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억 중국인들이 움직였다…한·중 경제 효과는 [특파원 리포트]
- 중국 최대 명절인 국경절 연휴 지나, 하루 3억명씩 이동
디플레 위기 빠진 중국, 황금연휴 기점 소비 활성화 기대

[이데일리 이명철 베이징 특파원] 중국 최대 황금연휴 중 하나인 국경절·중추절이 시작하기 전 베이징에 살고 있는 한 중국 지인은 고향에 갈 준비로 바빴다. 그가 자란 곳은 중국 남부 하이난성으로 베이징에서 비행기로만 4시간이 걸린다. “일이 바빠 일 년에 춘절과 국경절 두 차례 아니면 고향을 가기 어렵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중국에서는 아직 자유롭게 연차를 사용하는 문화가 자리 잡지 않아 평범한 직장인은 장기 휴가를 쓰기가 사실상 어렵다. 이에 춘절(음력 설)과 국경절 연휴는 고향이든 여행이든 움직일 수밖에 없는 최대 ‘성수기’가 된다. 중국 내부는 물론 이웃 나라인 한국에서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대목’인 것이다.
中, 하반기 성수기 맞춰 소비 진작 대책 내놔
중국의 올해 국경절과 중추절 연휴는 지난 10월 1일부터 8일까지 8일 동안 이어졌다. 아직 구체적인 통계는 발표되지 않았으나 중국 교통운수부는 연휴를 앞두고 열린 브리핑을 통해 1~8일 전체 유동량(연인원 기준)이 23억6000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국경절·중추절 연휴 때 지역간 이동은 약 19억4000만명이었는데 이보다 4억명 이상 늘어난 것이다.
전체 이동 규모가 늘어난 이유는 우선 지난해까지 7일이었던 연휴 일수가 올해부터 8일로 늘었기 때문이다. 휴일이 늘어나는 이유는 직장인들을 좀 더 오래 쉬게 함으로써 내수 소비를 진작하려는 정부 차원의 의도 때문이다. 앞서 춘절과 노동절 연휴도 기존 7일, 4일에서 각각 하루씩 연장하면서 소비 활성화를 유도한 바 있다.
이번 연휴 하루 평균 이동 규모도 2억9500만명으로 지난해 연휴(약 2억7700만명)를 앞선다. 하루에 3억명에 달하는 인원들이 고향을 찾거나 여행을 위해 다른 곳으로 떠나는 것이다.
베이징, 상하이 같은 대도시는 물론 칭다오, 난징 등 관광명소가 많은 도시들에도 사람이 몰린다. 1년에 몇 번 없는 휴일인 만큼 벌이가 변변찮은 중국인들도 이때는 지갑을 여는 경우가 많다.
매년 하반기 벌어지는 소비 성수기는 경제 지표에도 영향을 준다. 중국 소매판매의 전년 동월 대비 증가 폭을 보면 코로나 봉쇄 정책이 해제됐던 2023년 10월에는 7.6% 증가했다. 특히 11월(10.1%)과 12월(7.4%)에도 소비 성장세가 지속되면서 연간 경제 성장률 달성에 기여했다.
지난해 10월은 높은 기저효과에도 4.8%로 연간 최고 증가 폭을 기록했다. 국경절·중추절 연휴 후 11월에는 ‘중국판 프라이데이’인 광군절이 있기 때문에 대규모 할인 행사를 통해 소비를 유도하는 효과도 있다.
올해도 이번 황금연휴에 거는 기대가 크다. 중국 소매판매 증가율을 보면 5월(6.4%) 정점을 찍은 후 8월에는 3.4%까지 낮아졌다.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0% 안팎 상승률을 이어오다 8월 들어 0.4% 하락했다. 수요 부진으로 가격이 떨어지는 디플레이션이 심화하는 것이다.
중국 정부도 국경절·중추절 연휴를 기점으로 소비가 살아나길 기대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 국가발전개혁위원회·문화관광부·인민은행은 지난 9월 17일 서비스 소비를 확대하겠다면서 3억3000만위안(약 650억원)의 소비 보조금 지급 등 여러 대책을 내놨다. 특히 국경절·중추절에 맞춰 이달에만 여러
지역에서 문화 공연과 여행·축제·전시회 등 2만5000여개의 소비 활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이웃국 한국도 큰 영향, 4중전회 부양책에 주목

중국 황금연휴가 경제 성장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는 불확실하다. 매년 반복되는 명절, 즉 계절성이 있어 올해라고 특별히 급격한 성장을 이루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지난해 기저효과가 작용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에 시장에서 기대하는 것은 연휴가 지난 후 중국 정부 차원의 부양책이다. 중국은 올해 더 적극적인 재정 정책과 적절히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펼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 본격적인 재정 투입이나 금리 인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10월 20일부터는 중국공산당 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 회의(4중전회)가 열린다. 4중전회에서는 내년부터 시작하는 5개년 계획 등 주요 경제 정책을 논의할 예정인데 이때 올해 경제 성장을 위한 추가 부양책도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쉬웬유 중국 화타이증권 연구원은 “국경절 연휴 미국의 관세 등으로 대외 부정적 영향이 증가하고 있다”며 “내부에서는 새로운 5개년 계획과 새로운 정책에 대한 기대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중국의 국경절 연휴는 우리와도 적지 않은 관계가 있어 지켜볼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 9월 29일부터 중국인 단체 관광객(3인 이상)에 대해 15일 동안 비자를 면제하기로 했다. 이에 당장 서울이나 제주도 등 인기 관광지로 중국인 관광객들이 속속 입국하고 있다. 반중 정서를 갖고 있는 일부에서는 중국인 입국 증가에 따른 범죄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으나 여행·유통업계에서는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무비자를 적용하는 내년 6월 30일까지 약 9개월 동안 100만여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조사를 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은 460만명인데 이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특히 이번 연휴 8일간 입국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 아직 정확한 통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면세점 등 유통 업계는 중국인 관광객 대상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비자 면제 조치를 통해 한·중 관계가 개선돼 한한령 완화 같은 추가 조치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GT)는 “중국 단체 관광객에게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는 것은 한국 새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한 중요한 조치”라며 “우리는 이러한 조치가 더욱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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