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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뇌관' PF 부실사태, 근본적 대책 없나[김기동의 이슈&로(LAW)]

PF대출, 사업성 평가 강화 및 시행사 자기자본 상향 필요
배임죄와 손해배상 등 법적 책임 가볍지 않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가운데 28일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태영건설의 성수동 개발사업 부지 모습.[사진 연합뉴스]
[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은 부동산 개발 사업의 핵심적인 자금 조달 방식으로 자리 잡아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부실화 사례가 급증하며 PF대출이 가진 구조적 문제점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2022년 중반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와 금리 상승으로 인해 PF대출 연체율이 급등했다. 엎친 데 덮친 격 지난해 말에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이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금융당국은 대출 구조조정과 연착륙을 위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PF대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라

PF대출의 본질은 미래 현금흐름을 담보로 대출을 실행하고 상환하는 구조다. 프로젝트의 사업성이 충분히 검토된 후 대출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국내 PF대출 시장에서는 프로젝트의 수익성이나 안정성보다는 시공사의 신용보증 여부가 대출 결정의 핵심 요소로 작용해 왔다. 이 같은 관행은 사업성이 부족한 프로젝트에도 대출이 이뤄지는 상황을 초래했으며, 경기 침체 시 대출 부실화로 이어졌다.

금융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2024년 6월 말 기준 국내 PF대출 잔액은 약 132조원에 달하며, 연체율은 3.56%로 상승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39%포인트(p) 높은 수치다. 금리 상승과 부동산 시장의 거래 위축이 맞물린 결과라 볼 수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대형 시공사가 PF대출의 보증을 서는 구조에서 비롯된다. 부동산 개발사업 시행사가 적은 자본으로도 이른 바 ‘네임드(named) 대형 건설사’인 시공사의 책임준공(지급보증)으로 대출을 끌어오는 기존 방식은 프로젝트 부실화에 따른 손실을 시공사가 떠안게 되는 결과를 낳기 일쑤였다. 이는 결국 실물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정부와 금융권의 ‘대마불사’ 신념도 구조적 문제를 키우고 있다. 대형 시공사가 위기에 처할 경우 정부가 개입해 구제할 것이라는 기대가 팽배해 있다. 태영건설 사례에서도 정부와 금융권은 대출 만기 연장과 보증 제공을 통해 위기 완화를 시도했는데, 이러한 대응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PF대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 우선, 사업성 평가를 실질적인 검증 과정으로 강화해야 한다. 현재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사업성 평가를 신뢰성과 객관성을 갖춘 절차로 전환하려면, 평가 초기 단계부터 이해관계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교차 검증 과정을 도입해 평가의 정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시행사의 자기자본 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현재 정부는 최소 20% 수준으로 상향 조정을 검토 중인데, 이는 사업의 건전성을 강화하고 부실 가능성을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더불어 금융당국은 사업장 특성에 맞춘 평가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PF대출의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

‘경제 뇌관’으로 지목받고 있는 PF부실사태를 해결하려면 정부의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시장 참여자인 금융기관들도 PF대출을 둘러싼 민·형사상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건전한 운영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사진 연합뉴스]

대책 마련으로 PF대출 장점 극대화 필요

PF대출이 가진 법적 리스크 중 가장 큰 부분은 배임죄다. 대출 실행 과정에서 사업성 검토가 부실하거나 형식적으로 진행된 경우, 담당자는 신임관계를 저버렸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배임죄는 사업 관련자가 의무를 위반해 재산상 손해를 초래했을 때 성립한다.

법원 판례에 따르면 금융기관의 여신 담당자는 채무자의 재무 상태, 신용 상태, 상환 능력 등을 철저히 검토하고, 담보물건의 가치와 채권 확보 가능성 등을 확인해야 한다. 특히 브리지론 형태의 PF대출에서는 사업 승인 여부와 토지 소유권의 완전성을 검토하는 것이 필수다.

이를 소홀히 하면 대출 부실화로 이어지고, 담당자는 배임죄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 여신기관 관련자들이 감정평가법인의 졸속 평가에 근거한 형식적인 사업성 심사만 거치거나, 이러한 과정조차 없이 PF대출을 실행하여 배임죄로 기소된 사례가 있다.

PF대출에서 민사적 책임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대법원은 금융기관이 충분한 정보 수집과 검토를 통해 합리적인 경영 판단을 내렸다면, 이후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는 사업성 평가 과정에서 철저함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법적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핵심임을 의미한다. 특히, 대형 시공사에 대한 과도한 신용 의존을 줄이고 프로젝트 자체의 수익성에 기반한 대출 시스템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PF대출은 대규모 자본을 활용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중요한 금융 수단이다. 그러나 사업성 평가와 리스크 관리가 소홀했던 관행은 반복적으로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PF대출이 지속 가능하려면, 형식적인 대출 실행 관행에서 벗어나 철저한 사업성 검토와 이해관계자의 책임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 정부와 금융기관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PF대출이 가진 장점을 극대화해야 할 것이다.

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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