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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기차의 성장은 다양한 기업의 ‘합종연횡’ 덕분”[이코노 인터뷰]

[중국 전기차의 공습] ③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
중국 정부 지원 규모 거대해…가격 경쟁력 갖춘 이유
한국 정부도 탑다운 방식으로 전기차 지원 나서야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최영진 기자] 유명 인플루언서의 입에서 “이게 된다고!” “놀랍다” 등의 감탄사가 계속 나온다. 웬만한 차량의 시승은 모두 해본 인플루언서들이지만 중국 전기차의 자율주행을 직접 체험했을 때 충격을 받은 듯했다. 오히려 “중국에서 이미 이런 차 많이 경험해 봐서 별로 놀랍지 않지만, 한국에는 이런 차가 아직 없어서 많이들 놀라는 것 같네요”라는 댓글이 차분하게 보일 정도다. 지난 11월 인플루언서들은 중국 화웨이 자율주행 솔루션과 샤오미 전기차의 자율주행 기능을 중국 현지에서 직접 체험했다. 이들이 촬영한 동영상을 보면 중국 전기차의 자율주행 기술은 마치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아니 오히려 사람이 운전하는 것보다 더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라는 말이 중국 제품에 대해 비꼼과 무시가 담겨 있던 때가 있었지만, 이제 메이드 인 차이나는 놀랍다는 말처럼 들리는 상황이 됐다. 버스 등의 상용차 시장에서만 어느 정도 통했지만 이제 세단과 SUV 등 승용차 시장에도 중국 전기차들이 본격적으로 밀려들기 시작했다. 깐깐하기로 유명한 한국 시장에서 중국 전기차의 공습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오래전부터 “중국 차의 경쟁력과 기술력을 무시하면 안 된다”라고 경고했던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중국 전기차의 공습이 거세지고 있다. 중국 전기차의 기술력 등이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가 뭔가.  
A 한국의 전기차와 비교하면 중국의 기술력이 1.5배 정도는 앞선다고 본다. 기술력이 이렇게 빠르게 좋아진 것은 정보통신(IT) 기업이나 소재·부품 기업과 자동차 업체의 자유로운 합종연횡이 큰 역할을 했다. 협력, 전문용어로 전략적 제휴를 굉장히 잘하는 것이 중국 전기차 업체의 장점이다. 중국 언론을 보면 일주일에 몇 건씩 자동차 업체와의 협업 소식이 계속 나온다. 

Q 현대자동차·기아 등의 한국 완성차 업체는 이런 협업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 
A 한국의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간의 협업이 잘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2000년대 초반부터 ICT업체를 중심으로 고유협업 모델을 개발해 시범 사업을 추진했다. 2007년 중소기업진흥법 안에 협업법을 만들기도 했다. 당시 산업부는 일본이 신협업법이라는 것을 만들고 미국과 유럽에서도 협업이 이뤄지는 것을 보고 시작했다. 여러모로 정부와 기관에서 노력했지만 자동차 분야에서 잘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현대자동차·기아가 독점적인 구조라서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중국의 전기차는 급격한 성장을 이루고 있다. 2023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1370만대 중 중국이 820만대를 차지해 1위를 기록할 정도다. 중국이 대표 전기차 기업 BYD는 지난 1~4월에 86만7000대를 인도해 글로벌 점유율 20.2%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런 성장의 배경에는 기술력이 큰 역할을 했다. 

중국의 전기차업계가 빠르게 기술력을 쌓은 원동력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IT 기업과 완성차 업체의 ‘합종연횡’이라고 분석한다. 대표적으로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화웨이는 창안자동차·세레스·체리자동차·베이징자동차 등과 손을 잡았다. 창안자동차와는 ‘아바타 12’를 제작하기도 했다. 화웨이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장착한 차량이 올해 말이면 50만대를 넘는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28일 ‘샤오미 SU7’을 출시한 샤오미는 2014년부터 니오·샤오펑 등의 기업에 투자를 해왔다. 중국 최대 검색엔진 바이두는 지리자동차와 합작했고, 이커머스 기업 알리바바는 상하이차·장강하이테크와 손잡고 즈지자동차를 설립하기도 했다. 여기에 전기차 제조기업과 IT 기업의 공격적인 데이터 수집을 허용한 것도 자율주행 기술력을 높인 원동력이다. 지난 2월 열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운영위원회에 보고된 ‘2022년 기술 수준 평가 결과’에 따르면 중국의 기술 수준은 일본(85.8%), 한국(84.2%)를 제친 86.3%를 기록했다. 전보희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 수석연구원은 ‘중국 전기차 혁신전략 및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현재 중국의 전기차 산업은 (1991년부터 시작된) ‘정책이 시장을 주도하는 단계’에서 ‘시장이 시장 스스로를 주도하는 단계’로의 전환을 맞이했다”고 평가할 정도다. 

중국 정부의 탑다운 방식 지원 효과 발휘
 
Q 중국 전기차는 가성비로 유명하다. 이게 가능한 이유가 뭔가. 
A 우선 인건비가 저렴하다. 그리고 BYD의 경우처럼 많은 완성차 업체가 배터리부터 모터, 소프트웨어까지 수직계열화를 이뤄내면서 전기차 가격을 나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중국 정부의 거대한 재정 지원 덕분에 가격 경쟁력을 이뤄냈다. 자료를 조사해 보니 전기차 기업에서 세금을 거의 걷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법인세를 받아도 기업에 돌려주는 식으로 지원하고 있다. 세금을 거의 내지 않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2023년 중국 정부는 개인이 전기차를 사면 주는 전기차 보조금을 없앴다. 전기차가 내연 기관차와 비교해도 가격에서 경쟁력이 생긴 것이다. 

Q BYD는 2016년에 이미 ‘비야디 코리아’를 설립해 상용차 시장에 진출했다. 내년에 승용차 시장 진출한다고 선언했다. 중국 지리그룹 전기차 브랜드 지커도 지난 9월 한국 대표를 선임하고 내년에 한국 법인을 설립한다. 중국 전기차가 한국 시장에 안착할 것으로 생각하나. 
A 지난해 한국 시장에 판매된 자동차가 175만대 정도다. 규모가 적은 시장이 아니다. 지난해 수입차 판매량은 27만대 정도다. 한국에서 수입차는 15만대가 최대일 것으로 예측한 적이 있는데, 그것을 뛰어넘은 지 오래됐다.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BYD는 차 종류가 다양하다. 우선은 저렴한 모델부터 들어오겠지만 어느 정도 판매량이 올라가면 프리미엄 모델도 선보일 것이다. 손해를 보더라도 한국 시장에서 추이를 지켜보면서 공략을 지속할 것이다. 

Q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A 자동차 시장은 한번 메인 스트림에서 내려오면 다시 올라가기 힘들다. 중국 전기차 업체의 연구개발(R&D) 비용은 매출액의 5%를 넘어서지만, 한국 기업은 3% 정도에 머물고 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생태계 규모는 커졌지만 오히려 혁신성은 줄어든 상황이다. 탈부착식 배터리, 무선 충전 배터리 등은 우리가 이미 2010년대 시도를 했다. 그만큼 기술이 앞섰던 것이지만, 이것을 상용화하지 못했다. 현대차·기아나 한국의 완성차 업체들이 혼자서 혁신하고 기술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힘든 상황이다. 다양한 기업과 협업을 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이렇게 시급한 상황에서는 탑다운 방식의 지원 정책이 효과적이다. 보조금이나 규제 완화 등 정부가 나서서 빠르게 지원을 해줘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 [사진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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