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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에 한 번, ‘철없는 이용자’에 또 한 번...두 번 우는 ‘공유 모빌리티’

[PM 산업이 흔들린다]①
혁신의 아이템 PM...도로 위 애물단지로 전락
PM 관련 사건 사고에 규제 목소리 더 커지기도

서울 마포구 한 인도에 널부러져 있는 공유 킥보드 [사진 박세진 기자]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사람’이 문제일까, ‘공유 개인형 모빌리티’(PM)이 문제일까. 혁신의 중심에 섰던 PM이 점차 동력을 잃고 있다. ‘라스트 마일’(목적지까지 닿는데 남은 짧은 거리)을 해결할 미래 모빌리티로 주목 받았던 옛 영광은 온데간데없다. ‘혁신의 아이템’에서 ‘도로 위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PM은 그간 이리 치이고, 또 저리 치였다.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에게 불편을 야기한 까닭이다. 결국 ‘강화된 규제’만 남았다. 가뜩이나 각종 규제에 ‘적자 몸살’을 앓는 PM 업체를 앞에 두고, 규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바람 앞에 등불이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다수 PM 업체의 경우 매년 수십억원의 적자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굴릴수록 적자인 셈이다. 공유 킥보드 ‘빔’을 운영하는 빔모빌리티코리아는 지난 2022년 84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어 지난해에도 78억원의 적자를 냈다. 

‘씽씽’을 운영하는 피유엠피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영업손실이 2022년 11억원에서 지난해 31억원으로 약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킥고잉’ 서비스를 제공하는 올룰로는 지난해 53억원의 적자를 냈다. 전년 36억원 대비 1.5배 가량 증가한 것이다.

업계는 대다수 PM 업체의 적자 원인으로 ‘규제’를 지목했다. 강회되는 규제에 따라 업체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실제 각종 규제로 다수의 PM 업체가 폐업하거나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국내에서 활동하는 킥보드 업체 중 10여 개가 폐업하거나 다른 회사에 합병돼 사라졌다. ▲라임(미국) ▲윈드(독일) ▲뉴런모빌리티(싱가포르) 등 유명 해외 업체 4곳도 지난 2021년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21년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이어 서울시가 같은 해 7월부터 실시한 ‘강제 견인 정책’이 직격탄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따르면 PM을 운전하기 위해서는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 이상의 운전면허증이 있어야 한다. 탑승 시 반드시 헬멧을 착용해야 한다. 동승자 탑승도 금지됐다. 자전거 도로 주행은 허용되지만, 보도 통행은 제한된다.

PM 사업자 5개사 서울에서 영업 중 

보도에서 PM을 타다 인명피해 사고가 발생할 경우 12대 중과실로 적용된다. 보험 및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셈이다. 이 밖에도 ▲어린이보호구역 내 사고 ▲뺑소니 ▲음주 운전 인명피해 사고 발생 시 특정범죄 가중처벌이 적용된다.

서울시의 ‘강제 견인 정책’도 부담이다. 업체들은 해당 정책으로 인해 4만원의 견인 비용과 50만원 한도 내 30분당 700원의 보관료까지 부담하게 됐다. 업계에 따르면 대규모 PM 기업들은 이런 조처로 한 주에 약 1000만원이 넘는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시 견인 구역은 ▲차도 ▲지하철역 진출입로 ▲버스 정류소·택시 승차장 10m 이내 구역 ▲점자블록·교통약자 엘리베이터 진입로 ▲횡단보도 진입 구간 등 5곳이다. 

서울시 공유 전동킥보드 운영 현황(지난해 10월 기준)에 따르면 서울에서 영업 중인 PM 사업자는 5개사다. 총운영 기기는 약 4만3000대다. PM 견인 건수는 ▲2021년 2만1173건 ▲2022년 6만3328건 ▲2023년 6만2179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의 경우 기기당 1.4회꼴로 견인된 셈이다.

결국 강화된 규제로 인해 업체들의 비용 부담은 가중되고 수익성은 악화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PM 업체 관계자는 “전동킥보드 운전을 위해 자동차 운전면허가 필요하다고 하는 나라는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유일하다”며 “외국의 경우 PM은 친환경 교통수단 평가받아 안착이 비교적 수월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국내는 PM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인프라 개선보다 규제만 강화하고 있어 PM 업계의 수익성만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쿠터폭주연합 모집 요강 [사진 지폭연 SNS 캡처]
날뛰는 이용자, 더 커지는 규제 목소리

각종 규제로 홍역을 앓고 있는 PM에 대한 규제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최근 잇따라 발생한 PM 관련 사건 사고들 탓이다. 따릉이폭주연합(따폭연)·지쿠터폭주연합(지폭연)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단체는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와 공유 전동킥보드 등을 통해 시민들을 위협하는 행위를 일삼거나, 폭주 운전을 예고해 경찰력을 낭비하기도 했다.

따폭연 운영진은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8월 8일 서울경찰청은 따폭연 SNS 운영자인 고등학생 A군을 특수협박죄 등 혐의로 검거했다. A군은 따릉이 등을 난폭하게 몰아 시민을 다치게 하거나 위협한 혐의를 받는다. 또 폭주를 벌이겠다고 예고하는 등 사회적 불안을 조장, 경찰력을 낭비하게 한 혐의도 있다. 

따폭연 다음은 지폭연이다. 지폭연은 따폭연을 모방한 조직이다. 지폭연이 설명한 가입 조건으로는 ▲칼치기(차로를 급히 변경해 추월하는 행위) ▲와리가리(지그재그로 주행하는 행위) ▲나이 무관 ▲개인 오토바이·킥보드·자전거 이용 가능 등이다. PM을 활용한 범죄 단체가 연이어 만들어진 셈이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PM 교통사고 건수는 지난 2019년 총 447건에서 2023년 2389건으로 집계됐다. 약 5.3배 상승한 것이다. 같은 기간 사망 및 부상을 포함한 사상자 수도 481명에서 2646명으로 5.5배 증가했다. 특히 사망자의 경우 8명에서 24명으로 집계됐다. 4년 만에 3배 증가한 셈이다.

전체 교통사고 발생 건수 가운데 19세 이하 청소년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빠르게 느는 추세다. 2019년 10.73%였던 19세 이하 청소년 교통사고 비중은 2020년 20.73%로 대폭 늘었다. 이어 2021년엔 31.64%로 증가했고, 2022년엔 43.25%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허술한 PM 관련 규제가 이런 모방 범죄를 낳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PM을 이용한 난폭 운전 및 사고 우려가 커짐에 따라 PM 이용 규정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공유 전동킥보드·스쿠터 업체가 늘면서 이용자의 접근성이 낮아진 데 반해 이와 관련된 단속이 소홀해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누구든 쉽게 탈 수 공유 PM을 이용할 수 있다는 인식으로 인해 안전을 안일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개인형 이동장치는 외부 충격으로부터 탑승자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없어 안전 수칙 준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모든 운전자가 개인형 이동장치도 ‘차’라는 인식을 가지는 것이 안전한 교통문화를 조성해 나가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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