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구현모 이어 現김영섭 KT 대표까지...“변해야 산다”
[새 판 짜는 KT, 성공할까] ①
10여년간 23조대 매출 정체기 겪은 KT
디지코 이어 AICT 기업 전환으로 변화 꾀해
[이코노미스트 라예진 기자] “빅테크가 과감히 혁신 성장을 하는 동안 국내외 통신사는 십수년간 지속적으로 성장 정체기를 겪고 있다. AICT(인공지능+정보통신기술) 기업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심각한 국면에 빠질 우려가 있다”
KT가 변화하고 있다. 11월 초 사내 방송을 통해 KT 인적 구조 변화에 관해 설명하는 김영섭 KT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정체기에 머물고 있는 KT의 사업 구조를 바꾸겠다는 의지다.
실제 KT는 10여년간 매출 제자리 걸음을 걷던 기업이었다. 2012년 매출 23조7904억원을 기록했던 KT는 2013년 23조8106억원, 2014년 23조4217억원, 2015년 22조2812억원, 2016년 22조7437억원, 2017년 23조3873억원, 2018년 23조4601억원, 2019년 24조3421억원, 2020년 23조9167억원으로 매해 작은 변동은 있었으나 2020년에도 2012년도와 마찬가지로 매출 23조원대에 머물렀다.
KT 매출 비중은 무선 사업이 38%대, 유선 사업이 28%대, 기업 사업이 21%대, 단말 사업이 11% 수준인데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무선 사업은 계속해서 정체기를 겪고 있고 그 다음 규모인 유선 사업은 매해 하락세를 나타내면서 미디어 사업 등의 호조에도 전체 매출 정체기를 계속해서 기록한 것이다.
디지코 변화하고 매출 25조원대 맞아
긴 정체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KT가 선택한 건 B2C 통신사업 중심에서 B2B 디지털 및 인공지능(AI) 기술 기업으로의 변화다. KT가 디지털을 강조하며 변화를 꾀한건 2020년 구현모 대표가 취임하면서부터다. 구 대표는 당시 취임하면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DIGICO)’으로 전환할 것을 밝히며 해당 사업을 확대해 갔다. 당시 디지코 영역 서비스 매출 비중이 2019년 38%에서 2020년에는 40%까지 커졌고 클라우드·IDC(인터넷데이터센터) 사업 성장률이 16.6%를 기록하면서 매출 상승에 영향을 끼쳤다.
일명 ‘디지코’ 전환으로 KT는 10여년간의 매출 23조원대 굴레에서 벗어나 2021년에는 매출 24조8980억원을 기록했다. 당시 별도 기준 영업 이익 역시 5년 만에 1조를 기록했다. 변화를 꾀하면서 성과를 얻은 셈이다.
또 구현모 대표 시절 구조조정은 진행되지 않았으나, 디지코 변화를 위한 사업 구조 재편은 진행됐다. 대표적으로는 통신 계열사의 매각. 구 전 대표는 2021년 기업용 무선통신 계열사인 KT파워텔을 406억원에 매각했다. 통신 부문 계열사를 매각한 건 KT의 민영화 이후 처음이었다.
결과적으로 2022년 KT 매출액은 25조6500억원으로 1998년 상장 이후 첫 매출 25조원 매출 시대를 열었다. 매출 성장세 흐름을 탄 KT는 2023년 김영섭 대표 취임 후에도 ‘탈통신’ 변화가 지속되고 있다. 이번에는 구현모 시절의 ‘디지코’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인공지능’이다.
김영섭 대표의 ‘통 큰’ AI행보
김 대표의 AI 투자 행보는 과감하다. 김 대표는 취임 이후 첫 번째 투자처로 국내 AI 스타트업 기업을 선택하기도 했다. 2023년 9월 KT는 AI 스타트업인 업스테이지와 콴다에 각 100억원씩 총 20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진행했다. 또 자체적으로 개발한 AI 모델인 ‘믿음’을 내놓은 데 이어, 지난 9월에는 글로벌 기술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와 대대적인 사업 협력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5개년간 2조4000억원 규모에 이르는 ‘통 큰’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것이다.
KT는 MS와의 계약을 통해 내년 중으로 양사가 공동으로 AI와 클라우드 기술을 연구할 수 있는 이노베이션 센터를 공동 설립하고 국내 대학과 연구기관의 참여도 확대해 AI 기술협력에 나설 예정이다. 구체적인 목표로는 내년 상반기에 GPT-4o 기반 한국형 AI 모델을 개발하고, 소형언어모델 ‘Phi(파이) 3.5’ 기반의 공공·금융 등 산업별 특화 모델을 내놓는 것이다.
사업 변화에 따른 인력 재배치도 강행됐다. KT는 빅데이터 전문 자회사인 KT 넥스알을 흡수 합병하고 네트워크 전문 자회사 두 곳을 신설해 해당 회사 및 타 그룹사에 관련 직무와 인력을 재배치한다. 신설 회사는 기술 인력과 역량을 기반으로 ‘기술 전문 회사’로 포지셔닝할 예정이다. 재배치 인원 수도 많다. KT에 따르면 자회사 전출자는 1700여명이고, 신설 회사 및 그룹사로 전출을 원하지 않는 특별희망퇴직 신청자 2800여명이다. 총 4500명 정도의 인력이 축소하게 되는 셈이다.
이 같은 ‘KT 슬림화’는 사실 구현모 전 대표 시절부터 언급 돼왔다. 구 전 대표는 2020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회사 분사 및 그룹사(계열사) 리스트럭처링(restructuring, 구조조정)을 그리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에는 계획은 있었으나 구조조정이 진행되지 않았고 김 대표 시기에 노사의 최종 합의가 마무리되면서 인력 감소가 현실화된 것이다.
KT의 사업 구조 변화 의지는 공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5일 KT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개했다. 이 계획안에 따르면 2028년까지 연결 재무제표 기준 자기자본이익률(ROE) 약 6%를 끌어올리기 위해 ACIT기업으로의 사업구조 전환, 수익성 중심의 사업구조 혁신, 재원 확충, 자사주 매입 등 세부 달성 방안 등이 계획된다. 특히 KT는 2023년 별도 기준 서비스매출의 6%를 차지하는 AI와 IT 분야의 매출 비중을 오는 2028년까지 약 3배 수준인 19%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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