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을 맞아 캄보디아를 방문한 한국인 대학생이 현지에서 납치·감금돼 고문 끝에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여행 산업이 회복세에 접어든 가운데, 해외 범죄에 노출된 한국 여행객의 안전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경북 예천 출신의 대학생 A씨(22)는 지난 7월, 가족에게 “캄보디아에서 열리는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말한 뒤 출국했다. 하지만 2주 만에 사망했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9일 경찰과 외교부, 유족 측에 따르면 A씨는 7월 17일 캄보디아에 도착했으며, 그로부터 약 일주일 후 조선족 말투의 남성으로부터 가족에게 협박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A씨가 사고를 쳐 감금돼 있다. 5,000만 원을 보내야 풀어주겠다”고 요구했다. 가족은 즉시 캄보디아 주재 한국대사관과 경찰에 신고했지만, 수사는 현지 사정상 지연됐다.

이후 8월 8일, A씨는 캄폿주 보코산 인근의 범죄단지 인근 건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지 경찰은 부검 결과를 통해 “고문과 극심한 통증으로 인한 심장마비”가 사망 원인이라고 밝혔다.
A씨는 최소 2주 이상 감금된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폭행과 전기고문 등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정부도 국제 수사 공조를 통해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현지 경찰의 부패와 느슨한 행정으로 실질적인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A씨의 시신은 사망 후 2개월이 지나도록 한국으로 송환되지 못한 채 방치된 상황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현지 부검과 행정 절차, 화장 일정이 겹쳐 송환이 지연됐다”며 “이달 중 국내로 들어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번 사건 이후 캄폿주를 포함한 캄보디아 남부 지역의 여행 경보 단계 상향을 검토 중이다.
현재 캄보디아 전역은 ‘여행 자제’(황색 경보) 수준이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여행 철수 권고’(적색 경보)로 격상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재개된 해외 여행이 활발해지면서 무분별한 현지 프로그램 참여나 알선형 취업 사기가 급증하고 있다”며, “청년층이 특히 SNS나 온라인 광고를 통한 해외 활동 제안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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