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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기 매출 300억 달러’ 엔비디아의 시그널…SK하이닉스·삼성 영향은?

“일부 공정 변화 있지만, 생산 계획대로”…블랙웰 시장 우려 종식
폭발적 수요 일단 ‘호퍼’가 담당…SK하이닉스, 엔비디아 수혜 유지
“‘차세대 먹거리’ 블랙웰 잡아라”…SK하이닉스·삼성전자 경쟁 치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3월 열린 ‘연례개발자콘퍼런스(GTC) 2024’에서 기조연설 중 차세대 AI 칩  ‘블랙웰’(Blackwell)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AFP/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엔비디아가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 칩 ‘블랙웰’(Blackwell) 대한 시장의 우려를 종식하는 메시지를 내놨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그간 시장에서 제기된 ‘신규 제품 생산 공정에 차질이 발생했다’라는 내용을 일부 인정하긴 했으나, 대량 공급 시점은 당초 계획에서 큰 변화없이 ‘올해 4분기’(11∼1월)로 제시했다.

블랙웰 출시 지연 가능성은 그간 국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도 ‘불확실성 증대’ 요인으로 꼽혀왔다. 해당 칩엔 SK하이닉스·삼성전자의 D램 제품 일종인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탑재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엔비디아가 블랙웰의 출시 일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은 그래서 국내 반도체 시장에서도 긍정적 신호로 여겨지고 있다.

엔비디아는 28일(현지시간) 2024년 2분기(5∼7월) 실적 발표를 진행했다. 엔비디아의 이 기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2% 증가한 300억4000만 달러(약 40조1785억원)로 집계됐다. 주당 순이익은 0.68달러(909원)로 나타났다. 매출 총이익률은 75.7%다.

엔비디아의 매출이 300억 달러를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시장조사업체 LSEG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매출 287억 달러·주당 순이익 0.64달러)를 웃도는 실적이다. 올해 3분기(8∼10월) 매출 전망치로는 325억 달러(약 43조3615억원)를 써냈다. 이 역시 월가 전망치(317억 달러)보다 높다. 회사는 또 이날 500억 달러(약 66조74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엔비디아가 공급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는 인공지능(AI) 연산 처리에 핵심 부품이다. 생성형 AI 등장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세계 데이터센터향 GPU 시장의 약 92%를 점유한 상태다.

엔비디아는 올해 2분기에 데이터센터 관련 사업 부문에서 263억 달러(약 35조1052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154% 증가한 수치다. 전체 매출 중 88%가 해당 사업 부문에서 나왔다. 데이터센터 관련 매출 역시 시장 예상치(252억4000만 달러)를 웃돌았다. 올해 2분기 게임 부문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6% 늘어난 29억 달러(약 3조8703억원)로 집계됐다.

“블랙웰 시제품 공급 이미 시작”

엔비디아는 이번 실적 발표를 통해 ‘블랙웰’을 4분기부터 양산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해당 제품을 통해 “매출이 수십억 달러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앞서 시장에선 엔비디아가 생산 과정에서 결함을 발견해 블랙월 양산을 3개월 늦추리라는 전망이 나왔다. 2025년 1분기까지 ‘대규모 생산’은 없으리라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젠슨 황 CEO는 실적 발표 후 이어진 컨퍼런스콜(투자자 설명회)에서 “호퍼 수요는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블랙웰에 대한 기대감은 매우 높다”며 “세계 데이터센터가 가속 컴퓨팅과 생성형 AI를 통해 전체 컴퓨팅 스택을 현대화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어 엔비디아는 기록적인 매출을 달성했다”고 했다.

젠슨 황 CEO는 컨퍼런스콜 후 진행된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도 블랙웰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블랙웰의 본격적인 생산은 4분기부터 시작되고 내년에는 공급이 많이 늘어날 것”이라며 “블랙웰의 성능은 호퍼보다 향상됐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결함 논란에 대해서는 “디자인 면에서 작은 오류가 발생했는데 이를 해결했다”며 “설계상의 오류가 있었던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블랙웰 시제품은 이미 오늘 전 세계로 나가고 있다. 대량 생산이 시작된 것”이라며 “블랙웰의 공급량이 아주 많을 것이고, 더 늘릴 수 있으리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콜렛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컨퍼런스콜을 통해 “블랙웰의 생산 수율 개선을 위해 마스크(Mask·실리콘에 회로 패턴을 새기기 위해 쓰이는 유리판)를 변경했다”고 밝혔다.

블랙웰과 韓 메모리

‘엔비디아의 미래 먹거리’로 불리는 블랙웰은 지난 3월 개최된 연례개발자콘퍼런스(GTC) 2024에서 공개된 제품이다. 현재 데이터센터향 주력 AI 칩인 호퍼에 비해 성능 면에서 진일보를 이뤄 차세대 AI 발전을 이끌 제품으로 꼽힌다. 호퍼의 주력 모델인 H100과 H200에는 800억개의 트랜지스터가 집약돼 있다. 반면 블랙웰에는 2080억개 트랜지스터가 쓰였다. 역대 GPU 중 최대 크기다. 호퍼보다 연산속도가 2.5배 빠르고, 전력 대비 성능은 25배 개선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대 10조 개의 파라미터로 확장되는 AI 모델의 학습에 사용될 수 있다. 거대언어모델(LLM)의 실시간 추론도 지원한다.

오픈AI의 챗GPT 등 세계 주요 생성형 AI 모델의 가동에는 그간 호퍼 제품군이 쓰였다. 챗GPT 등장 후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메타 등 세계 빅테크는 생성형 AI 서비스 경쟁에 따라 데이터센터와 같은 인프라 확충에 나섰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의 실적은 고공 성장했다.
SK하이닉스가 지난 3월 고객사에 공급을 시작한 AI용 메모리 반도체 ‘HBM3E’ 제품 이미지. [사진 SK하이닉스]

호퍼 제품군 중 상위 모델인 H200에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HBM3E가 탑재돼 있다. 이는 SK하이닉스가 역대급 반도체 불황에 2023년 연간 기준 매출 32조7657억원과 영업손실 7조7303억원을 기록하다, 올해 실적 반등에 성공한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에 적자를 끊어내더니, 올해 1분기에 매출 12조4296억원과 영업이익 2조8860억원을 써냈다. 호퍼 H200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공급되기 시작한 올해 2분기엔 매출 16조4233억원, 영업이익 5조4685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런 상황에서 엔비디아는 3분기 실적 전망치로 시장 예상을 웃돈 325억 달러를 제시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의 실적 상승은 담보된 상태라는 분석이 나온다. 엔비디아 측도 “블랙웰이 출하될 때까지 충족해야 할 수요가 많다”며 “호퍼가 이를 채워줄 것”이라고 전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사장)도 지난 5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현재 HBM은 생산 측면에서 올해 이미 솔드아웃(Sold-out·완판)인데, 내년 역시 거의 솔드아웃됐다”고 강조한 바 있다.

블랙웰은 엔비디아의 향후 성장을 이끌 AI 칩인 동시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실적 향방을 가를 주요 제품으로 꼽힌다. D램 시장을 장악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선 엔비디아를 고객사로 확보해야 안정적 매출 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두 기업에 엔비디아는 AI 시대의 개막에 따라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GPU 시장을 장악한 ‘대형 고객사’인 셈이다.

호퍼에 8단 HBM3E를 공급한 SK하이닉스는 물론 삼성전자 역시 블랙웰에 자사 제품을 탑재시키기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블랙웰 제품군은 성능에 따라 B100·GB200·B200A·울트라 등으로 구분된다. 이 중 상위 모델에는 기존 대비 성능이 개선된 12단 HBM3E가 쓰일 전망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이에 따라 엔비디아에 12단 HBM3E 시제품을 보내고 퀄테스트(품질검증)를 받는 등 블랙웰에 자사 제품을 탑재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모두 블랙웰이 본격 출격하는 올해 4분기를 기점으로 HBM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사업적 준비를 하고 있다. 엔비디아와 물밑 협상도 치열하게 진행하는 모습”이라며 “엔비디아가 일단 블랙웰에 대한 불확실성을 이번 실적 발표에서 종식한 만큼 수주 경쟁이 향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3월 ‘연례개발자콘퍼런스(GTC) 2024’에 마련된 삼성전자 부스를 찾아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E에 친필 사인을 남겼다. [사진 한진만 삼성전자 부사장 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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