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오래, 간편하게…‘비만 치료제’ 열풍에 제약사도 개발 경쟁
[위고비 돌풍 빛과 그림자]①
美 비만치료제 급여 확대 논의 활발
주사제서 경구제로…비만 시장 잡으려는 제약사들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기적의 비만치료제’로 불리며 위고비가 흥행 돌풍을 일으킨 이후 인해 비만치료제를 향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약물을 몇 번 투여하는 것만으로 체중을 상당히 줄일 수 있는 이 약물은 세계 각국에서 출시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 비만 환자가 많은 미국의 경우 보험 제도를 통해 위고비를 비롯한 약물 활용을 확대하려는 추세다.
美 행정부, 비만치료제 급여 확대 제안
미국 정부는 비만 환자의 수를 줄이기 위해 비만치료제의 확대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올해 11월 말 미국의 공공 의료 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이 시중의 비만치료제를 사용할 때 더 넓은 범위의 급여를 적용받도록 하는 규정을 의회에 상정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비만치료제의 보험 급여 범위를 확대하려는 이유는 해당 의약품이 비만을 치료하는데 효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비만은 여러 합병증의 원인으로 지목되는데, 비만율이 줄면 그만큼 보건·복지 분야에 정부가 지출해야하는 비용도 줄어들 수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의 20세 이상 성인의 비만율은 2000년 30.5%에서 2020년 41.9%로 증가했다. 비만치료제가 도입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비만율은 약 2%포인트(p) 하락했다.
미국의 비만치료제 처방 건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헬스케어 기업 굿알엑스가 이달 초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위고비의 처방 건수는 올해 초와 비교해 100% 늘었다. 또 다른 비만치료제인 젭바운드도 같은 기간 처방 건수가 300% 증가했다. 보험 적용 범위가 좁은 현재도 많은 사람이 비만치료제를 찾고 있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치솟은 비만율을 낮추기 위해 수십 년 동안 공중 보건 캠페인과 세금 혜택 등을 시행했다. 하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고, 미국의 비만율은 매년 상승했다. 미국 정부가 위고비를 비롯한 비만치료제를 비만 해결의 열쇠 중 하나로 보고 있다. 비만 환자들이 비만치료제를 투약하면 비만율이 더 빠르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는 뜻이다.
여러 비만치료제 중에서도 위고비와 같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의 비만치료제가 다양한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위고비는 여러 임상시험을 통해 체중 감량 효과를 입증했고 여러 심혈관계질환의 발생을 줄이는 효과도 보였다.
문제는 비싼 가격이다. 미국에서는 비만 환자가 위고비와 젭바운드 등을 한 달가량 사용하려면 1000달러(약 140만원) 정도를 부담해야 한다. 위고비를 개발한 덴마크 기업 노보 노디스크는 한국과 캐나다, 독일 등에 약물을 출시했는데, 미국의 판매 가격이 5~6배 수준 높다. 미국의 비만 환자는 해당 약물을 오래 사용하려면 충분한 경제력이 있거나, 비용 지원을 받아야 하는 셈이다.
경쟁 약물 출시 봇물…가격 하락할까
제약바이오기업 사이에서도 위고비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위고비의 성공 사례를 보고 국내외 많은 기업이 비만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현재 당뇨병 치료제 명가로 불리는 일라이 릴리가 위고비를 개발한 덴마크 기업 노보 노디스크와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지만, 향후 더 많은 비만치료제가 출시되면 약물의 공급 가격도 낮아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차세대 비만치료제는 현재의 비만치료제보다 체중 감량 효과가 뛰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형태는 주사제에서 경구제(먹는 약)로 변경되는 모습이다. 한승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서 보고서를 통해 “비만 신약은 올해까지 체중 감소 측면에서 경쟁했다”라면서도 “내년에는 장기 지속형 약물과 경구용 약물 등 유지 요법으로 (경쟁이) 확장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경구제 형태의 비만치료제 개발은 이미 하나의 흐름이 됐다. 일라이 릴리는 경구용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LY-3502970의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로슈와 아스트라제네카도 각각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CT-996과 AZD5004의 임상시험을 추진하고 있다. 두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모두 하루 한 알 복용하는 경구제 형태의 약물이다.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VK2735로 뛰어난 체중 감량 효과는 물론 낮은 부작용까지 보여준 바이킹 테라퓨틱스도 경구제 형태의 비만치료제를 함께 개발 중이다. 바이킹 테라퓨틱스에 따르면 경구제 형태의 VK2735를 28일간 100mg 투약한 환자는 체중의 8.2%를 감량했다. 100mg은 상당히 많은 양이지만 이를 투약한 환자는 11% 정도만 구토를 경험했다.
국내 기업도 비만치료제의 체중 감소 효과를 높이는 한편 경구제인 비만치료제를 완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HM15275를 개발하는 한미약품이 대표적이다. HM15275의 강점은 비만치료제를 투여하거나 복용했을 때 근육도 줄어드는 효과를 낮췄다는 것이다. HM15275는 전임상 단계에서 젭바운드보다 높은 체지방 감소율을 보였지만 근손실 감소율은 더 낮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국내 기업 디앤디파마텍도 미국 협력 기업인 멧세라를 통해 GLP-1 계열의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DD02S를 경구제로 개발하고 있다. 최근 북미 지역에서 모집한 환자에게 약물을 처음으로 투여했다. 경구제 형태의 약물은 위장관에서 잘 분해돼 개발이 어려운데, 디앤디파마텍은 자사 기술을 적용해 흡수율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프로젠도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PG-102를 미국의 라니 테라퓨틱스와 경구제로 개발한다. 라니 테라퓨틱스의 기술로 비만치료제의 생체이용률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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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행정부, 비만치료제 급여 확대 제안
미국 정부는 비만 환자의 수를 줄이기 위해 비만치료제의 확대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올해 11월 말 미국의 공공 의료 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이 시중의 비만치료제를 사용할 때 더 넓은 범위의 급여를 적용받도록 하는 규정을 의회에 상정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비만치료제의 보험 급여 범위를 확대하려는 이유는 해당 의약품이 비만을 치료하는데 효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비만은 여러 합병증의 원인으로 지목되는데, 비만율이 줄면 그만큼 보건·복지 분야에 정부가 지출해야하는 비용도 줄어들 수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의 20세 이상 성인의 비만율은 2000년 30.5%에서 2020년 41.9%로 증가했다. 비만치료제가 도입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비만율은 약 2%포인트(p) 하락했다.
미국의 비만치료제 처방 건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헬스케어 기업 굿알엑스가 이달 초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위고비의 처방 건수는 올해 초와 비교해 100% 늘었다. 또 다른 비만치료제인 젭바운드도 같은 기간 처방 건수가 300% 증가했다. 보험 적용 범위가 좁은 현재도 많은 사람이 비만치료제를 찾고 있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치솟은 비만율을 낮추기 위해 수십 년 동안 공중 보건 캠페인과 세금 혜택 등을 시행했다. 하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고, 미국의 비만율은 매년 상승했다. 미국 정부가 위고비를 비롯한 비만치료제를 비만 해결의 열쇠 중 하나로 보고 있다. 비만 환자들이 비만치료제를 투약하면 비만율이 더 빠르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는 뜻이다.
여러 비만치료제 중에서도 위고비와 같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의 비만치료제가 다양한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위고비는 여러 임상시험을 통해 체중 감량 효과를 입증했고 여러 심혈관계질환의 발생을 줄이는 효과도 보였다.
문제는 비싼 가격이다. 미국에서는 비만 환자가 위고비와 젭바운드 등을 한 달가량 사용하려면 1000달러(약 140만원) 정도를 부담해야 한다. 위고비를 개발한 덴마크 기업 노보 노디스크는 한국과 캐나다, 독일 등에 약물을 출시했는데, 미국의 판매 가격이 5~6배 수준 높다. 미국의 비만 환자는 해당 약물을 오래 사용하려면 충분한 경제력이 있거나, 비용 지원을 받아야 하는 셈이다.
경쟁 약물 출시 봇물…가격 하락할까
제약바이오기업 사이에서도 위고비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위고비의 성공 사례를 보고 국내외 많은 기업이 비만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현재 당뇨병 치료제 명가로 불리는 일라이 릴리가 위고비를 개발한 덴마크 기업 노보 노디스크와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지만, 향후 더 많은 비만치료제가 출시되면 약물의 공급 가격도 낮아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차세대 비만치료제는 현재의 비만치료제보다 체중 감량 효과가 뛰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형태는 주사제에서 경구제(먹는 약)로 변경되는 모습이다. 한승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서 보고서를 통해 “비만 신약은 올해까지 체중 감소 측면에서 경쟁했다”라면서도 “내년에는 장기 지속형 약물과 경구용 약물 등 유지 요법으로 (경쟁이) 확장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경구제 형태의 비만치료제 개발은 이미 하나의 흐름이 됐다. 일라이 릴리는 경구용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LY-3502970의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로슈와 아스트라제네카도 각각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CT-996과 AZD5004의 임상시험을 추진하고 있다. 두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모두 하루 한 알 복용하는 경구제 형태의 약물이다.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VK2735로 뛰어난 체중 감량 효과는 물론 낮은 부작용까지 보여준 바이킹 테라퓨틱스도 경구제 형태의 비만치료제를 함께 개발 중이다. 바이킹 테라퓨틱스에 따르면 경구제 형태의 VK2735를 28일간 100mg 투약한 환자는 체중의 8.2%를 감량했다. 100mg은 상당히 많은 양이지만 이를 투약한 환자는 11% 정도만 구토를 경험했다.
국내 기업도 비만치료제의 체중 감소 효과를 높이는 한편 경구제인 비만치료제를 완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HM15275를 개발하는 한미약품이 대표적이다. HM15275의 강점은 비만치료제를 투여하거나 복용했을 때 근육도 줄어드는 효과를 낮췄다는 것이다. HM15275는 전임상 단계에서 젭바운드보다 높은 체지방 감소율을 보였지만 근손실 감소율은 더 낮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국내 기업 디앤디파마텍도 미국 협력 기업인 멧세라를 통해 GLP-1 계열의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DD02S를 경구제로 개발하고 있다. 최근 북미 지역에서 모집한 환자에게 약물을 처음으로 투여했다. 경구제 형태의 약물은 위장관에서 잘 분해돼 개발이 어려운데, 디앤디파마텍은 자사 기술을 적용해 흡수율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프로젠도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PG-102를 미국의 라니 테라퓨틱스와 경구제로 개발한다. 라니 테라퓨틱스의 기술로 비만치료제의 생체이용률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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