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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거래소 3월 출범…70년 독점 깨는 기대와 우려는

[거래소 경쟁 시대가 온다]①
자본시장 효율성 제고…투자자 편의 확대
정보 비대칭성‧불공정 거래 등 대비해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해 5월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금융투자협회, 한국거래소, 넥스트레이드 등 유관기관과 함께 개최한 ATS 운영방안 세미나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사진 금융위원회]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국내 첫 대체거래소(ATS·다자간매매체결회사)인 ‘넥스트레이드’가 3월 출범을 코앞에 두고 있다. 한국거래소(KRX)가 68년간 독점하던 국내 증권거래시장이 경쟁 체제로 돌입할 예정인 가운데, 시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넥스트레이드는 지난해 11월 29일 금융위원회에 본인가를 신청했다. 넥스트레이드는 금융당국의 본인가를 획득하고 올해 3월부터 영업을 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넥스트레이드는 지난해 7월 금융위원회로부터 상장 주식, 증권예탁증권 등에 대한 ATS 투자중개업 예비인가를 취득했다.

넥스트레이드가 출범하면 1956년부터 70년 가까이 이어진 KRX 독점 체제가 복수 시장 체제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ATS는 정규거래소의 매매체결 기능을 제공하는 모든 형태의 증권거래시스템을 말한다. ATS 설립 근거는 지난 2013년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마련됐다. 증권 유통 시장 경쟁 촉진을 통해 자본시장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투자자 편의를 확대하기 위해 도입됐다.

미국·유럽·일본 등 대부분 선진국은 ATS를 이미 도입해 정규거래소와 ATS 간 경쟁 체계가 정착됐다. 해외 ATS는 정규거래소 대비 ▲낮은 거래비용 ▲새로운 기술 ▲다양한 주문제도 ▲고객중심의 수수료 체계 등을 추구한다.

시장에서는 ATS 설립으로 주식 투자의 접근성과 편익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넥스트레이드는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을 추가해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하루 12시간 주식 거래를 할 수 있게 만든 게 특징이다. 거래 시간 연장으로 인해 투자자가 자신의 라이프 사이클에 맞춰 투자할 수 있는 선택의 기회가 더 확충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우선 ATS 출범 이후 KRX의 종가 단일가 매매 시간은 오후 3시 2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로, 지금과 같이 유지된다. 다만 해당 10분간 ATS 거래는 중단된다. 당초 KRX는 넥스트레이드 출범에 따른 시세 조종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오후 단일가 매매 시작 시점을 3시 25분으로 늦춰 총거래 시간을 5분으로 단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종가 관여 여부 확인, 투자자 협의 절차 등을 수작업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시장 참여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단일가 매매 시간은 그대로 두고 넥스트레이드의 거래만 멈추기로 했다.

또한 오후 4시~6시에 열리는 KRX의 시간 외 단일가시장에서 넥스트레이드의 상장 종목은 매매 대상에서 제외된다. 넥스트레이드가 오후 3시 30분부터 8시까지 애프터마켓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그간 시장에서는 KRX 단일가시장과 넥스트레이드 매매 시장을 동시에 운영할 경우 같은 종목이 2개의 가격을 갖게 돼 불공정거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대체거래소 3월 출범…70년 독점 깨는 기대와 우려는

선진국 ATS 간 경쟁 정착 “제도‧시스템 보완 필요”

ATS 도입으로 거래 시장 간 수수료 경쟁이 발생하면서 투자자의 거래 비용 인하 효과도 예상된다. 넥스트레이드는 KRX보다 매매체결 수수료를 20~40% 수준 인하할 예정이다. 

중간가호가와 스톱지정가호가 등 새로운 호가도 도입된다. 국내기관·연기금·개인 등의 국내 투자자에게 해외 선진 호가 주문 방식을 제공해 국내 투자자의 수익률 제고가 가능할 것이란 예상이다.

다만 ATS 개장 직후에는 코스피·코스닥에서 유동성이 높은 종목 800여개만 거래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이후 거래 종목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ATS 도입이 거래소 간 경쟁을 촉진하며 시장의 효율성을 높일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넥스트레이드 측은 “해외는 ATS의 등장 후, 매매체결 서비스 경쟁 속에 거래량이 크게 증가해 주식시장이 질적으로 개선됐다”며 “우리나라도 ATS 도입 이후 장기적으로 해외와 같은 유동성 증가, 시장효율성 증대가 예상된다”고 기대했다.

이 밖에 거래시장 간 정보기술(IT) 경쟁이 자본시장 인프라 고도화로 이어지며 정규거래소 대비 매매체결 속도도 향상될 것이란 전망이다. 상장지수펀드(ETF)나 상장지수증권(ETN) 등 ATS 거래대상 상품도 확대될 예정이다.

다만 시장 안정성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ATS의 등장으로 유동성이 분산될 경우, 일부 종목에서 거래량이 감소하고 가격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또한 대체거래소가 규제의 사각지대가 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해외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왔다. 미국은 스마트 오더 라우팅(Smart Order Routing) 시스템을 통해 분산된 거래소 간 효율적인 주문 실행이 가능하게 했다. 투자자의 주문을 가장 유리한 가격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여러 거래소를 자동으로 검색해 최적 경로를 찾아주는 식이다.

유럽은 금융상품시장지침(MiFID II)을 통해 다크풀 거래 비중을 제한하며 유동성 분산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다크풀은 장 시작 전 미리 매수와 매도 주문을 받고, 장이 끝나면 당일 평균주가에 가중치를 부여해 매매를 체결하는 장외시스템이다.

일본은 ATS 운영자들에게 주요 거래 정보 및 실적을 규제 당국과 투자자들에게 정기적으로 공개하도록 의무화했다. 또한 일본 금융청(FSA)은 실시간 시장 감시 시스템을 통해 불공정 거래를 방지하고 규제를 준수하도록 감독한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ATS의 올바른 정착을 위해 통합 데이터 시스템 도입과 거래 감시 체계 강화 등 글로벌 사례를 적극적으로 참고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한다.

금융업계 전문가는 “미국과 유럽에서도 ATS가 처음 도입됐을 때, 정보 비대칭 문제와 불공정 거래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며 “투명성을 높이고, 공정 경쟁을 유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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