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부동산 공화국에서 ‘주식 공화국’으로…‘98조원’ 움직인 머니무브
- [K증시, 머니무브의 시대]①
예금·부동산 자금 증시로 이동 뚜렷
주식 이어 ETF 열풍에 투자 문화도 변화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부동산 불패? 그런 신화는 없다. 주식시장 정상처럼 모든 것이 정상을 되찾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월 6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서 이렇게 밝혔다. 현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부동산보다 자본시장’ 기조를 견지해왔다. 오랜 기간 한국 사회를 지배해온 ‘부동산 공화국’의 흐름을 끊어내고, 부동산에 묶여 있던 자산을 생산적인 금융시장으로 유도하는 ‘머니무브’ 시대를 열겠다는 의지다.
정부 기조에 발맞춰 코스피를 중심으로 투자 자금이 대거 유입되며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부동산 가격 상승만 바라보던 시장의 시선이 점차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지금까지는 아파트와 토지 등 실물자산 중심으로 부의 증식이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반도체·인공지능(AI)·배당·상장지수펀드(ETF) 등 금융자산을 통한 자산 증식도 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개인 국내 주식 순매수, 전년보다 6배
올해 들어 국내 증시로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특히 단순한 개별 종목 투자뿐 아니라 ETF로도 투자 문화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과거처럼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적 접근보다 다양한 상품을 활용한 자산 배분 전략이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자리 잡기 시작한 모습이다.
이런 현상은 자금 유입 규모에서도 뚜렷한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개인의 주식 순매수 규모가 역대급으로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 28일까지 개인 투자자의 코스피·코스닥 순매수 규모는 50조7433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ETF 투자까지 포함하면 순매수 규모는 98조원 수준으로 확대된다. 이는 같은 기간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현재와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조만간 100조원 이상의 시중 자금이 국내 증시로 유입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해에도 코스피가 4000선을 돌파하며 증시 활황이 나타났지만 당시의 개인 투자자 연간 순매수 규모는 16조원 수준이었다. 올해는 반년도 지나지 않아 이를 크게 웃돌고 있다. 시장에서는 단순한 단기 랠리를 넘어 국내 자산시장 구조 자체가 변하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투자 심리는 과거 어느 때보다 강한 분위기다. 현금성 자금이 줄어드는 대신 그 자금이 주식 시장으로 유입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잔액 1억원 이하 정기예금 계좌 수는 2162만9000개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상반기 말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안전자산으로 여겨졌던 예금에서 자금이 빠져나와 증시와 ETF 등 투자 상품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투자자 예탁금은 5월 27일 기준 128조574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87조원 수준과 비교하면 약 47% 급증한 규모다. 투자자 예탁금은 투자자들이 주식 매수를 위해 증권사 계좌에 맡겨 둔 자금으로, 통상 증시 상승 기대감이 커질 때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만큼 시중 자금이 주식 시장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행 통화량 지표에서도 이런 변화는 확인된다. 지난 3월 통화량 통계에 따르면 초단기 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액은 한 달 새 12조4000억원 증가했다. 단기 대기성 자금인 MMF는 투자 대기 자금 성격이 강한 상품으로 꼽힌다. 한국은행도 이와 관련해 “주식 거래 증가에 따라 금융기관의 단기 자금 운용 수요가 확대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가 이끈 코스피…삼성·하이닉스로 대이동
현재 증시 상승을 이끄는 핵심 동력은 반도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AI 반도체 초호황 기대감이 시장 전체를 끌어올리고 있다. 개인 투자자 자금도 반도체 관련 종목에 집중되고 있다. 올해 들어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각각 27조8752억원, 22조4914억원 수준에 달했다. 반도체 ‘투톱’에 이어 현대차가 그 뒤를 이었지만 순매수 규모는 약 8조원 수준에 그쳤다.
올해에만 50조원에 달하는 개인 자금이 반도체 관련 대형주로 쏠린 셈인데,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따른 현상과 함께 부동산 억제 정책으로 현금성 자금이 국내 핵심 산업과 자본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정부 정책은 부동산 억제에서 끝나지 않고 자본시장 활성화와 밸류업 정책을 통해 주식 시장에 대한 지원을 지속해왔다. 상법 개정 논의와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활성화, 세제 개편 기대 등이 개인 투자자의 자금 유입을 동시에 자극했다는 평가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증시가 가파른 상승으로 인해 변동성도 함께 확대되고 있지만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기업 실적 개선과 AI 투자 사이클이 확실한 만큼 코스피의 지속 상승도 가능하다는 점에 무게를 싣고 있다. 전쟁에 따른 공급 충격과 물가 부담에도 AI 투자 사이클이 지속되는 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가 국내 증시를 이끌 것이란 분석이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코스피 예상 순이익은 689조원, 내년은 853조원까지 증가할 예정으로 연말까지 내년 순이익을 지수가 선반영한다면 코스피 시가총액은 8499조원이 된다”며 “지수로 환산하면 (코스피는) 1만380포인트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코스피 고점과 관련해 “코스피 반도체의 순이익 추정치가 하향 조정될 때 이익 증가를 기반으로 한 지금의 지수 상승이 끝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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