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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역사 새로 썼다”…매출 ‘1조’ 시대 연 삼양

[‘불닭’ 날다]①
불닭볶음면 수출 본격화 이후 매출 증가세
중국·일본 이어 미국까지…수요 대응 총력

태국 방콕에 있는 한 마트에 ‘불닭볶음면’이 별도 코너로 분류돼 진열돼 있다. [사진 이데일리DB]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라면 명가(名家)’ 삼양식품이 재기했다. 중독적인 매운맛으로 글로벌 히트 상품이 된 ‘불닭볶음면’ 덕분이다. 삼양식품의 2023년 연결기준 매출은 1조1929억원, 영업이익은 1475억원이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31%, 63% 올랐다. 매출의 80% 이상은 불닭볶음면에서 나온다. 삼양식품은 국내 첫 라면 제품인 ‘삼양라면’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이제는 불닭볶음면이 이 회사의 명실공히 대표 제품이다.

불닭볶음면은 강한 매운맛을 내는 불닭소스가 첨가된 볶음라면이다. 삼양식품은 2012년 불닭볶음면을 국내 시장에 선보였다. 앞서 삼양식품은 ‘공업용 소기름’을 라면 제조에 사용한다는 루머에 휩싸여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됐다. 삼양식품이 루머에 대응하는 동안 경쟁사인 농심은 라면 시장을 장악했다. 불닭볶음면은 오랜 기간 루머로 고심한 삼양식품이 라면 시장에서 새로운 도약과 반전을 꾀하기 위해 선택한 묘수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으로 시장 지위를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 첫 라면 제품을 출시했던 과거처럼, 불닭볶음면으로 라면 시장에서 새 역사를 썼다. 해외 시장에서 높은 관심을 얻으며 브랜드 측면에서 ‘글로벌 컴퍼니’로 발돋움해서다. 실제 삼양식품은 매출의 70% 가까이를 해외에서 올린다. 해외 매출 비중은 2019년 일찍이 50%를 넘겼다. 미국과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등 삼양식품이 제품을 공급하는 지역도 다양하다. 

K-콘텐츠 흥행 타고 세계로

불닭볶음면이 해외 시장에서 인기를 끈 요인은 소셜미디어(SNS)의 성장과 K-콘텐츠의 확장 덕분이다. 유튜브와 틱톡, 인스타그램 등 글로벌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생산하는 크리에이터들이 불닭볶음면을 먹는 ‘불닭볶음면 챌린지’를 콘텐츠로 제작하며 제품의 인기가 함께 솟았다.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지민도 여러 라이브 방송에서 불닭볶음면을 먹는 모습을 송출해 흥행 요인이 됐다.

조회수가 1억4만회를 넘어선 미국 유튜버의 불닭볶음면 먹방. [사진 Matt Stonie 유튜브 영상 캡처]
불닭볶음면의 수요가 높아지자, 해외 곳곳에선 품귀현상도 빚어졌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올해 초 “까르보불닭볶음면을 손에 넣을 수 있길, 행운을 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며 “까르보불닭은 미국 내 한국 식료품점뿐 아니라 아마존, 월마트, 카스세이프웨이 등 소매점에서도 판매한다”면서도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 연예인도 (까르보불닭볶음면을) 구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삼양식품의 매출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시기는 불닭볶음면 수출 시기와 맞물린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이 SNS 등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한 2014~2015년 이후 불닭볶음면의 해외 공급을 확대했다. 삼양식품은 수출을 늘리기 위해 2021년 미국과 중국 등에 현지 판매 법인 ‘삼양아메리카’와 ‘삼양식품상해유한공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삼양식품이 현지 판매 법인을 통해 불닭볶음면의 공급 물량을 확대한 이후 이 회사의 매출은 고공행진했다. 10여 년 전인 2013년, 삼양식품의 한 해 매출은 3027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불닭볶음면의 해외 공급을 확대하기 시작하자 실적 규모는 빠르게 커졌다. 삼양식품은 2017년 4584억원, 2019년 5435억원, 2020년 6485억원, 2022년 909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실적을 갈아치웠다.

일본 최대 할인점 돈키호테에서 판매 중인 삼양식품의 야끼소바불닭볶음면. [사진 삼양식품]
삼양식품이 현지 판매 법인을 통해 불닭볶음면의 공급 물량을 확대한 이후 이 회사의 매출은 고공행진했다. 10여 년 전인 2013년, 삼양식품의 한 해 매출은 3027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불닭볶음면의 해외 공급을 확대하기 시작하자 실적 규모는 빠르게 커졌다. 삼양식품은 2017년 4584억원, 2019년 5435억원, 2020년 6485억원, 2022년 909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실적을 갈아치웠다.

제품 출시·공장 증설…확장 나선 삼양식품

한편 삼양식품이 불닭볶음면에 치중한 사업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해외 매출 상당 부분이 불닭 브랜드에서 나오는 상황에서 다른 브랜드 성장을 도모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다. 다만 삼양식품은 당장 다른 브랜드를 키우기보다 불닭볶음면의 수출 규모를 확장해 시장 지위를 다지는 데 더 집중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실제 북미와 유럽, 아시아 등에서 불닭볶음면 공급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현지 입맛에 맞는 다양한 제품을 출시해 지역별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태국에는 ‘마라불닭볶음면’을, 일본에는 ‘야끼소바불닭볶음면’을, 중국에는 ‘양념치킨불닭볶음면’을 선보였다. 최근 매출이 급증하고 있는 미주 지역에도 ‘김치불닭볶음면’과 ‘하바네로라임불닭볶음면’, ‘똠얌불닭볶음탕면’을 출시했다.

삼양식품은 제품 공급 확대와 맞춤 전략으로 현지 법인 매출이 꾸준히 오르는 추세다. 이 회사의 중국과 미국, 일본 법인의 2023년 매출은 각각 12억 위안(약 2291억원), 1억2200만 달러(약 1694억원), 25억 엔(약 214억원)이다. 삼양식품은 수출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제품 생산 공장도 증설하고 있다. 밀양에 1공장을 지은 지 2년 만에 불닭볶음면을 한 해 5억6000만개 생산할 수 있는 밀양2공장을 건설 중이다. 불닭볶음면이 인기를 끄는 아시아 지역은 물론, 최근 제품 수요가 급증한 미주 지역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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