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가계대출 실수요자 달래기…“은행권 기계적 대책 지양”
“선의의 피해자 발생 않도록 모니터링”
“추석 전 은행장 만나 논의…구체적 대책 나오길”
“세심하게 관리…‘풍선효과’ 방지에 합심”
금융감독원은 4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에서 ‘가계부채 관련 대출 실수요자·전문가 현장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이복현 원장은 “최근 서울·수도권 주택시장 회복, 금리 인하 기대 등으로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해 여러모로 걱정이 앞선다”며 “과거 여러 차례 경험했던 것처럼 대출 수요가 관리되지 않을 경우 금융 불균형이 심화되고 ‘내 집 마련’을 바라는 실수요자들의 심리적 불안도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금융당국은 지금까지 가계부채 문제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적정수준으로 관리하고자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상환능력 범위내 대출 관행 정착을 위해 차주별 DSR 제도를 도입했고 올해 2월에는 금리 변동 위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스트레스 DSR 제도를 시행하였으며 이번 달부터는 은행권뿐만 아니라 제2금융권에도 2단계 스트레스 DSR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가계대출 관리 대책과 관련해 금융권에 당부의 말도 남겼다. 그는 “갭투자 등 투기수요 대출에 대해서는 심사를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으나 정상적인 주택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형태의 대출 실수요까지 제약받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해 나가야 한다”며 “예를 들어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강화 조치 이전 이미 대출상담 또는 신청이 있었거나 주택거래가 확인되는 차주의 경우 고객과의 신뢰 차원에서 정당한 기대를 최대한 보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전체 은행권에서 발생하는 주택담보대출 상환액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대출 규모를 관리하면서도 실수요자에 대한 신규 자금도 충분히 공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금융회사간 대출수요가 이동하는 이른바 ‘풍선효과’ 우려도 크므로 은행권 뿐 아니라 보험, 중소금융회사 등 전체 금융권이 합심해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 원장은 “금융당국도 금융권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면밀히 모니터링 하겠다”며 “실수요를 보호하면서 가계대출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금융권과 함께 모색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은행, 1주택자 대출중단은 과한 대책”
이 원장은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은행권의 기계적인 대출규제에 대해 꼬집었다. 최근 일부 은행은 가계부채 관리를 이유로 1주택자의 전세대출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은행권에서 과한 대책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며 “기계적이고 일률적인 대책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1주택자들도 자녀가 지방에 대학교를 다녀야 해 전셋집을 구하는 등 실질적으로 생활에 필요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투기 목적이 아닌 경우도 있을 텐데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이 원장은 추석 전 은행장들과 만나 가계대출 폭증 문제를 논의하겠다고도 밝혔다. 그는 “명절 전에 은행장들과 만나 현 시점에서 벌어지는 가계대출 급증 문제와 관련해 효과적으로 부채를 줄이면서도 실수요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늘 간담회에서 실수요자, 창구 직원들에게 전달 받는 내용이 실제로 은행 창구에서 진행될 수 있게 무주택자 및 유주택자라도 자녀 거취 등을 이유로 대출을 원하는 사람 등 실수요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또한 이 원장은 “추석 전후로 은행들의 구체적인 대책이 나오면 좋겠다”며 “은행에서 예측 못한 가계대출 급증 추이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 금감원이 일률적·구체적 대책을 제시하기 어렵겠지만 (은행들이) 합리적인 기준을 제시해 소비자 혼란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당대출’ 우리금융, 책임 판단은 주주 몫”
이 원장은 최근 우리금융에서 발생한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과 관련해 추가 입장도 내놨다. 그는 “(현) 경영진에 대한 직접적 책임은 이사회나 주주들이 판단할 몫”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근 해당 사태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는 이 원장의 발언이 현 회장이나 은행장 사퇴 압박 등으로 해석되는 데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원장은 “여신 실행이든 뭐가 됐든 관계 지향적으로 운용해 수익성이나 건전성에 숨겨진 리스크를 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현 경영진의 책임’을 말한 것이지 그 이상의 의미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 원장은 “과거의 일이긴 하지만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에 대응하는 방식이라든가 이런 걸 볼 때 과연 발본색원 의지가 있는지, 조직 개혁 의지가 있는지 등 그런 측면에서 최근의 매니지먼트가 책임이 있지 않나 하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우리금융의 생명보험사 인수에 대해선 “몰랐다”고 했다. 우리금융은 지난달 28일 이사회를 열어 동양생명보험과 ABL생명보험 인수를 결의하고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했다.
이 원장은 “생보사 인수를 검토 중인 것 정도만 알았지 그런 계약이 체결된 것은 신문을 보고 알았다”며 “보험사는 리스크 팩터가 은행과는 다른 측면이 있는데 과연 그런 것들이 정교하게 지주단의 리스크에 반영이 됐는지에 대해 걱정이 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 계약이지만 인허가 문제가 있다보니 어떤 리스크 요인이 있는지에 대해 금융위나 감독원이랑 소통을 했어야 하는데 그런 소통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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