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광주 대신 함평행' 금호타이어...부지 매각 답보에 주민 합의도 난항
- 전남 함평 빛그린산단 新공장 ‘빨간불’
광주공장 화재 여파에 당면 과제 수두룩

광주공장 화재, 멈춰 선 주력 라인
지난 5월 광주공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는 금호타이어 경영 전략의 근간을 흔들었다. 광주공장은 승용차·스포츠유틸리티차(SUV)용 타이어를 주력으로 생산해 회사 전체 매출과 이익의 상당 부분을 책임져온 핵심 거점이었다. 연 매출은 9000억원, 영업이익은 950억원에 달해 그룹 내에서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했다.
하지만 화재로 하루 3만본에 달하는 생산이 전면 중단됐다. 전체 생산능력의 15%가 한순간에 사라진 것이다. 매출과 이익이 줄어든 것은 물론, 공장이 멈췄는데도 월 120억원 규모의 고정비는 고스란히 회사가 떠안아야 했다. 정부로부터 6개월간 180억원의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았지만, 전체 손실을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광주공장의 정상화는 여전히 더디다. 회사는 지난 9월부터 시험 생산에 돌입했지만, 품질 안정성과 생산 공정 검증이 필요해 시운전을 반복하고 있다. 일부 라인의 컨베이어 교체 작업도 남아 있어 본격 재가동 시점은 더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 광주공장이 멈춰선 동안 곡성·평택공장이 분산 생산을 맡고 있으나, 규모가 제한적이어서 손실을 메우기엔 역부족이다.
지역 주민 보상 문제도 부담이다. 피해대책위원회는 “해체 과정 공개와 장기적 건강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주민 보상 협의가 길어질수록 공장 정상화 과정도 더뎌질 수밖에 없다.

‘재건 대신 이전’…함평 신공장 카드
금호타이어는 결국 광주공장을 재건하는 대신 함평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사실 신공장 건설 논의는 2019년부터 있었다. 당시에도 광주 도심에 위치한 노후 공장을 옮기자는 의견이 제기됐지만, 광주 부지 용도 변경 문제와 투자 부담으로 지지부진했다.
그러다 이번 화재로 생산이 사실상 멈추자 상황이 달라졌다. 광주시가 인허가 문제에 유연해지면서 이전 논의가 속도를 냈고, 회사는 결국 ‘재건 대신 이전’을 택했다. 지난 7월 노사 합의를 통해 ▲광주공장 부분 생산 재개 ▲2028년까지 함평 신공장 1단계(연 530만본) 완공 ▲광주 부지 매각 후 함평 증설(2단계)이라는 로드맵을 확정했다.
하지만 함평 신공장이 ‘구원투수’가 되려면 수많은 과제를 넘어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재원 마련이다. 신공장 건설에는 6609억원이 투입된다. 그러나 금호타이어의 지난해 말 기준 부채총계는 3조4580억원, 총차입금 2조590억원, 순차입금 1조8330억원에 달한다. 이미 재무구조가 취약한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가 추가되는 셈이다.
화재 보험 보상금 한도가 5000억원이지만 피해 복구와 운영비로도 써야 한다. 결국 자금 조달의 핵심은 광주공장 부지 매각이다. 매각 대금이 유입돼야 함평 2단계 증설이 가능하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침체와 건축비 상승, 용도 변경 불확실성 등으로 현재 매각 협상은 답보 상태다.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 신공장 투자 일정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겹겹이 변수…재기 시험대
대외 환경도 녹록지 않다. 미국은 지난 5월부터 한국산 타이어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금호타이어는 조지아 공장(연 330만~350만 본)과 베트남 공장 생산 비중을 늘려 대응하고 있지만, 국내 생산 차질이 길어지면 미국향 공급 부담은 더 커진다. 함평 신공장이 제때 가동되지 않으면 글로벌 공급망 전략 전반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회사는 단기 대응책으로 광주 일부 라인을 시험 가동해 연내 하루 6000본, 내년 초 1만 본까지 생산량을 회복한다는 목표다. 곡성과 베트남 공장 가동률을 높이고 일부는 외주 생산으로 조달한다. 판매 측면에서는 미국 시장 가격을 평균 7% 인상했고, 유럽에서도 3~5% 가격을 올리며 수익성 방어에 나섰다.
그러나 본질적인 해법은 함평 신공장이 안정적으로 들어서느냐에 달려 있다. 광주 부지 매각 지연, 6600억원 규모 건설비, 미국발 관세 부담이 여전히 짐으로 남아 있다.
광주공장 화재는 금호타이어에 뼈아픈 상처를 남겼지만, 동시에 체질 개선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후 공장을 떠나 신설 부지에서 재출발하면 생산 효율과 비용 구조 개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공을 위해서는 자금 조달과 글로벌 시장 대응, 지역사회와의 갈등 해소라는 세 가지 과제를 풀어야 한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지역주민 피해 보상 관련 협의는 현재 75%가량 해소된 상태로, 보상 협의가 상당히 진전됐다”며 “추가 요구 보상안에 대해서는 보험사 측에서 쉽게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 원활한 합의에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광주공장 부지 매각과 관련해서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여러 매입 문의가 있었고, 미래에셋이 주관하는 컨소시엄에서도 검토가 진행됐었다”며 “그러나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 건축비 상승, 용도변경과 관련된 불확실성 등으로 현재는 매입 문의가 답보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트럼프 中관세 위협에…가상자산 182.8억달러 증발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일간스포츠
이데일리
일간스포츠
노브레인 이성우, 오늘(12일) ♥영어강사와 결혼…“나이 50에 신혼”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KF-21 뜨는데 '주유소'가 없다?…공중급유기 사업 좌초 위기[김관용의 軍界一學]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마켓인]정부 '40兆 벤처투자' 본격 시동…국민연금 출자, '제3 벤처붐' 이끄나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이병철 카나프테라퓨틱스 대표 “파이프라인마다 파트너...성공확률 UP”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