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도 못 막은 투자잔혹사”…홍콩 ELS 사태, 커지는 '금융당국 책임론'
[사고 진원지 은행]②
시민단체·금융노조 “금융당국 감독 소홀 등 책임 있어”
정의연대,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이복현 금감원장 “면밀한 감독 행정 못해 송구”
[이코노미스트 김윤주 기자]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한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홍콩 ELS) 사태를 둘러싸고 ‘금융당국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과거 금융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은행의 고위험 상품 판매를 금지해 놓고도, 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다시 판매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판매 허용 이후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6조원 손실 눈앞…금융사 발등에 불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권의 홍콩 ELS 판매 잔액은 총 18조8000억원이다. 이 중 15조1000억원이 올해 만기가 도래한다. 올해 연말까지 누적 손실액은 5조8000억원으로 예상된다. 홍콩H지수는 2021년 초 1만2000선을 유지했지만, 올해는 5000선에 머물면서 원금 손실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이같은 대규모 손실 사태가 발생하자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 11일 분쟁조정안을 내놨다. 당국의 기준안에 따르면 홍콩 ELS 판매 금융사가 배상해야 하는 비율은 최저 0%, 최대 100%다. 이에 각 판매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특히 판매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은행들은 기본 배상비율, 홍콩 ELS 가입 사례별 고려요소 등을 면밀히 분석해 법률검토를 진행중이다.
판매사의 배상 기준안을 내놓은 뒤 금융당국은 한 발짝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 또한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의 감독 태만이 대규모 손실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 직후 원금 20% 이상 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에 대한 은행권의 판매 중단 방침을 내렸다. 하지만 은행의 지속된 요구에 ELS 신탁 판매를 재허용했다.
이후 홍콩 주식 급락에 ELS 원금 손실 경고등이 켜졌지만 금융당국에선 안일한 태도로 일관했다. 2022년 11월 이복현 금감원장은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최근 홍콩지수 연계 ELS의 낙인 규모가 증가했으나 대부분 내후년부터 만기가 도래해 단기간 내 대규모 손실 발생 가능성은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금융당국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은 각 관련 단체뿐 아니라 전문가들 또한 의견이 일치한다”면서 “감사 청구 이후 보통 1~2달 사이에 결과가 나오는데, 긍정적 결과를 전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노조 또한 최근 성명서를 통해 이번 홍콩 ELS 사태는 당국의 은행 비이자수익 확대에 대한 압박이 초래한 결과라고 밝히기도 했다.
금융노조는 “지난 십수 년간 키코, DLF, 라임·옵티머스, 그리고 ELS 사태까지 파생금융상품 투자 잔혹사가 반복되고 있다”며 “‘금융 선진화’라는 미명 아래 은행의 비이자수익 확대를 압박하며 은행을 성과주의의 첨병으로 삼고 은행원들을 과당경쟁 속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금융노조는 “또 한 번 금융소비자들은 금융당국의 관리 소홀과 투기적 금융 장려의 희생양이 됐다”면서 “금융당국은 금번 사태의 방관자가 아닌 원인제공자이며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고개숙인 이복현 “성과평가 제도 개선”
금융당국에 대한 책임 여론이 커지자 이복현 원장도 결국 고개를 숙였다. 이 원장은 3월 13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에서 개최된 ‘개인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토론’ 행사 이후 취재진과 만나 “홍콩H지수 연계 ELS 등 고난도 상품 판매와 관련해 당국이 면밀한 감독 행정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일차적으로는 손실을 본 피해자분들, 그리고 지켜보신 많은 국민께 고통과 불편을 드린 점, 은행·증권사 근무자분들에게도 정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업계 신뢰가 훼손된 점 등 다양한 부분에 있어 감독 당국의 책임을 맡고 있는 사람으로서 송구하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홍콩 ELS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직원들의 성과평가를 고객의 이익과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실적 경쟁을 부추기는 금융사의 핵심성과지표(KPI)가 홍콩 ELS 사태의 발생 원인이 됐다는 지적에 따라 이 원장이 이같은 대책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 원장은 “가능하면 3월 중에라도 당국, 업계, 학계, 협회 및 소비자 전문가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것”이라며 “가시적 성과가 연내에 도출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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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조원 손실 눈앞…금융사 발등에 불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권의 홍콩 ELS 판매 잔액은 총 18조8000억원이다. 이 중 15조1000억원이 올해 만기가 도래한다. 올해 연말까지 누적 손실액은 5조8000억원으로 예상된다. 홍콩H지수는 2021년 초 1만2000선을 유지했지만, 올해는 5000선에 머물면서 원금 손실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이같은 대규모 손실 사태가 발생하자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 11일 분쟁조정안을 내놨다. 당국의 기준안에 따르면 홍콩 ELS 판매 금융사가 배상해야 하는 비율은 최저 0%, 최대 100%다. 이에 각 판매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특히 판매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은행들은 기본 배상비율, 홍콩 ELS 가입 사례별 고려요소 등을 면밀히 분석해 법률검토를 진행중이다.
판매사의 배상 기준안을 내놓은 뒤 금융당국은 한 발짝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 또한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의 감독 태만이 대규모 손실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 직후 원금 20% 이상 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에 대한 은행권의 판매 중단 방침을 내렸다. 하지만 은행의 지속된 요구에 ELS 신탁 판매를 재허용했다.
이후 홍콩 주식 급락에 ELS 원금 손실 경고등이 켜졌지만 금융당국에선 안일한 태도로 일관했다. 2022년 11월 이복현 금감원장은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최근 홍콩지수 연계 ELS의 낙인 규모가 증가했으나 대부분 내후년부터 만기가 도래해 단기간 내 대규모 손실 발생 가능성은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금융정의연대·금융노조 등 “당국 책임” 한 목소리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 2월 15일 은행의 ELS 판매 허용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당국에 대한 감사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감사 청구에는 ▲금융위가 은행의 고난도 금융상품 판매를 허용하는 과정 ▲금융위의 감독·검사 부실 ▲금감원의 상시 감시·감독업무 태만 등의 문제점을 살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금융당국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은 각 관련 단체뿐 아니라 전문가들 또한 의견이 일치한다”면서 “감사 청구 이후 보통 1~2달 사이에 결과가 나오는데, 긍정적 결과를 전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노조 또한 최근 성명서를 통해 이번 홍콩 ELS 사태는 당국의 은행 비이자수익 확대에 대한 압박이 초래한 결과라고 밝히기도 했다.
금융노조는 “지난 십수 년간 키코, DLF, 라임·옵티머스, 그리고 ELS 사태까지 파생금융상품 투자 잔혹사가 반복되고 있다”며 “‘금융 선진화’라는 미명 아래 은행의 비이자수익 확대를 압박하며 은행을 성과주의의 첨병으로 삼고 은행원들을 과당경쟁 속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금융노조는 “또 한 번 금융소비자들은 금융당국의 관리 소홀과 투기적 금융 장려의 희생양이 됐다”면서 “금융당국은 금번 사태의 방관자가 아닌 원인제공자이며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고개숙인 이복현 “성과평가 제도 개선”
금융당국에 대한 책임 여론이 커지자 이복현 원장도 결국 고개를 숙였다. 이 원장은 3월 13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에서 개최된 ‘개인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토론’ 행사 이후 취재진과 만나 “홍콩H지수 연계 ELS 등 고난도 상품 판매와 관련해 당국이 면밀한 감독 행정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일차적으로는 손실을 본 피해자분들, 그리고 지켜보신 많은 국민께 고통과 불편을 드린 점, 은행·증권사 근무자분들에게도 정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업계 신뢰가 훼손된 점 등 다양한 부분에 있어 감독 당국의 책임을 맡고 있는 사람으로서 송구하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홍콩 ELS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직원들의 성과평가를 고객의 이익과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실적 경쟁을 부추기는 금융사의 핵심성과지표(KPI)가 홍콩 ELS 사태의 발생 원인이 됐다는 지적에 따라 이 원장이 이같은 대책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 원장은 “가능하면 3월 중에라도 당국, 업계, 학계, 협회 및 소비자 전문가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것”이라며 “가시적 성과가 연내에 도출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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