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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음저협 400억원대 소송, 무엇이 쟁점일까[백세희의 컬처&로(LAW)]

OTT 콘텐츠에 삽입된 '음악 사용료' 문제 촉발
행정소송 이긴 음저협 측, 이번엔 민사소송 제기

사단법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 건물 입구 모습.[사진 연합뉴스]
[백세희 법률사무소 아트앤 대표변호사] 최근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음저협’)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인 웨이브(Wave)를 상대로 저작물 무단 사용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음저협이 주장하는 청구액은 약 470억원이라고 알려졌다. 이에 대해 웨이브 측은 크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약 5년 전인 2020년 7월 음저협과 OTT측의 저작권료 협상이 결렬된 이후부터 본격적인 소송전이 시작됐다. OTT측은 이듬해 2월 저작권료 인상 징수규정의 개정을 승인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를 상대로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안 승인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3개월 뒤 문체부는 OTT와 음저협 상생협의체를 마련하는 등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갈등은 봉합되지 못하고 같은 해 10월 음저협은 OTT 업체들을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시간이 흘러 행정소송 제기로부터 약 3년이 경과한 2024년 1월 문체부의 저작권료 인상 징수규정 개정 승인은 적법절차에 의한 하자 없는 처분으로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행정소송에서 OTT측이 패소한 것이다. 이후 약 1년 뒤인 올 2월 음저협은 OTT 업체 중 하나인 웨이브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기 이르렀다. 

음저협-OTT 갈등, 왜 시작됐나 

그렇다면 OTT와 음저협은 왜 다투는 것일까. 양 측 갈등의 핵심은 ‘OTT 플랫폼이 서비스하는 영상콘텐츠에 들어간 음악의 사용료를 음저협에게 얼마만큼 줘야 하는지’다.

원칙적으로 저작권자는 자신이 이용하려는 구체적인 형태를 세부적으로 나눠 이를 각각 허락받아야 한다. 
추가열 한국음악저작권협회장이 지난 2023년 10월 서울 영등포구 글래드호텔에서 연 '제 1회 논문 공모전 시상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가 지난해 2월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OTT-방송영상콘텐츠 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예를 들면, 지상파 방송용 드라마를 제작하는데 기존에 발표된 노래를 이용하고 싶은 드라마 제작자는 해당 노래의 작사가와 작곡가 등에게 먼저 그 노래를 영상 파일에 덧입히는 ‘싱크’ 작업(Synchronization)에 필요한 ‘복제권’을 허락받아야 한다.

지상파 방송사는 ‘방송권’을 허락받아야 하고, 나아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다시보기 VOD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므로 이를 위한 ‘전송권’도 확보해야 한다. 제작사가 드라마 제작 단계에서 이 모든 권리를 모두 확보하고 그 금액을 계약대금에 반영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이는 제작사와 방송사가 계약하기 나름이다.

다수의 작곡가와 작사가가 음저협에 자신의 저작권 관리를 맡기고 있으므로 제작사든 방송사든 음저협에 저작권료를 지급한다. 여기까지가 대략 8~9년 전까지의 전형적인 영상콘텐츠 내 음악저작물 이용 형태였다.

하지만 2016년 거대 글로벌 OTT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 진입한 이후, 국내 자본을 바탕으로 한 토종 OTT가 하나 둘 생겨났다. 이제 많은 이들은 국내 드라마 등 영상콘텐츠를 각 방송사 홈페이지의 다시보기 서비스가 아닌, 웨이브나 티빙 등 OTT 플랫폼을 통해 시청한다. 

이런 상황에서 음저협은 국내 방송사에 방송권과 다시보기 서비스를 위한 전송권까지는 허락했으나, 방송사가 아닌 OTT 플랫폼과 같은 제3자 플랫폼을 통한 전송까지는 허락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OTT 회사들은 드라마 등 영상물 제작 당시 제작사 또는 방송사가 이미 VOD ‘전송’에 대한 이용 허락을 받았으므로 음저협이 똑같은 영상물에 대해 전송서비스 사용료를 또다시 받는 것은 이중징수라고 반박했다. 

OTT 전송 서비스는 TV방송에 비해 비교적 최근에 등장했다. 과거 기존 음악의 이용 허락 당시에는 OTT 플랫폼에 대한 지식과 경험, 관행 등이 충분히 확립돼 있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기존의 허락범위에 더해 새롭게 등장한 OTT 플랫폼 내에서의 이용까지 포함돼 있다고 단언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 점을 고려해 OTT 사업자들도 이중징수의 문제가 해결된다면 어느 정도는 사용료를 지급할 용의가 있다는 취지로 협상에 응해온 것으로 보인다.
웨이브 로고.[사진 웨이브]

OTT측 행정소송의 제기와 패소

우여곡절 끝에 사용료 지급 그 자체에는 어느 정도 합의에 이르렀다. 문제는 과연 얼마의 돈을 내야 하는가이다. 여기서 OTT 회사와 음저협 사이의 좁힐 수 없는 간극이 생겼다.

OTT 플랫폼은 자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 이미 방송사를 통해 방영됐던 콘텐츠의 제공인 만큼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상 ‘방송물 재전송서비스’ 요율인 0.625%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OTT 내에서의 다시보기 서비스도 ‘방송’이라는 것이다.

이에 반해 음저협은 OTT 플랫폼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전송’ 서비스이며, 글로벌 OTT 사업자인 넷플릭스와의 계약 요율인 매출의 2.5%가 이미 국제적 기준이므로 이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시점에서 문체부가 등장했다. 매출의 몇 퍼센트를 사용료로 부과할 수 있는지는 문체부가 결정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문체부는 2020년 12월 요율을 1.5%로 결정했다. 이 요율은 매년 증가해 2026년까지 1.9995%로 올리게 돼 있다. 그 후 어떻게 됐을까? OTT 사업자들이 문체부 장관의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형식적으로는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들었지만 결국 요율이 너무 높아 부담이 늘어난 것에 대한 불만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행정소송은 결국 2024년 1월 OTT 측의 패소로 확정됐다. 문체부의 개정안 승인에 절차상 하자가 없고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음저협이 400억원대 민사소송 제기

2021년 10월에는 음저협이 ▲왓챠 ▲웨이브 ▲티빙 ▲카카오페이지 등을 저작권법 위반을 이유로 형사 고소를 한 바 있다. 거기에 음악 창작자들 3500명이 탄원서를 내 힘을 보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만 갔다. 이 형사사건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음저협은 최근 웨이브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지난해 1월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을 둘러싼 행정소송에서 음저협 측의 승소가 확정돼, OTT로부터 상향된 요율을 적용해 저작권료를 징수할 수 있는 법적 타당성은 일응 인정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행정소송에서 법원은 문체부의 요율 인상안 승인처분에 절차상 하자가 없을 뿐만 아니라 재량권의 일탈·남용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량권의 일탈·남용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음저협의 실체법적 권리의 존재에 대한 확인도 어느 정도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까지의 보도를 종합할 때 이번 민사소송의 피고인 웨이브도 산정 금액의 과다를 주장하고 있을 뿐, 지급의무 그 자체를 부인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저작권료를 산출해내기 위한 매출액의 범위 등 필요한 정보가 당사자 간 충분히 공유되지 않아 구체적인 금액을 둘러싼 이견은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음저협으로서는 인상된 저작권료의 산정을 위하여 OTT 측이 보유한 자료를 민사소송의 문서제출명령 등 절차를 통해 소송에 현출할 필요성이 큰 상황이다. 

따라서 향후 민사소송에서 당사자는 금액 산정의 기초 금액과 산정방식에 대한 공방을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음저협과 OTT가 각각 주장하는 사용료는 큰 차이가 있는 만큼, 구체적인 입증이 어떻게 이뤄지는지에 따라 음저협의 청구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대중문화예술계에서는 이들 사이의 오랜 갈등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OTT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매체의 등장으로 이해관계인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그 의견 차이는 어떤 식으로 정리되고 있는지 다함께 살펴보자. 시간이 지나고 나면 분명 지금 이 순간이 한국의 영상·음악 산업 역사의 한 페이지로 정리될 것이라 생각한다.

백세희 법률사무소 아트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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