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기업 '가상자산 투자시대' 활짝...우리는 역사적 변곡점에 서 있다 [김기동의 이슈&로(LAW)]
- 美 회계장부에 가상자산 손익 포함...글로벌 기업들 투자 활발
韓 제도 정비 필요하지만...기업도 주도적인 투자 활동 펼쳐야

지난 2024년은 미국에서 가상자산 시장의 제도화, 회계기준 변화, 자산운용 패러다임 전환이 동시에 촉발된 한 해였다. 2023년 12월, 미국 회계기준위원회(FASB)는 가상자산에 대한 공정가치 평가 회계기준을 공식 채택했다.
손익계산서 반영 시작...상장사들 ‘투자 촉매제’ 됐다
이전까지 가상자산은 ‘무형자산’으로 분류돼 가치가 상승해도 재무제표에 반영할 수 없었지만, 가치가 하락했을 때는 손실 처리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그로 인해 가격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의 실제 가치와 회계상 수치 간에 괴리가 발생했다.
이제 새로운 기준에 따라 가상자산도 평가이익과 손실 모두 손익계산서에 반영할 수 있게 됐다. 미국 회계기준의 획기적인 변경으로 기업들은 가상자산의 보유·평가·공시 방식을 투명하게 다듬을 수 있다. 이는 곧 나스닥·S&P500 상장사들이 대규모 가상자산 투자에 나서는 촉매제가 됐다.
실제로 2025년 8월 현재 테슬라(Tesla), 마이크로스트래티지(MSTR), 마라톤디지털(MARA) 등 161개의 미국 상장기업이 총 93만3591 BTC(약 1138억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전체 비트코인 발행량의 4.4%에 달한다.
2025년 7월 미국 의회가 ‘디지털자산 3법’을 의결해서 ▲스테이블코인의 제도화 ▲주요 가상자산의 법적 지위 확립 ▲거래 규범 정비 등 실질적 규제 환경을 마련했다. 대통령 서명까지 마친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연방 차원에서 최초로 규율하는 법률이다. 이 법률을 통해 기업은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한 결제 수단이 아닌 회계자산으로 인식할 수 있어 사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클래리티 법안(CLARITY Act)은 모든 가상자산을 ‘디지털 증권’과 ‘디지털 상품’으로 구분하고, 각각 SEC(증권거래위원회)와 CFTC(상품선물거래위원회)라는 다른 감독기관을 통해 사전에 법적 지위를 확정하도록 했다.
클래리티 법안의 핵심은 ‘충분히 분산화된 네트워크’ 여부를 기준으로 ‘디지털 증권’과 ‘디지털 상품’을 구분하는 것이다. 기존처럼 SEC가 소송을 통해 사후에 관할권을 주장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발행 시점부터 명확한 규제 지위를 확보하게 하려는 중요한 제도적 변화를 의미한다.
지난 8월 미국에선 퇴직연금 계좌에 가상자산 투자를 허용하는 대통령 행정명령이 내려져 비트코인이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모든 변화는 단순히 법적 허용을 넘어, 기업이 디지털자산을 자산 구조, 자금 운용, 사업모델 혁신까지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韓 기업들, ‘관객 입장’ 벗어나 ‘창조자’ 돼야
우리나라는 과거 가상자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개인 투자자들의 참여율도 매우 높은 나라였다. 그러나 정부는 2017~2018년 가상자산 시장이 과열됐을 때 투기 억제를 위해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천명했다. 이후 우리나라는 법인이 가상자산을 보유하거나 투자하는 것이 사실상 제한돼 왔다.
하지만 최근 우리도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025년 2월 ‘법인의 단계적 가상자산시장 참여 허용’ 방침을 발표했다. 1단계로 ▲법집행기관·비영리법인·거래소에 한해 현금화 목적 거래를 허용한다와 2단계로 ▲상장사·전문투자자의 투자·재무 목적 거래를 시범적 허용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반 법인의 전면 참여는 외환·세제 정비와 추가 입법 이후 중장기 과제로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비로소 한국 기업들도 가상자산을 재무적·운용적 측면에서 본격 도입할 수 있는 실마리가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한국 기업 현장에서는 여전히 회계처리, 세무규정, 공시의무, 내부통제 등 실무적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이는 자산운용 및 사업 확장에 있어서 주요 고민거리로 남아 있다. ‘시기상조’ ‘제도 미비’라는 의견이 여전히 현실을 지배하고 있지만, 세계와 시장은 이미 가상자산을 적극 수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가상자산은 이제 기업의 사업모델, 경영 체계, 가치 창출의 근본을 다시 묻는 ‘인프라 전환’의 기점이 됐다. 단순한 투자 가능성 확인을 넘어서고 있는 셈이다. ▲자산의 정의와 활용 방식 ▲리스크 관리 ▲경영 전략 ▲공시 및 투명성 요구 등 전방위적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등 가상자산 기반 서비스는 자금관리, 재무구조 혁신, 고객·사업 생태계 확장에 실질적 수단이 되고 있다. 특히 실제 기업활동에서는 단순 투자와 보유만이 아니라, ▲자금 조달 구조 혁신 ▲유통·결제 시스템 개선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창출 등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런 변화는 경영진, 재무 담당자, 회계·세무·법률 전문가, 리스크 관리자, IT책임자 등의 체계적인 공동 대응을 촉구한다. 기존 시스템의 한계를 넘어, 회계기준 명확화, 세무 처리 표준화, 공시 체계 구축 등 프레임워크의 변화가 시장의 요구다.
우리나라도 정부에서 앞장서서 혁신의 제도적 기반을 신속하게 마련해 줘야 한다. 그러나 기업도 이제 관객의 자리에서 벗어나 변화를 선도하는 창조자가 돼야 한다. 기술을 자산으로 만들고, 자산을 전략으로 연결하며, 무엇보다 사회적 책임과 투명성 속에서 지속 성장을 꾀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실질적 해법과 전략 지침을 갖추고, 새로운 시대의 중심에서 디지털자산을 실질적 성장 동력으로 활용해야 할 시점이다.
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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