 있다. 실제 원플랫폼 캠페인에 참여한 80여개 주요 브랜드의 지난해 매출을 분석한 결과, 2022년 대비 200억원 이상의 취급고 브랜드가 8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성과를 기반으로 이를 발전시킨 모바일 중심의 ‘원플랫폼 2.0’ 전략을 실행해 나갈 방침이다. CJ온스타일 관계자는 “원플랫폼에 참여한 브랜드들이 TV홈쇼핑 보다 더 큰 매출 효과를 낼 수 있고, 고객들은 새로운 브랜드 경험을 할 수 있는 점이 차별화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최근 롯데홈쇼핑은 TV홈쇼핑에 국한하지 않고 유튜브, SNS 등으로 판매채널을 다각화하는 ‘멀티채널 상품 프로바이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핵심 쇼핑 채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라이브 커머스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외부 플랫폼으로 송출을 확대하고 있다. 
GS샵 숏폼 콘텐츠 서비스 ‘숏픽’. [사진 GS리테일]

GS샵은 지난해 12월 업계 최초로 숏폼 콘텐츠 서비스 ‘숏픽’을 선보였다. 숏픽은 GS샵이 보유한 TV홈쇼핑·데이터 홈쇼핑·라이브 커머스 채널에서 송출된 상품 판매 영상을 1분 내외로 편집해 보여주는 숏폼 콘텐츠다. 유의미한 성과도 냈다. 지난달 21일 진행된 ‘로보락 S7 울트라 맥스’ 방송은 약 1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현대홈쇼핑은 모바일 라이브커머스 채널 ‘쇼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프리미엄 제품군 확대 및 최신 인공지능(AI) 기술 적용 등에 역량을 쏟을 방침이다.

모바일 플랫폼 성장과 함께 덩치를 키운 이커머스도 홈쇼핑업계의 큰 위협 요인이다. 이미 많은 소비자들이 이커머스로 옮겨간 상황에서 홈쇼핑 시장이 다시 회복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업계는 ‘탈TV’를 강조하면서도 TV와 모바일 두 채널 간 시너지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홈쇼핑업체가 TV가 아닌 온라인에서 상품을 팔면 그게 바로 이커머스다”라며 “다만 기존 오픈마켓 사업자들과 경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TV홈쇼핑으로 축적해 온 경쟁력을 모바일로 합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모바일에서 TV홈쇼핑을 경험할 수 있게 하고, TV홈쇼핑에서는 모바일을 경험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통업이란 관점에서 TV홈쇼핑의 주인공도 결국 ‘상품’이다. 포화상태인 유통 시장에서 어디서나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결국 가격경쟁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결국 다른 채널에서는 만날 수 없는 차별화된 자체브랜드(PB) 확보가 중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업계는 단독 상품 판매를 넘어 해외 브랜드의 국내 판권 독점 확보에 나서는 등 차별화를 통해 살길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진행된 GS샵 ‘마녀공장 갈라토믹 에센스’ 론칭 방송. [사진 GS리테일]

지난 2월 론칭한 ‘코어 어센틱’은 GS샵이 2년 만에 새롭게 내놓은 단독 패션 브랜드다. 론칭 방송 70분간 약 3만 건의 주문이 몰리며 목표 대비 약 300%에 가까운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 3월 TV홈쇼핑 단독으로 론칭한 마녀공장 신제품은 16일, 24일 방송에서 동시간대 평균 매출 대비 160%, 110%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GS샵 관계자는 “마녀공장을 통해 고객 연령층을 낮추는 효과를 봤다”며 “3050세대가 전체 주문 고객의 90%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현대홈쇼핑은 지난달 20일 ‘시슬리’와 협업해 단독 기획한 카디건 세트 등 신상품 9종을 판매했고, 1991년 설립된 유명 이탈리아 브랜드 ‘프리마클레쎄’는 독점 라이선스와 수입권을 확보해 지난해 초부터 상품 기획 협업에 들어갔다.

CJ온스타일은 해외 브랜드 사업을 위해 자회사 브랜드웍스코리아를 설립했다. 대표적으로 컴포트 슈즈 브랜드 락포트, 미국 클래식 패션 브랜드 브룩스 브라더스, 세라믹 브랜드 오덴세의 국내 판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수익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롯데홈쇼핑은 최근 이탈리아 비건 패션 브랜드 ‘우프웨어’와 프랑스 패션 시계 브랜드 ‘랩스’의 국내 단독 판권을 확보했다.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 업체들의 다양한 시도들이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지만 구조적인 문제가 일시에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과거 카드 사태, 서브프라임 등 경제가 어려웠을 때 시장 변화에 맞는 시도들로 위기를 극복한 저력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각 사의 새로운 시도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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