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보이스피싱' 잘못 대응 시 금융사가 배상?…소비자보호 강화하는 지주사들
- 우리금융,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위한 4대 핵심 과제 결정
KB·신한, 담당부서 만들고 모니터링 강화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국내 주요 은행들이 금융사기 예방 등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고 나섰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피해 분석 모델을 개발하거나 보이스피싱 모니터링 강화를 통한 범죄 예방 조치에 힘을 쏟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금융 범죄 발생 시 금융사에도 책임을 묻겠다며 소비자 보호의 필요성을 강조하자, 금융사들이 발맞추기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우리금융그룹은 지난 18일 ‘그룹 금융소비자보호 협의회’를 열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대응 역량 강화 방안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금융소비자보호 협의회는 지주와 자회사 CCO 12명이 참석하는 정례 회의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직접 주재한 이번 회의에서는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한 4대 핵심 과제의 구체적 실행 방안을 결정했다. 핵심은 ▲금융소비자보호 거버넌스 획기적 강화 ▲보이스피싱 등 민생 금융범죄 예방을 위한 인적·물적 역량 강화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불완전판매 근절 ▲보험상품 불완전판매 및 불건전 영업행위 근절 등이다.
금융당국의 금융소비자보호 거버넌스 모범 관행 이행을 위해 소비자보호 총괄책임자(CCO)의 임기를 최소 2년 보장하고, 소비자보호부서 인력을 적극 충원해 적정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임종룡 회장은 “각 자회사의 CEO와 CCO가 모범 관행 이행을 직접 챙겨 신속히 체계를 구축해달라”고 주문했다.
또 보이스피싱 등 민생 금융범죄 예방을 위해 은행권 최초로 ‘금융사기예방 전담부서’를 신설하기로 했다. 해당 부서는 ▲금융사기 관련 기획과 정책 ▲금융사기 사전 예방 및 대응 ▲FDS 고도화 등 3개 팀(21명)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보이스피싱 예방 및 대응과 AI 활용 이상거래 탐지 고도화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KB금융지주는 금융사기 예방 대응 체계를 비롯해 ‘소비자보호 가치체계’를 새로 정립했다고 같은 날 밝혔다. ‘소비자보호 가치체계’는 영국 금융감독청(FCA)의 ‘소비자 의무’를 토대로, KB금융의 고객 중심 경영 철학과 현장 경험을 반영해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금융사기 예방을 위한 종합 대응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AI 기반 피해 분석 모델 개발, VMS(보이스피싱 모니터링 시스템)·FDS(이상거래 탐지 시스템) 고도화, 대외 기관과의 통합 대응 체계 구축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모든 계열사에서 소비자에게 실질적 이익과 신뢰를 줄 수 있도록 소비자보호 가치체계를 널리 적용하고, 관련 제도와 문화를 개선할 것”이라고 전했다.
신한금융그룹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금융소비자보호 거버넌스 모범관행 간담회’에서 그룹의 소비자보호 거버넌스 운영 현황과 사례를 발표했다.
신한은행은 ▲소비자보호부서를 8개 전담팀으로 세분화 ▲경영진 평가에 소비자보호 과제 의무 반영 ▲금융상품 관리 전 과정 전담조직 운영 및 내규 강화 등 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지주는 2023년 7월 금융지주 최초로 ‘소비자보호부문’을 신설하고 전 그룹사 CCO가 참여하는 ‘소비자보호위원회’를 제도화해 소비자 보호 전략과 제도를 심의하고 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소비자 보호는 건전한 금융환경의 근간이며, 체계적인 거버넌스와 실행을 통해 현장에서 실천이 이어지도록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금융당국과 긴밀히 협력해 국민이 신뢰하는 금융환경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앞서 8월 ‘보이스피싱 근절 종합 대책’을 발표하며 보이스피싱 통합대응단을 운영하기로 했다. 연중무휴 24시간 운영되는 대응단은 보이스피싱 피해 신고가 들어오면 상담과 피해 분석을 하고, 범죄에 이용된 번호를 10분 내 긴급 차단할 예정이다. 동시에 각 금융기관과 통신사, 수사 기관이 개별적으로 보유한 보이스피싱 범죄 의심 전화번호와 계좌, 거래 패턴 등의 정보를 공유·분석하는 ‘보이스피싱 방지 AI 플랫폼(가칭)’도 구축할 계획이다.
눈여겨볼 점은 금융기관에도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도록 하고, 피해가 발생하면 해당 기관의 직접적인 책임이 확인되지 않더라도 피해액의 일부나 전부를 배상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은 “2021년 이후 감소하던 보이스피싱 범죄가 새로운 수법으로 다시 고개를 들면서 많은 국민이 재산 피해와 불안에 시달리고 계신다”며 “정부는 날로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보다 강력하고 근본적인 대책으로 국민 여러분을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해 정부가 금융사 책임 강화 움직임에 나서면서 금융사들도 보이스피싱 예방 등에 직접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 범죄 발생 시 금융사의 사전 예방 조치나 대응에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은행들이 선제적으로 이런 조치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담당 부서를 설치하거나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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