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경제가 곧 인구정책”...김창규 시장이 말하는 제천 재도약 전략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
- 김창규 제천시장 인터뷰
관광지 제천, ‘산업화된 웰니스 도시’로 진화
‘일자리 중심 인구정책’으로 지방 소멸 맞서

“중앙아시아에는 55만명의 고려인이 있다. 성실하고 기술을 지닌 우리 민족이다. 저는 제천이 이분들을 맞이해 함께 살 길을 찾자고 생각했다.”
김 시장은 과거 중앙아시아 외교관 시절, 고려인 사회와 맺은 인연을 정책으로 연결했다. 그는 고려인의 집단 이주 대신 개별 가정이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설계했다. 주거를 제공하지 않는 대신 일자리 매칭, 한국어 교육, 직업훈련으로 자립을 지원했다.
김 시장은 “이방인으로 격리시키면 실패한다”며 “제천의 산업단지와 서비스업 일자리를 스스로 고르고, 부부가 함께 일해 안정된 삶을 꾸리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었다”고 말했다.
그 결과 2년여 만에 323세대 826명이 제천으로 이주했고, 이 가운데 306명이 완전 정착했다. 초기 정착 가정이 남긴 긍정적 경험은 고려인 사회에 입소문을 타며 매달 수십 명씩 제천을 찾고 있다.
김 시장은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청년 유출을 막으면서도 지역 인력난을 해결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평가한다.
청년 창업과 귀농·귀촌, 경제로 키운 인구 전략
김 시장의 인구정책은 단순 유입에 머물지 않는다. 세명대·대원대 창업보육센터를 거점으로 청년 창업을 지원하고, 체류형 창업지원센터와 청년 임대형 스마트팜을 통해 농촌에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김 시장은 “지원금 몇십만원은 근본 대책이 아니다”라며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젊은 세대가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가 움직여야 인구가 움직인다. 일자리가 곧 인구 정책”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제천은 이미 3조5000억원의 투자 유치를 실현했고, 5조원을 목표로 일자리를 확대하고 있다. 귀농·귀촌 교육에도 힘을 쏟고 있다. 10개월 과정의 체류형 교육을 통해 매년 30여 세대가 지역에 뿌리를 내린다.
방문객이 오래 머물며 돈을 쓰게 만드는 것이 진짜 성장이라는 김 시장의 말처첨, .제천은 관광 도시로서도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관광객 1100만명을 돌파했으며, 1인당 관광 소비액은 20만원으로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다음 김 시장의 시선이 닿은 곳은 체류형 관광의 심장, 제천형 워케이션센터다. 2026년 완공 예정인 이 센터는 공유오피스와 숙박 17실을 갖춘 하이브리드 시설이다. 수도권 기업, 프리랜서, 디지털 노마드를 끌어들인다.
김 시장은 “센터는 창업의 요람이 될 것”이라며 “청년들이 외부 워케이션 참가자들과 교류하고, 투자 상담과 멘토링을 받으며 창업을 꿈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방·웰니스 자원은 워케이션과 결합해 제천만의 장기 체류형 모델을 만든다. 참가자들은 근무 후 약초 스파와 한방 힐링 프로그램을 즐기며 ‘일과 치유’를 동시에 누린다. 김 시장은 “젊은 헬스디깅족부터 중·장년층까지 끌어들일 수 있다”며 확신을 보였다.
스포츠 마케팅도 제천의 강점이다. 연간 120여 건의 전국대회와 아시아 선수권 대회를 유치해 1500억원 이상의 경제 효과를 거두며, 택시·숙박·음식업까지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천연물은 의약, 화장품, 식품의 핵심 소재다. AI가 생체 데이터를 축적·분석하면 연구 기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2025 제천국제한방천연물산업엑스포(9월 20일~10월 19일)는 제천의 미래를 여는 거대한 실험이다. 김 시장은 “엑스포는 단순 축제가 아니라 천연물 산업을 세계시장으로 확장하는 국제 행사”라고 강조했다.
제천은 ‘천연물 소재 전주기 표준화 허브’ 사업을 유치하며 AI 기반 연구·개발·생체 실험 단축 등 첨단 기술을 접목했다.
엑스포에는 이미 340여개 국내외 기업이 참여를 확정했다. 해외 바이어 초청 수출 상담과 국제학술대회를 통해 230억원 규모 수출 계약과 20억원 현장 판매를 목표로 한다.
생산유발 1207억원, 부가가치 647억원, 고용 2117명 등 직접 효과에 더해 관광, 숙박, 교통까지 합치면 2000억 원 이상의 지역경제 파급이 기대된다.
김 시장은 “우리는 일회성 행사가 아닌 산업 생태계를 키운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미 완공된 천연물 지식산업센터는 48개 기업 입주 공간과 연구·전시·커뮤니티 시설을 갖췄으며, 규제자유특구 지정도 추진 중이다. 그는 “천연물 산업만 제대로 안착해도 매출 1조 원 규모가 3~4조 원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천은 이제 ‘산업화된 웰니스 도시’로 진화하고 있다. 고려인 유치에서 청년 창업과 귀농, 체류형 관광, 천연물 산업의 고부가가치화까지, 각각의 정책은 서로 맞물리며 인구 확장과 경제 자립을 동시에 달성하고 있다.
김창규 시장은 “AI와 디지털 경제가 수도권 집중을 가속화할수록 지역의 생존은 자생적 성장에 달려 있다. 제천은 천연물 산업과 체류형 관광으로 그 해답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이 소멸을 걱정하는 시대, 제천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도시 성장의 모델이 되고 있다. 천연물 산업의 세계화와 관광의 깊이가 결합한 제천의 실험은 한국 지방의 미래를 묻는 이들에게 하나의 분명한 대답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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