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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전세’ 양극화...아파트 오르는데, 다세대‧빌라는 역전세

전용면적 84㎡ 아파트 전세, 6억 이상이 과반
강서구 연립·다세대 역전세 70% 웃돌아

서울 강서구 화곡동 빌라 밀집 지역 모습.[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서울 전세의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아파트는 전세 가격이 치솟으며 6억 이상 매물이 50%를 넘은 반면 다가구‧빌라는 절반가량이 지난해보다 전세가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 경제만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올해 1~4월 서울의 전용면적 84㎡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총 1만4488건. 이 가운데 전세가격이 6억원 미만인 거래량은 7088건으로 전체의 48.9%로 집계됐다. 이른바 국민 평형으로 불리는 30평대 아파트 전세 매물의 절반 이상이 6억원을 웃돌았다는 뜻이다.

6억원 이상 전세 비중이 50%를 넘은 것은 국토교통부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1년(1~4월 기준) 이후 처음이다. 2011년 기준 서울의 전용면적 84㎡ 규모 아파트의 전세 가격을 보면 6억원 미만 비중은 99.2%였다. 2015년(92.7%)까지도 90%를 웃돌았는데 2021년 임대차 3법이 본격 시행된 이후 54.8%까지 낮아졌다. 그러다 올해 1~4월 기준 48.9%를 나타낸 것이다.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로 2년간 눌려왔던 전세 가격이 급히 오른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계약갱신청구권이란 임대차 3법 중 하나로 세입자가 임대차 기간 1회에 한해 집주인에게 임대차 계약의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전세 가격을 종전보다 5% 이상 올릴 수 없다. 시세가 급격히 오르더라도 임차인은 큰 부담 없이 2년간 전세 계약을 연장할 수 있지만, 임대인 입장에선 시세만큼 반영하지 못한다는 특징이 있다. 그런데 계약갱신청구권 제도가 시행된 지 4년이 지나면서 2년마다 보증금을 시세만큼 올리지 못한 집주인들이 높은 가격에 매물을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중저가 단지를 중심으로 수요가 늘면서 전세 가격이 오른 것도 영향을 미쳤다.

금액별로 살펴보면, 6억원 이상~9억원 미만 전세 거래량은 5712건으로 전체의 39.4%를 차지했다. 9억원 이상~15억원 미만 거래는 1520건으로 10.5%, 15억원 이상'은 168건으로 1.2%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서울 전용면적 59㎡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1만1400건가운데 6억원 이상~9억원 미만 거래는 20.4%(2321건), 9억원 이상은 3.04%(351건)으로 집계됐다.

강서·구로·중랑 등 빌라 역전세↑
연립·다세대 주택 상황은 정반대다. 전세 계약 10건 중 4건 이상에서 전세 가격이 하락하는 ‘역전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전세보증금이 이전 계약보다 평균 1000만원 가까이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은 올해 1~5월 기준 서울 소재 연립·다세대 주택 전세 거래 4만2546건과 2022년 1~5월 동일 주소지 전세 거래 9653건을 분석한 결과 46%(4437건)에서 역전세 현상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전세 시세 차액은 평균 979만 원으로 2년 전과 비교해 4% 떨어졌다. 연립·다세대 주택의 역전세 거래 비중은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그 차이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조사한 역전세 주택 비중은 34.7%, 전세 시세 차액은 평균 2859만원이었다.

특히 강서구, 구로구, 중랑구, 금천구 등에서 이런 현상이 많이 발견됐다. 강서구 평균 전세 보증금은 2022년 1~5월 2억337만원이었는데 올해 같은 기간에는 1억8097만원으로 2240만원 하락했다. 구로구는 1억8989만원에서 1억7148만원으로 1841만원, 중랑구는 2억3545만원에서 2억1734만원으로 1812만원 내렸다.

강서구의 경우 올해 체결된 전세 거래의 74%가 이전보다 보증금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구로구는 66%, 금천·도봉구 64%, 양천·중랑구 60%, 은평구 56%, 영등포구 55%, 성북구 50% 순이었다.

연립‧다세대 주택 역전세 현상이 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전세 수요가 아파트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깡통주택‧전세 사기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도망하는 집주인들이 문제가 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해석된다. 아파트의 경우 상대적으로 집값에 비해 전세 보증금 비중이 적어 매매가가 하락해도 보증금을 떼일 우려가 크지 않다. 이 때문에 보증금에 대한 안정성을 원하는 수요자들이 빌라 대신 아파트로 몰리면서 아파트 전세 가격은 오르고 빌라는 하락하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쏠림 현상 심화로 우려가 커지자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공시가격과 함께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인정하는 감정평가액을 빌라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의 집값 산정 기준으로 삼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런 내용이 담긴 ‘민생토론회 후속 규제개선 조치’를 13일 발표했다. 깡통전세 문제가 커지면서 HUG는 빌라 전세보증금이 공시가격의 126% 이하일 때만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는데, 가입 요건이 강화되고 공시가격마저 하락하는 현상이 겹치면서 보증보험 가입이 더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전세 수요자들이 더 아파트로 몰리기도 했다.

이런 지적이 이어지자, 정부는 임대인이 공시가격과 HUG 인정 감정가 중 하나를 선택해 집값을 산정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임대인은 HUG의 예비 감정 결과를 토대로 임대인이 비용을 부담하는 본 감정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김헌정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전당포 주인(HUG)이 물건을 감정하는 게 맞는데, 지금까지는 물건을 가져오는 사람(임대인)에게 감정 절차를 맡겨둔 것”이라며 “이를 정상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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