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사 안전을 지켜라]②
포스코, 위험 통제 실질 대책 제공 외국 컨설팅 채택
안전관리는 사고를 막는 ‘적절한 조치’를 하는 것

[임영섭 재단법인 피플 미래일터연구원장·미래일터안전보건포럼 공동대표] 지난 9월 2일 포스코그룹이 세계적인 안전 컨설팅 회사 SGS와 안전관리체계 혁신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9월 내에 포스코이앤씨의 안전진단에 착수해 건설 과정에서 안전 시스템을 면밀히 점검하고 실효성 있는 해결책을 찾는 것으로 컨설팅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간의 안전 컨설팅이나 진단은 법적 대응 차원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하는 안전진단 명령이 내려졌다. 사업주는 감독관청의 심의를 통과하기 위한 진단이 필요했고, 진단기관들은 형식적인 서류를 갖추어 주는 것으로 사업주의 주문에 응했다.
이번 포스코의 행보는 이런 한계를 넘어서겠다는 선언으로 읽힌다. 그래서 규정과 형식에 매몰된 국내 진단기관이 아니라 위험 통제의 실질적인 대책을 제공하는 외국 컨설팅 기관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사업장의 위험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규정준수를 넘어 사업주가 해야 하는 ‘적절한 조치’를 요구받을 수도 있는 부담을 무릅쓰는 시도다.
지난 8월 22일 서울시는 자체 ‘밀폐공간 안전대책’을 내놓았다. 밀폐공간 작업자에게 가스 농도 측정기와 보디캠을 착용토록 하고 현장에 공기호흡기, 삼각대 등 긴급구조 장비를 상시 비치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법이 정하는 의무를 넘어, 작업자에게 개별적으로 측정기를 지급해 작업하는 내내 가스의 위험을 측정하며 위험이 감지되면 경보가 울리도록 하고, 긴급구조 장비도 사전 측정 결과에 상관없이 필요하면 즉시 사용할 수 있도록 현장에 비치하겠다고 했다. 스스로 더 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안전관리 체계는 정부의 규제와 감독에 의존하는 지시적 규제방식의 전형이다. 산업안전보건법령은 1200개가 넘는 조항으로 사업주가 해야 할 일을 일일이 정한다. 2019년에 산업안전보건법을 전면 개정해 사업주의 의무를 대폭 강화하고, 2022년에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해 최고경영자에게 강력한 처벌을 예고했다. 지난 10년간 감독 인력은 2배, 안전 예산은 4배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사고 사망자 수의 감소는 기대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1970년대의 영국은 요즈음 우리나라의 상황과 비슷했다. 산재 사망자 수가 늘고 대형 사고가 잦았다. 결국 로벤스위원회를 꾸려 해결책을 모색했다. 위원회는 2년간의 조사와 연구 끝에 과하고 경직된 규제의 폐해를 밝히고, “위험을 생산하는 자가 위험을 통제하는 가장 적합한 위치에 있다”라고 결론 내렸다.
이러한 결론은 사업주에게 노동자의 안전보건을 확보하라는 포괄 의무를 강하게 부여하는 대신에 실효성 없는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하는 혁신으로 이어졌다. 2023년 영국의 사고 사망만인율은 0.04로 우리나라의 10분의 1 수준이다.
정부가 일일이 규제하고 감독하는 방법은 생산기술과 작업환경이 급변하는 첨단시대에는 효율성이 떨어진다. 낡은 규제방식을 놔둔 채 규제를 늘리고 인력과 예산을 확충해도 산재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
안전관리는 규정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사고를 막는 ‘적절한 조치’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업주에게 적절한 조치를 하도록 포괄적인 의무를 지우고, 그 실현 방법은 자율에 맡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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