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IMA 1호’ 사업자 정조준…내부통제·리스크 관리 시험대
- [금융 CEO 열전 2 ] ②
당국, 기관경고 제재이력 등은 변수
PF·발행어음 리스크도 구조적 부담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한국투자증권이 올해 상반기 금융투자업계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업계 1위 입지를 공고히 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두 자릿수 성장세를 달성하며 ‘넘버원 전략’의 성과를 입증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번 호실적은 글로벌 유동성 회복과 증시 활황이라는 외부 환경의 수혜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따른다. 시장 호조세가 꺾일 경우 방어력이 입증될지는 불투명하다.
특히 기업금융(IB)·발행어음·부동산 PF 등 고위험·고수익 구조에 편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이 선택한 돌파구는 종합투자계좌(IMA) 인가다. 자기자본 확충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이지만, 반복된 내부통제 허점과 금융당국 제재 이력이 ‘1호 사업자’ 도전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올해 6월 말 기준 별도 자기자본은 10조5216억원으로 종투사 요건인 8조 원을 상회, 발행어음 잔액은 17조9725억원으로 업계 최대 규모다. 단순 계산 시 IMA 인가를 받을 경우 최대 10조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추가로 끌어올릴 수 있다.
IMA 제도는 자기자본의 최대 300%(발행어음은 200% 이내)까지 조달·운용을 허용한다. 발행어음 한도를 이미 소진한 한투 입장에서는 인가가 곧 새로운 성장 엔진을 의미한다.
한국투자증권은 IMA 시장 안착을 위해 글로벌 금융사와의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2023년 세계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중 하나인 칼라일그룹과 협력해 해외 크레딧 상품 독점 판매권을 확보했다. 같은 해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사모펀드를 출시했다. 올해 5월에는 골드만삭스자산운용과 양해각서(MOU)를 체결, 펀드 소싱·자료 공유·직원 교류를 확대했다. 6월에는 미국 대체투자사 클리프워터 지분을 인수하며 상품 공급력을 보강했다.
이 같은 글로벌 소싱 노력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개인 고객 금융상품 잔고는 올 6월 말 기준 76조원대로 불어났다. 매달 약 1조50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이 리테일 채널로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를 IMA 초기 시장의 안정적 기반으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모회사 한국금융지주의 지원도 탄탄하다. 올해 9월 한국투자증권은 90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고, 같은 달 한국금융지주는 45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섰다. 이는 모두 한국투자증권 자본 확충에 투입될 예정이다. 연말 기준 자기자본은 12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내부통제 허점…인가 심사 변수
다만 IMA 인가의 최대 변수는 내부통제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들어서만 세 차례 금융당국 제재를 받았다. 지난 3월에는 불건전 영업 행위 위반으로 기관경고와 함께 과태료 44억9000만원이 부과됐고, 일부 임직원은 정직·감봉 처분을 받았다. 이어 4월 초에는 전자금융거래 안전성 확보 의무 위반으로 기관주의 및 과태료 1800만원 조치가 내려졌다. 같은 달 중순에는 사모펀드 불완전판매와 설명의무 위반 등으로 또다시 기관경고를 받았다.
회계 오류도 드러났다. 한국투자증권은 2019~2023년 5년 치 사업보고서를 정정하면서 매출 차이가 5조원 이상 발생했다. 지난 8월에는 외환거래 관련 회계 오류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았다. 고의성은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지만, 동일한 오류가 재발할 경우 즉각 회계 감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 관리 역량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김성환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360도 리스크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연이어 발생한 제재와 오류는 말과 현실의 괴리를 드러냈다.
여기에 한국투자증권의 기존 사업 구조 역시 부담 요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는 자기자본의 40%를 웃도는 수준이며 이 가운데 70% 이상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다. 중·후순위 비중도 높아 경기 둔화 시 충당금 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
발행어음 역시 리스크로 지목된다. 현재 잔액 18조원 대부분이 단기 만기에 몰려 있어 차환 리스크가 존재한다. 자기자본 대비 비매칭 차입부채 비율은 2.8배로, 주요 경쟁사 대비 높은 편이다. 발행어음이 수익성 강화의 핵심 축이었던 만큼, 안정적인 차환 능력이 흔들리면 시장 신뢰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연내 IMA 신규 사업자를 지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제재 이력, 대주주 요건 등 심사 기준이 강화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올해가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투증권은 자본력과 글로벌 소싱 능력에서 경쟁사보다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반복된 내부통제 실패와 구조적 리스크 관리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인가 도전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상반기 최대 실적은 한국투자증권의 단기 경쟁력을 증명했다. 하지만 이제 시장의 시선은 IMA 인가 여부에 쏠려 있다. 김성환 대표가 내세운 ‘넘버원 전략’이 IB 중심의 단기 성과에 그칠지, 아니면 IMA를 발판으로 장기적 성장 기반을 구축할지는 향후 리더십의 성패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투증권은 자본력과 딜 소싱 역량에서 확실히 우위에 있다”면서도 “투자자 보호와 내부통제 신뢰를 입증하지 못한다면 1호 사업자 타이틀도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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