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늘어나는 ‘검정고시’ 수험생...고1에 큰 압박 [임성호의 입시지계]
- 검정고시 수능 접수자 5년간 증가세
내신 상위 10% 밖, 인서울 어려운 구조

1995학년도에는 수능 점수로 학교 내신을 보정하던 ‘비교내신제’가 갑작스럽게 폐지되면서 외국어고 등 특목고 재학생들의 집단 자퇴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이들이 대거 검정고시를 택하며 일시적으로 숫자가 급증했던 특수 상황이었다.
최근 5년간 검정고시 수능 접수자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2021학년도 1만3691명, 2022학년도 1만4277명, 2023학년도 1만5488명, 2024학년도 1만8200명, 2025학년도에는 2만109명으로 꾸준히 증가세다. 2026학년도에는 31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4월 치러진 고졸 검정고시 지원 인원은 1만1272명으로 최근 4년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3년 일반고 중도 탈락 학생은 1만8498명으로, 최근 5년 새 가장 많았다. 이 같은 흐름에 비춰볼 때, 2026학년도 수능에서 검정고시 출신 수험생 규모는 전년보다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존재감 커지는 검정고시
상위권 대학 진학에서도 검정고시 출신의 존재감은 커지고 있다. 2025학년도 서울대·연세대·고려대(서연고) 합격자 중 검정고시 출신은 259명으로, 전년(189명) 대비 37.0% 증가했다. 이는 2018학년도(80명)와 비교하면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서연고 합격자 수는 2021학년도 138명, 2022학년도 142명, 2023학년도 155명, 2024학년도 189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으며, 검정고시생 중 상위권 수험생의 증가세를 뒷받침한다.
성균관대·서강대·한양대·중앙대·경희대·이화여대·한국외대 등 주요 10개 대학으로 범위를 확대해도 마찬가지다. 2025학년도 검정고시 출신 입학생은 785명으로, 종로학원이 2018학년도부터 집계한 이후 8년 연속 증가세다. 2018학년도에는 276명이었다.
이 같은 변화는 향후 대학입시 제도 개편과 맞물려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입시를 치르는 2028학년도부터는 내신 체계가 현행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바뀐다. 이 경우 상위 10% 이내에 들지 못할 경우 내신이 2등급(1144%), 3등급(4566%) 등으로 밀려날 수 있어 변별력은 낮아지고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2026학년도 기준으로 전국 의대 선발 인원은 3092명, 여기에 한의대, 치대, 약대를 포함하면 총 6498명이다. 여기에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SKY대학까지 합산하면 1만8601명, 인서울 4년제 대학 전체를 포함하면 약 8만4632명 규모다. 수험생 전체 인원이 50만 명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내신 상위 10%에 들지 못하면 사실상 인서울 대학 진입조차 쉽지 않은 구조다.
실제 내신 5등급제 하에서는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전 과목에서 1등급을 받아야 하는 학생 수가 6000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 과목 1등급을 받는다 해도 내신 성적만으로 의대 입학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2028학년도부터는 고교 학점제도 전면 시행된다. 고교 학점제는 학생이 적성과 진로에 따라 진로선택과목, 융합선택과목 등을 선택해 다양한 과목을 이수하고, 이 이수 내용이 대학 입시에 반영되는 방식이다.
그러나 상위권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이 내신에서 상위 10%에 들지 못할 경우, 고교 학점제를 활용한 과목 선택과 집중이 입시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내신 경쟁에서 밀려날 경우, 정시 혹은 논술전형이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 되는 구조다. 현행 통합수능은 2026학년도, 2027학년도 단 두 번만 시행된다. 2028학년도부터는 수능 체제도 전면 개편되기 때문에, 내신 성적이 불리한 학생들은 현 제도에서 불과 2년 안에 승부를 봐야 하는 셈이다. 이미 고등학교 1학년 1학기를 마친 현 고1 학생들에게는 현재 내신 성적이 상위 10%에 들어갔는지 여부가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2028학년도부터 적용될 개편 입시제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정시 축소 및 수시 확대 ▲절대평가 확대 ▲고교학점제 중심 전형 확대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은 현재 고1 학생들 중 내신이 불리한 학생들에게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게다가 고1 학생들에게 적용될 2028학년도 입시 전형은 내년 4월 말이 돼야 구체적으로 발표된다. 대학들은 입시제도 변화 방향이 정해질 경우 수시·정시 비중 조정, 정시 내신 반영 확대 등 선제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상위 10%에 들지 못하는 학생들에게는 진학 불안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2028학년도 입시에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문·이과 완전 통합이다. 이에 따라 수능에서도 문·이과 구분 없이 사탐, 과탐 모두 응시해야 하며, 수학 과목 또한 계열 구분 없이 선택하도록 변경된다. 학교 내신 또한 진로 및 융합 선택과목을 중심으로 다양한 과목을 선택해야 하며, 이들 과목 수는 200개가 넘는다. 학교별로 개설 과목이 다르기 때문에 지역, 학교 간 격차도 발생할 수 있다.
서울대는 2028학년도 수시·정시에서 '핵심 권장과목'을 발표했다. 인문계열은 제2외국어 및 한문 외에는 별도로 특정 과목이 없지만, 자연계열은 의대·약대 등 메디컬 계열을 포함해 수학, 과학 과목을 구체적으로 권장했다. 학과별로 필요한 과목도 다양하게 제시됐다. 서울대를 포함한 주요 대학들도 인문계, 자연계 학과별로 서로 다른 과목을 권장하는 추세다.
문·이과 통합이라는 교육 당국의 기조와 달리, 대학 입시에서는 사실상 계열 구분이 여전히 뚜렷하다. 고등학교 1학년부터 사실상 특정 대학과 학과를 목표로 한 과목 선택과 학업 전략이 요구되는 셈이다. 내신 성적이 절대적인 수치로 평가되는 현재 구조에서는 수시 6장, 정시 3장 등 지원 횟수는 같더라도 성적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대학과 학과는 전혀 달라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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