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기차가 어둠을 뚫고서 은하수를 건너면~”[E-트래블]

레일바이크부터 천문대까지, 다양한 볼거리 가득
매년 봄마다 ‘곡성 세계 장미꽃 축제’ 열려…전 세계 대표 품종들로 구성


[강석봉 스포츠경향 여행기자] 철이와 메텔은 은하수를 건널 때, ‘은하철도999’를 탄다. 우리는 시간을 건널 때, 곡성 증기기관차를 탄다. 은하철도가 안드로메다를 향했듯, 증기기관차는 레트로를 향한다. 두 기차가 향한 곳은 결국 꿈이다. 판박이처럼 닮은 은하철도와 증기기관차는 철이와 우리의 꿈을 싣고 기적을 울린다. 그 기적이 머문 곳, 곡성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몹시 중헌’ 여행 포인트.

기차도 기차고 마을도 기차고…섬진강 기차마을

기차마을이 꾸며진 곳은 구 곡성역이다. 정규 기차는 끊겼지만, 발길은 끊임없다. 꼭 25년 전인 1999년 4월 섬진강 나들이 관광열차 행사가 생기면서 이름도 야속한(?) 고달면 가정리가 관광명소로 부활했다. 

구 곡성역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도 등장한 1930년대 표준형 역사로 원형이 잘 보존돼 있어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역사 옆에는 1960~1970년대 거리를 재현한 공간과 벽화골목이 있어 섬진강기차마을 관람에 앞서 에피타이저로 여행의 기대를 살리기에 더없이 좋다.

복원된 증기기관차는 구 곡성역과 가정역까지 10㎞ 구간을 오가며 웃음꽃을 실어 나른다. 기차 안에서는 이벤트도 곧잘 열린다. 이 길은 자동찻길(국도 17호)과 기찻길(전라선), 강(섬진강)이 3선을 이룬 진풍경으로 호남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꼽힌다. 여기에 강을 따라 조성된 길은 강 쪽으로 자전거길도 있다. 

섬진강에 봄이 오면 곡성 섬진강 변을 따라 17번 국도 5㎞ 길이의 붉은 철쭉 길이 생긴다. 봄철 2주가량 즐길 수 있는 ‘희귀템’이기도 하다. 

주변에 섬진강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고 철쭉꽃 사이로 나 있는 오솔길을 따라가면 섬진강 변 철쭉 길과 섬진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가 있다. 도보는 편도 약 1시간 소요된다.

섬진강 철쭉 길에서 곡성역 방면으로 뚝방마켓과 기차마을, 곡성기차마을 전통시장이 차량 이동 10분, 약 3.2㎞ 거리에 있다. 반대 방향으로는 침곡역과 가정역까지 연결되어 섬진강 변 유원지를 함께 둘러볼 수 있다. 철쭉 길이 시작되는 지점에 침실습지도 있다.



발길 의지한 레일바이크, 낮은 곳 임한 섬진강 천문대

섬진강 레일바이크는 가정역에서 출발해 봉조 반환점을 순환하는 약 3.6㎞ 코스로 약 3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남녀노소 누구나 어렵지 않게 탑승할 수 있어 아이들과 함께 추억을 만들기에 좋다. 좌측으로는 섬진강이 친구처럼 동반한다. 반환점을 돌아 오르막 구간을 만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견인 장치가 있어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다.

레일바이크를 타다 보면 강 건너 곡성섬진강천문대를 만날 수 있다. 고산 준봉에 있는 천문대는 봤어도 강가에 뿌리내린 천문대는 처음이다. 천문대는 분명 맞다.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제작한 600㎜ 천체망원경과 다양한 망원경들이 설치되어 있다.

주 관측실, 보조 관측실, 천체투영실 4D&VR 융합상영관, 어린이 체험전시관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 별을 관찰하고 우주여행에 대한 꿈과 미래를 찾는 사람들에게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아무리 그래도 옆집과 어깨를 나란히 한 천문대는 천문 관측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접근성이 좋다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가로등에 갓을 씌워 빛이 위로 향하지 않도록 했고 천문 관측 시간대에는 도로를 지나는 차들이 자발적으로 헤드라이트를 끄고 지나가기도 한다.

‘눈 호강’ 장미공원, ‘몸 호강’ 치유의 숲…‘곡성’에 K-컬처까지



매년 봄이면 ‘곡성 세계 장미꽃 축제’가 열린다. 장미공원은 섬진강 기차마을 단지 내에 있다. 4만㎡ 부지에 1004개 품종의 장미 3만8000주를 심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장미를 품었다. 독일의 코르테스, 프랑스의 메이앙, 영국의 데이비스 오스틴·하크니스 등 각 나라를 대표하는 품종들로 구성되어 있다. 장미로 이뤄진 미로공원, 장미 터널이 눈길을 끈다. 곡성 버스터미널에서 2.1㎞ 떨어져 있어 도보로 20여 분이면 닿는다.

국립곡성치유의 숲은 전라남북도의 경계를 이루는 섬진강과 청계동 계곡의 풍경이 일품인 동악산이 위치해 있다. 솔바람, 폭포 등 다양한 산림환경이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한다. 이곳은 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산림치유 활동을 할 수 있는 숲속 공간으로, 무장애 트레킹은 물론 족욕과 아로마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곡성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은 영화 ‘곡성’ 촬영장이다. 최근 영화 ‘파묘’의 인기로 재조명되고 있는 오컬트 장르 영화로 마술, 악령, 영혼, 사후 세계를 다뤘다. 이 영화를 연출한 나홍진 감독의 외가가 곡성이라, 이곳에서 경험한 장례식 등 풍습이 영화에 영감을 줬다. 실제도 ‘곡성’의 촬영도 적지 않은 분량을 이곳에서 찍었다.

석곡면 여운마을에는 영화 ‘곡성’에 등장했던 ‘외지인의 집’이 있다. 주인공 종구가 집을 부수며 이 마을을 떠나라고 외치던 외지인의 집은 마을 끝 쪽 마지막 집이다. 또한 이곳에서 석곡공용터미널 방향으로 15분 정도 차로 이동하면 석곡초등학교가 나온다. 석곡초등학교 앞에는 종구가 딸 효진에게 머리핀을 사줬던 청림문구사가 있다.



역사 방증 ‘심청’…“너 진정, 청이더냐?”

곡성에 효녀 심청이 있다? 관음사 창건 설화에는 고대소설 ‘심청전’의 원형으로 추정되는 효녀 원홍장의 이야기가 나온다. 

‘성덕산 관음사 사적기’에는 백제 분서왕 3년, 장님 아버지를 둔 원홍장이 진나라의 황후가 되어 보낸 금동관음보살상을 성덕 보살이 낙안포에서 모셔다가 절을 짓고, 관음사라 불렀다고 기록돼 있다. 이 사적기는 1729년 관음사에서 간행한 목판본으로 현재 순천 송광사에 보관 중이다. 사적기에 따르면, 옛날 충청도 대흥 땅에 앞을 못 보는 원량이 살았다. 그에게는 홍장이라는 예쁘고 효성이 지극한 딸이 있었다. 어느 날 원량이 길을 가다 승려 성공을 만났는데, 승려는 부처님의 계시라며 원량에게 시주를 부탁했다. 

가난한 아버지를 위해 홍장이 스님을 따라나섰다가 진나라의 사신 일행을 만나 예물로 가져온 금은보화를 불사에 바치고, 진나라로 건너가 황후가 되었다. 원량은 딸과 이별할 때 많은 눈물을 흘려 눈을 뜨고 95세까지 복을 누렸으며, 성공 스님은 홍장에게 받은 예물로 불사를 마쳤다고 전해진다. 심청이 왕후가 되고 앞 못 보는 아버지가 눈을 뜨는 드라마틱한 내용이 ‘원홍장 이야기’와 닮았다. 

곡성읍 서쪽 오산면 선세리에 심청 설화의 원류인 관음사가 있다면, 오곡면 송정리 옛 송정마을 터에는 ‘심청전’을 토대로 한 심청 한옥마을이 있다. 처음에는 심청 이야기마을이라고 불리다가 심청 한옥마을로 바뀌었다. 곤방산 산비탈을 따라 1.5㎞ 올라가면 해발 300m 정도 되는 산자락 아래 한옥이 옹기종기 모인 마을이다. 



오산면 사거리 심청 체육공원에서 관음사까지 이어지는 심청 효행길(13.5㎞)을 걸어도 좋다. 오산면사무소에서 심청 효심의 동산, 심청 효문화센터를 지나 관음사까지 연결되며 1코스 심청이길, 2코스 젖동냥길, 3코스 삼백석길, 4코스 연꽃길로 나뉜다. 

선세리에서 관음사로 들어가는 길은 짧은 포장도로도 있지만, 숲이 울창한 오솔길이 운치 있다. 초록 숲길을 따라 폭신한 풀밭을 걸으며 소박하게 핀 야생화를 구경하다 보면 관음사로 들어서는 일주문이 보인다. 

심청 효심의 동산은 ‘심청전’을 모티프로 조성되었다. 2000년 심청 설화 인물과 관련해 장승 20여 기와 원두막, 돛배 등을 설치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대부분 소실되고 울창한 동산만 남았다.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팔각정이 나오는데, 심청 주막골과 오산면의 전경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관광 콘텐츠 된 설화, 청정환경 기적 이룬 고사

곡성에는 설화가 차고 넘친다. 심청전 외에도 도깨비살에 관한 이야기도 효심에 관한 이야기다. 주인공은 마천목으로, 그는 조선 태조 때 제2차 왕자의 난을 평정한 장군이다. 조선 개국과 정란공신인 마천목 장군은 선대에 장흥에서 이곳으로 이주했다. 

어린 마천목은 병에 걸린 어머니를 위해 섬진강에 물고기를 잡으러 왔다가 푸른빛이 도는 돌을 주웠다. 그날 밤, 도깨비들이 몰려와 두목을 돌려주면 무엇이든지 하겠다고 했다. 그 돌이 바로 도깨비들의 두목이었다. 마천목은 어살을 만들어달라고 했고, 마침내 물고기를 잡을 수 있었다.

강 건너편엔 한 손에 긴 창을, 다른 손에 도끼를 치켜든 도깨비 천왕상이 서 있다. 동상 뒤편 숲속엔 다양한 모습의 도깨비를 만날 수 있는 도깨비마을이 있다. 이 마을은 우리나라 도깨비를 문화, 예술, 관광 등으로 콘텐츠화했다. 아이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끝없이 펼쳐 볼 수 있는 곳이다. 인형극뿐만 아니라 동요를 짓는 등 체험학습과 강의가 펼쳐진다.

요즘 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의 주역인 강감찬 장군에 대한 고사도 전해진다. 섬진강과 보성강이 합류한 기점인 압록유원지에는 ‘모기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강감찬 장군이 어머니를 모시고 여행하다 이곳 압록유원지에서 노숙했는데 모기떼 극성을 부렸나 보다. 이 때문에 어머니가 잠을 청하지 못하자, 강감찬 장군이 고함을 질러 모기의 입을 봉했다고 한다. 그 이후 이곳은 다른 지역에 비해 여름 모기가 거의 없다고 한다. 강감찬 장군의 ‘진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 모기살충제 회사는 친환경 모기 퇴치제를 만들 수도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맛집



궁전회관에서 한정식을 주문하면 15가지 이상의 요리가 올라온다. 홍어회전복·해삼·조기·가오리찜은 바다에서, 계란찜·돼지 수육 등은 육지에서, 더덕무침·취나물은 산에서, 은어 튀김 등은 강에서 온 것이다. 반찬 하나하나 남도 지방의 손맛이 느껴진다. 이보다 부담 없이 즐기고 싶다면 일반 백반이 있다. 가짓수 등은 차이가 나지만 그 야무진 손맛은 변함없다. 건물에 두 개의 출입구가 있는데 오른편으로는 궁전예식장이 있다. 곡성 버스터미널에서 도보로 10분 거리라 접근성이 좋다.

곡성 읍내에 있는 가랑드는 대표 메뉴인 토란파이만주를 비롯해 토란떡파이·토란우유푸딩 등을 판다. 가랑드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곡성의 특산품을 물었을 때 쉽게 떠올리지 못해 아쉬웠다”며 “곡성 특산인 토란으로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파이만주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제품들은 곡성 토란과 유기농 흑미를 이용해 만든 달콤하고 바삭한 식감의 수제 건강 먹거리로 맛 또한 일품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설립 두 달 만에 네이버 ‘픽’…스탠퍼드 출신 창업자의 AI 비전은?

2차바이오텍, 신주 발행 등 748억원 수혈…“재생의료·CDMO 투자”

3알바생이 ‘급구’로 직접 뽑는 ‘착한가게’

4“삼성이 하면 역시 다르네”…진출 1년 만에 OLED 모니터 시장 제패

5 ‘여자친구 살해’ 20대 의대생 구속영장 발부

6‘네이버 색채’ 지우는 라인야후…이사진서 한국인 빼고 ‘기술 독립’ 선언

7NCT드림이 이끈 SM 1Q 실적…멀티 프로덕션 구축에 수익성은 악화

8삼성메디슨, 프랑스 AI 스타트업 ‘소니오’ 품는다…“우수 인력 확보”

9데일리펀딩, SaaS 내재화해 지속 성장 거버넌스 구축…흑자 전환 시동

실시간 뉴스

1설립 두 달 만에 네이버 ‘픽’…스탠퍼드 출신 창업자의 AI 비전은?

2차바이오텍, 신주 발행 등 748억원 수혈…“재생의료·CDMO 투자”

3알바생이 ‘급구’로 직접 뽑는 ‘착한가게’

4“삼성이 하면 역시 다르네”…진출 1년 만에 OLED 모니터 시장 제패

5 ‘여자친구 살해’ 20대 의대생 구속영장 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