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청년금융, 취약 계층 지원 넘어 미래 투자로 [스페셜리스트 뷰]
- 청년기부터 자산형성 사다리 마련해야
시장실패 영역 해당…정책적 보완 필요

청년 단독가구는 날이 갈수록 증가하지만 주거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 주변에서 코인으로 한 몫 챙겼다는 우울한 소식도 들린다. 이래저래 청년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과 ‘빚투’(빚내서 투자)의 유혹에서 좀처럼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20~30대 청년층은 다른 연령층에 비해 금융 자산이 매우 적지만 부채 증가 속도는 가장 빠르다. 20대 저소득층은 신용대출을 활용해 전월세 보증금을 마련하는 경우가 많고, 30대 저소득층은 부동산 담보대출을 포함한 부채가 급증한다. 금융 부채를 통해 자산을 늘리는 현상은 고소득층 청년에게도 나타난다. 결국 청년층 대부분은 ‘빚을 내서 미래를 준비’하는 상황에 놓인다.
정부는 ▲청년저축계좌 ▲청년내일채움공제 ▲청년희망적금 ▲청년도약계좌 등 다양한 금융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현실에서 체감할 수 있는 효과는 제한적이다. 대상이 제한적이거나, 생애주기별 필요를 충족하기에는 부족하다.
예컨대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중소기업 취업자에게만 제공되며, 청년도약계좌 역시 가입 조건이 까다롭다. 청년금융은 더 이상 일부 취약 계층 문제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제는 모든 청년의 생활 안정과 자산 형성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필자는 우리나라 청년의 금융생활 실태를 살펴보고 ‘청년금융정책’이 왜 필요한지, 과제는 무엇인지 등을 검토하고자 한다. 여기서 청년금융정책이란 제반 ‘청년정책’(youth policy)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금융 측면에서 지원하는 정책을 말한다.

주요국 ‘청년 정책’ 핵심은 일자리…생애주기별 금융 지원
유럽연합(EU)·영국·미국·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청년 정책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닌다.
첫째,저출산·고령화 사회를 이끌어 갈 주역으로서의 청년을 육성하고 이들의 시민권(citizenship)을 강화하며, 양극화 과정에서 늘어나는 소외를 방지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특히 청년의 고용 불안은 청년 시민권의 근간을 흔들고 소외를 부추기는 주요 요인이다. 일자리 문제는 청년 정책의 가장 핵심적인 영역에 속한다.
둘째, 청년만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 정책은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대신 졸업-취업-결혼-육아-은퇴 등으로 이행하는 과정의 생애주기별 맞춤형 지원 정책이 존재한다. 일본의 경우 ▲교육자금 ▲주택자금 ▲노후자금 등 인생 3대 자금 형성을 돕기 위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제도 등을 정비·강화하고, 금융 교육을 통해 장기·분적립·분산투자 등을 통한 자산 형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영국과 유럽연합(EU)은 청년을 단순한 지원 대상이 아닌 사회의 구성원으로 보고, 일자리·주거·교육·복지 영역을 통합적으로 설계한다. 미국은 학생 대출과 주거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적 낙오를 방지하며, 생애주기별 맞춤형 금융 지원을 강조한다.
셋째, 청년 정책이 실효성 있는 이행 정책(transition policy)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포괄적·지속적·자립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행 정책의 중심 과제는 ‘보편적’인 청년이 안정된 생활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일자리 ▲교육·훈련 ▲주거 ▲사회 보장 및 복지 환경 등을 조성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국가는 지방자치단체(지자체)·민간 기업·NPO(Non Profit Organization)와의 파트너십을 활용하고, 여러 중앙정부 부처가 상호 연계해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청년 정책 관련 부처간 행정의 칸막이를 타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주요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청년 정책의 범위를 ▲일자리 ▲교육·훈련 ▲주거 ▲복지·생활 안정 영역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아직까지 일자리 영역 외에는 대체로 실효성이 낮다. 청년 전월세지원, 신용평가 불이익 완화사업 등 금융과 관련된 청년 정책의 실효성이 특히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복지·생활 안정 영역은 금융 관련성이 높은 분야로 청년 부채 문제 해소 및 자산 형성 등을 위한 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부채 급증하는데…금융 자산 적은 청년층
통계청이 매년 발표하는 ‘가계금융복지조사’의 지난 2012부터 2023년 자료를 활용해 우리나라 청년의 부채 문제, 더 나아가 금융 부채가 실물 자산 및 금융 자산 보유에 미치는 영향을 청년을 포함한 모든 가계의 연령․소득분위별로 살펴봤다.
연령은 ▲청년층(20~30대) ▲중장년층(40~50대) ▲노년층(60세 이상)으로, 소득분위는 저소득층(경상소득 1~2분위)과 고소득층(경상소득 5분위)으로 구분한다.
가계금융복지조사는 해가 갈수록 청년층과 중장년층이 줄고 저소득층이 늘어나면서 고령화와 양극화가 동시에 심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자산은 금융 자산(▲예·적금 ▲주식 ▲전월세보증금 등)과 실물자산(▲부동산 ▲자동차 등)을,부채는 대출 등의 금융 부채와 임대보증금 등 비금융 부채를 포함한다.
첫째, 청년층은 다른 연령층에 비해 부채의 규모와 증가 속도가 빠르다. 20대는 타 연령층에 비해 자산은 상대적·절대적으로 매우 적지만 부채는 모든 연령층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실제 2023년 기준 청년층의 평균 부채는 4500만원으로, 10년 전인 2013년의 2000만원에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30대 초반의 청년층은 부동산 담보 대출과 임대보증금 증가로 인한 부채 부담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러한 부채는 금융 자산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청년들의 경제적 자립을 어렵게 만든다. 20대 역시 비금융 부채의 규모는 작지만 최근 들어 임대보증금의 증가 속도가 빨라지는 추세다.
둘째, 금융 부채가 실물자산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금융 부채를 통해 부동산과 같은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청년이 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금융 레버리지를 활용한 부동산 투자는 특히 30대 저소득층과 20대 고소득층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20대 저소득층의 경우 신용카드 대출을 통해 자동차를 장만하거나 전월세 비용을 처리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최근(2021~2023년)에는 금융 부채와 실물 자산 증가 간의 상관관계가 모든 청년에게 조금씩 낮아지고 있어 다행이기는 하다. 이는 청년에 대한 금융 규제․감독 강화의 결과일 수도 있지만, 경기 침체에 따른 청년 고용위기를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
최근에는 금융 부채를 통해 부동산에 투자하는 성향이 저소득 중장년과 노년층에서도 모두 관찰된다. 이는 영끌·빚투에 대한 사회적 주의나 경고가 중장년·노년층에게 풍선효과로 나타났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 경우 부동산과 관련된 금융 규제․감독의 수비 범위가 확대돼 부동산금융 수급 사정을 포함한 청년 주거환경은 더욱 열악해질 수 있다.
셋째, 금융 부채가 금융 자산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저소득 청년층에서 금융부채가 증가하는 데도 금융자산이 늘어나는 현상이 눈에 띤다. ▲전월세 보증금을 마련하는 경우(20대 저소득층) ▲주식투자가 증가하는 경우(30대 저소득층) 등 영끌·빚투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담보 대출이 증가할 때 금융자산이 증가하는 현상은 모든 연령대의 저소득층에서 나타나는데, 이는 빚투와 같은 현상이 비단 청년층에서만 일어나는 특별한 현상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특기할 만한 사항은 담보 대출의 증가로 전월세보증금이 늘어나는 건 20대 저소득층이 유일하다는 점이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주로 저소득 청년이 전월세 보증금 마련에 신용대출과 신용카드대출을 활용했으나 최근에는 이러한 현상이 저소득 중장년·노년층에서도 나타나고 있어 금융 규제·감독상 주의를 요한다.
청년 개개인의 금융 수요는 졸업·취직·결혼·육아·주택 구입 등 생애주기에 따라 자금 용도와 규모가 다르다.
청년에게는 이른 시기부터 ISA와 같은 장기·분산·적립식 자산 형성 수단을 제공해야 한다. 청년기에는 주택 구입보다는 가급적 전월세를 우선 지원하고,노후에 ISA가 연금으로 연결되도록 이른 시기부터 자산 형성 사다리를 마련해 두는 게 바람직하다.
우선순위·지원주체 등 다각도 지원 방안 고려해야
영끌·빚투 실패 등으로 채무불이행이나 실직 위기에 처한 청년에게는 신용회복지원을 확대하되 ▲합리적인 채무변제계획 수립 ▲직무능력 향상 ▲재취업 지원 등 신용회복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
금융 공급 측면에서도 우선순위, 지원주체 등 고민해야 할 변수가 많다. 예컨대 일자리․교육지원의 경우만 해도 저소득 청년이나 영세기업․사양산업에 종사하는 청년의 ‘자립’을 중시할 것인지, 고성장․혁신성장이 기대되는 산업에 종사하고자 하는 청년의 ‘육성’을 우선할 것인지 등을 분별해야 한다.
주거를 포함한 복지․생활안정 지원책도 무시할 수 없는 고려 대상이다. 가장 바람직한 건 일자리·교육과 복지·생활안정을 맞춤형으로 통합해 지원하는 일이다. 이들 과제를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청년금융정책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고 정부-민간 파트너십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청년금융’은 독자적인 정책 영역을 확보하지 못한 채 ▲정부 ▲지방자치단체 ▲서민금융기관 ▲비영리법인(NPO) 등을 통해 저신용․저소득자와 같은 취약 계층을 지원하는 영역에 머물러 왔다. 기존의 취약계층 금융 지원은 ▲제한된 사업범위 ▲사업주체의 분산 ▲사업주체간 정보 공유 부족 등으로 적재적소 지원이 이뤄지지 못했다.
청년금융은 기본적으로는 취약계층 금융지원처럼 공공성이 강한 분야에 해당하지만 미래 성장동력 및 혁신형 창업기업 육성 등 위험이 큰 분야와도 관련이 있다. 공공성이 강하고 리스크가 높은 분야는 시장실패(market failure) 영역에 해당한다.
시장실패 문제와 관련 있는 청년금융은 시장에서는 충분하게 지원되기 어렵기 때문에 일정 부분 정부나 정책금융기관에 의해 정책적으로 보완돼야 한다. ‘청년금융정책’이 필요한 까닭이다.

필자는 은행법학회 부회장, 한국금융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한 국내에서 손꼽히는 금융 분야 전문가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동경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감사원 금융·재정분과 자문위원과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 위원, 공정거래위원회 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한국금융연구원에서 은행팀장, 금융산업·제도연구실장, 경영연구실장, 부원장 등을 거쳐 현재 명예연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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