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질 끄는 ‘KDDX’ 샅바싸움...해군 전력 공백 우려도
- [골든타임 놓친 KDDX] ②
광개토대왕급 구축함, 2030년 전후 수명 다해
해외도 지켜보는 KDDX 사업, 국가적 손해 지적도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KDDX) 사업이 표류하면서 전력 공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KDDX는 오는 2036년까지 총 6척 건조가 예정된 대형 사업이다. 현재 운용 중인 광개토대왕급 구축함이 2030년 전후로 설계 수명을 다할 예정이어서, 차세대 전력 확보가 늦어질 경우 해군 전력 교체 주기에 심각한 차질이 불가피하다.
‘퇴역’ 다가오는 노후 함정
9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한민국 해군이 운용 중인 광개토대왕급 구축함(DDH-I) 은 총 3척이다. 1998년 7월 광개토대왕함을 시작으로, 1999년 8월 을지문덕함, 2000년 6월 양만춘함이 차례로 취역했다. 이 구축함들은 당시 한국 해군이 추진했던 ‘한국형 구축함’(KDX-I) 사업의 일환으로 건조됐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한국 해군 구축함 전력 교체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단순히 광개토대왕급 3척뿐만 아니라, 이와 유사한 시기에 건조돼 취역한 성급호위함(울산급)과 초계함(포항급) 등도 퇴역 대상에 포함될 예정이다. 또 해군은 현재까지 중기 계획에 따라 구축함급 함정의 노후 교체를 추진하고 있는데, 2028~2032년 사이에만 최소 6척 이상이 퇴역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해군이 보유한 수상 전력은 대체로 구축함과 호위함, 초계함 등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이들은 명백히 ‘급수’가 다르다. 수행하는 임무도, 작전 범위도, 전장에 미치는 영향도 전혀 같지 않다.
성급호위함은 주로 연안과 근해 방어를 담당한다. 이들은 주요 해상교통로(SLOC)를 보호하고, 잠수함 탐지 및 대잠전 작전에 특화돼 있다. 대공방어 능력은 일부 갖췄지만 제한적이다. 대체로 2200톤급 소형 전투함으로 분류되며, 근거리 작전과 수송 보호 작전에 초점을 맞춘다. 초계함은 이보다 더 작은 1200톤급 함정으로, 평시에는 연안을 초계하고 북한 특수부대의 침투를 감시하거나 불법 선박 단속 등 해상 치안 유지 임무를 맡는다. 전시에도 상대적으로 저강도 임무를 수행하는 경향이 강하다.
문제는 퇴역에 맞춰 신형 구축함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을 경우다. 실제 지난 2021년 국정감사 당시 해군에서는 노후함정 도태, 신규함정 전력화 등을 고려할 때 2035년이면 중·대형함은 현재의 30%, 고속함정은 50% 가까이 줄어들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단순한 수적 감소가 아니라, 해상 통제력과 작전지속 능력 자체가 떨어질 위험이 존재하는 것이다.
해군의 작전운용에도 직격탄을 가할 수 있다. 현재 해군은 서해, 남해, 동해 3개 작전 해역에 각각 전력을 분산 배치하는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구축함 공백이 30%에 달할 경우, 각 해역별 최소 대응 전력을 확보하는 것조차 어려워진다. 서해 및 동중국해 일대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 같은 전력 약화는 심각한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다.
장원준 전북대 글로벌융합대학 방위산업융합과정 교수는 “기본적으로 군은 필요한 전력화 시기를 계획해 놓고 무기 개발을 추진한다”며 “그런 측면에서 보면 KDDX 사업은 예정된 일정보다 2년 정도 늦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군이 전력화 시기를 강조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이 시기를 넘기면 해군 전력에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KDDX 사업이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사업이 늦어진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해외에서도 한국의 KDDX 사업 진행 상황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 사업이 계속 지연되면 결국 국가적인 손해로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업 지연, 해외는 어떻게 대응했을까
과거 영국과 미국, 호주도 KDDX 사업과 유사한 지연 경험을 했다. 차이는, 지연을 전제로 현실적 대응을 했느냐에 있다. 먼저 영국이다. 영국 해군은 1990년대 후반 노후화된 Type 42 구축함을 대체할 방공구축함 개발을 시작했다. 그러나 핵심 통합 전투체계와 장거리 레이더 개발이 지연되고, 사업비가 급증하면서, 사업은 당초 계획보다 3년 이상 늦어졌다.
결국 영국은 Type 45 건조 수량을 12척에서 6척으로 대폭 축소했다. 첫 함 취역은 목표 시점보다 3년 늦은 2009년에야 가능했다. 지연에 따른 전력 공백을 막기 위해 영국은 노후한 Type 42 구축함의 운용 수명을 연장하고, 항공모함 전단(CVSG)에는 임시로 대형 호위함(Frigate)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방공 임무를 분산시켰다. 완벽한 신형 구축함 대신, 가용 가능한 전력을 총동원해 공백을 현실적으로 메운 것이다.
미 해군은 스텔스 구축함 ‘줌월트급’(DDG-1000) 개발을 야심차게 추진했지만, 전기추진체계, 신형 함형 설계 등 과도한 기술적 도전으로 인해 사업은 잇따라 지연됐다. 초기 계획했던 32척 건조는 결국 3척으로 축소됐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기존 ‘알레이버크급 구축함(DDG-51)’의 추가 건조를 결정했다. Flight IIA, Flight III 등 단계적 개량을 통해 탄도미사일 요격(BMD) 능력과 레이더 성능을 향상시킨 모델을 지속 투입함으로써, 줌월트급 사업 지연에 따른 해상 전력 약화를 최소화했다.
호주 해군은 호바트급 구축함(DDG) 사업 과정에서 통합전투체계 연동 실패, 설계 변경 등으로 인해 사업 일정이 3년 이상 지연됐다. 그러나 퇴역 예정이던 애들레이드급 호위함을 성능개량해 긴급 운용했고, 일부 프리깃(Anzac급)도 긴급 성능보강을 거쳐 해상 초계·방어 임무에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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