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다국적 혈당 기업, M&A로 영역 확장…국내 기업 잰걸음

[혈당 측정 시장 재편]②
애보트, 인슐린 펜용 스마트 캡 개발사 사들여
혈당 정보 알려주는 디지털 분야 협력도 활발

애보트를 비롯한 다국적 기업은 인수합병(M&A)과 연구개발(R&D) 협력을 통해 혈당 시장에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의 애보트 부스 [사진 AFP/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혈당 측정 기기는 당뇨병 환자에게 꼭 필요한 의료기기다. 혈당을 제대로 확인해야 질환을 관리하며 일상생활을 수행할 수 있어서다. 인슐린 분비가 원활하지 않은 1형 당뇨병 환자에게는 혈당 측정 기기 외 여러 의료기기가 더 필요하다. 혈당의 흐름에 맞춰 인슐린을 체내에 투입하는 인슐린 펌프나 혈당 측정 기기로 수집한 혈당 정보를 수시로 받아보는 소프트웨어 등이다.

혈당 측정 기기와 이를 확인하는 소프트웨어, 인슐린을 공급하는 인슐린 펌프까지, 당뇨병 환자가 사용하는 의료기기는 환자의 질환 관리에 여러 도움을 준다. 이에 기업들도 당뇨병 관리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 공급을 위해 사업 영역 확장에 나섰다.

M&A·기업 협력으로 사업 확장

다국적 기업도 마찬가지다. 이들 기업은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혈당 측정 기기에서 인슐린 펌프로, 인슐린 펌프에서 혈당 측정 기기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연속혈당측정기(CGM)의 사용이 늘면서 혈당 측정 기기로 수집한 혈당 정보를 가공·조합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도 뜨고 있다.

연속혈당측정기는 채혈 없이 혈당의 수치를 확인할 수 있는 기기다. 손끝을 찔러 피를 내고, 이를 측정하는 자가혈당측정기(BGM)와 달리 실시간으로 혈당 정보를 수집한다. 자가혈당측정기보다 연속혈당측정기로 수집할 수 있는 혈당 정보가 더 많아 정보를 잘 가공해 환자에게 공급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가 뜨고 있는 셈이다.

또 다국적 제약사는 M&A나 기업 협력을 통해 사용자가 혈당 측정 기기를 잘 사용해 질환을 관리할 수 있도록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이들 기업은 지난해부터 M&A 시장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선 애보트는 당뇨병 환자의 질환 관리를 돕기 위해 인슐린 관리 서비스 ‘빅풋 유니티’를 개발한 빅풋 바이오메디컬 인수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빅풋 바이오메디컬이 개발한 빅풋 유니티는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 만든 인슐린 펜용 캡(뚜껑)이다. 연속혈당측정기와 이 제품을 연동하면 혈당 수치에 따라 환자가 인슐린을 얼마나 투여해야 하는지 측정해 제공한다. 의료진도 환자의 혈당 관리 현황을 전용 허브에서 확인할 수 있어, 환자의 질환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국내 기업은 M&A를 통해 수출 길을 여는 데 집중하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연속혈당측정기를 개발한 아이센스 얘기다. 아이센스는 국내 의료기기 시장 파이가 작은 만큼 해외 시장의 문을 적극 두드리기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아이센스는 지난해 미국의 혈당 측정 기기 기업 아가매트릭스도 인수했다. 아가매트릭스를 발판 삼아 해외 주요 의료기기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다. 아이센스는 아가매트릭스의 유통망을 활용해 북미와 유럽 지역은 물론, 중남미 등 새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아가매트릭스는 미국의 의약품 유통 기업인 씨브이에스 파머시(CVS Pharmacy)와 유럽의 사노피, 얼라이언스 헬스케어 등에 제품을 공급해 온 기업이다. 앞서 아이센스는 아가매트릭스를 인수하기 위해 2700만 달러(약 361억원)를 투자했다.

국내 기업인 카카오헬스케어는 기업 협력을 통해 연속혈당측정기를 활용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연속혈당측정기를 공급하는 주요 기업인 덱스콤과 손을 잡았고, 국내 기업 연속혈당측정기 공급 기업인 아이센스와도 협력하고 있다.

덱스콤과 아이센스의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한다면 카카오헬스케어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파스타’를 통해 다양한 혈당 관리 서비스를 공급받을 수 있다.

혈당은 특히 음식을 섭취할 때 많이 오르내리는데, 파스타는 음식의 사진을 찍으면 자동으로 열량 정보 등을 제공하는 것도 특징이다. 카카오헬스케어는 의료진이 환자의 혈당 정보를 진료에 활용할 수 있는 ‘파스타 커넥트 프로’도 선보일 계획이다. 이 서비스를 대학병원의 전자의무기록(EMR)과도 연동해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줄이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CGM 시장 확대…후발주자 잰걸음

이들 기업이 연속혈당측정기와 관련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있어서다. 여러 시장조사기관의 자료를 종합하면 지난해 전 세계 연속혈당측정기 시장의 규모는 46억1200만 달러(약 6조3614억원)로 집계됐다. 시장은 꾸준히 성장해 오는 2030년 59억7900만 달러(약 8조247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를 비롯한 주요 시장에서 연속혈당측정기를 당뇨병 환자들에게 적극 권고하는 것이 성장의 핵심 동력이다. 우선 미국당뇨병학회(ADA)는 지난해 개정한 당뇨병 치료 지침을 통해 1형 당뇨병 환자뿐 아니라 2형 당뇨병 환자도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하도록 했다. 대한당뇨병학회는 1형 당뇨병 환자나 인슐린을 투약하는 2형 당뇨병 환자의 임상 경과를 개선하는 데 연속혈당측정기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아이센스의 연속혈당측정기(CGM) 케어센스 에어.[사진 아이센스]

시장이 커지는 만큼 기기를 개발해 이 시장에 뛰어들려는 기업도 많다. 연속혈당측정기는 애보트와 메드트로닉, 덱스콤 등 다국적 기업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 있다. 국내 기업은 새로운 제품으로 이들 기업의 뒤를 쫓는 모습이다. 아이센스는 연속혈당측정기 케어센스 에어를 국내에 출시한 데 이어 유럽 등으로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인증 절차를 최근 마무리했다.

올해 주식시장에 데뷔한 체외진단기업 오상헬스케어도 새 사업으로 연속혈당측정기를 점찍었다. 기술 개발은 2017년부터 시작했고, 이르면 내년 말 국내 허가를 획득한다는 목표다. 유엑스엔은 혈당 스트립에 사용하는 효소 대신 나노다공성 백금 촉매를 활용한 연속혈당측정기를 연구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설립 두 달 만에 네이버 ‘픽’…스탠퍼드 출신 창업자의 AI 비전은?

2차바이오텍, 신주 발행 등 748억원 수혈…“재생의료·CDMO 투자”

3알바생이 ‘급구’로 직접 뽑는 ‘착한가게’

4“삼성이 하면 역시 다르네”…진출 1년 만에 OLED 모니터 시장 제패

5 ‘여자친구 살해’ 20대 의대생 구속영장 발부

6‘네이버 색채’ 지우는 라인야후…이사진서 한국인 빼고 ‘기술 독립’ 선언

7NCT드림이 이끈 SM 1Q 실적…멀티 프로덕션 구축에 수익성은 악화

8삼성메디슨, 프랑스 AI 스타트업 ‘소니오’ 품는다…“우수 인력 확보”

9데일리펀딩, SaaS 내재화해 지속 성장 거버넌스 구축…흑자 전환 시동

실시간 뉴스

1설립 두 달 만에 네이버 ‘픽’…스탠퍼드 출신 창업자의 AI 비전은?

2차바이오텍, 신주 발행 등 748억원 수혈…“재생의료·CDMO 투자”

3알바생이 ‘급구’로 직접 뽑는 ‘착한가게’

4“삼성이 하면 역시 다르네”…진출 1년 만에 OLED 모니터 시장 제패

5 ‘여자친구 살해’ 20대 의대생 구속영장 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