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이커머스 공룡 탄생…‘신세계·알리’ 동맹, 이커머스 판도 흔들까
- [이커머스 삼국지, 뭉쳐야 산다]①
공정위,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한 지붕 두 가족’ 형태
해외직구 점유율 41%로 1위 굳히기…쿠팡 MAU 절반 넘어

[이코노미스트 강예슬 기자] 신세계그룹의 지마켓(G마켓·옥션)과 중국 알리바바그룹 계열사 알리익스프레스(알리)의 합작법인이 공식 출범을 예고했다. 합산 이용자 수 1900만명가량의 거대 연합이 등장하면서 쿠팡과 네이버가 양강 구도를 형성한 국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에 미칠 영향에 업계의 관심이 모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신세계와 알리바바가 함께 설립한 합작법인(JV) ‘그랜드오푸스홀딩’이 지마켓과 알리를 공동 지배하는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고 지난 9일 18일 밝혔다.
지마켓 ‘60만 셀러’, 연내 알리 통해 K-상품 수출
지난 1월 그랜드오푸스홀딩이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 지분을 각각 100% 보유하는 내용의 기업결합 신고를 접수한 지 약 8개월 만이다.
지난해 12월 신세계는 알리바바와 합작법인을 설립한다고 발표하며 “글로벌 플랫폼과의 협력 생태계를 구축해서 시너지를 창출하고 효율을 개선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공정위는 기업결합을 승인하면서 향후 3년 동안 국내 온라인 해외 직접구매(직구) 시장에서 지마켓과 알리가 국내 소비자 정보를 공유할 수 없도록 했다. 지마켓과 알리를 상호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개인정보 보호 수준을 결합 전과 같이 유지하라는 조건도 내걸었다.
5000만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한 지마켓의 데이터에 알리가 세계 200여개국에서 수집한 국가별 소비 정보와 데이터 분석 능력이 결합하면 시장 지배력이 커질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현재 국내 온라인 해외직구 시장에서 알리는 시장 점유율 37.1%로 1위 사업자다. 4위 사업자인 지마켓(3.9%)과 합병할 경우 합산 점유율 41%로 선두 지위를 굳히게 된다. 공정위는 합작회사 점유율이 41%보다 높아질 가능성도 상당히 크다고 봤다.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하면서 지마켓과 알리는 신세계와 알리바바가 5대 5로 출자해 설립한 그랜드오푸스홀딩의 자회사로 편입돼 ‘한 지붕 두 가족’ 구조로 사업하게 된다.
신세계와 알리바바는 합작법인 조직 구성과 이사회 개최, 사업 계획 수립 등을 위한 실무 작업에 즉각 돌입했다.
두 회사는 합작법인 승인 직후 “한국 셀러(판매자)의 글로벌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우수한 한국 상품의 해외 판매를 늘리겠다”면서 “양 사 협업을 통해 고객에게는 상품 선택의 폭을 크게 늘리고 첨단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전했다.
합작법인의 핵심 자회사인 지마켓의 60만 셀러는 올해 안에 약 2000만개의 상품을 알리바바의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해외에 직접 판매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첫 진출 지역은 ▲싱가포르 ▲베트남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5개국이다. 향후 ▲유럽 ▲남미 ▲미국 등 알리바바가 진출한 200여개 나라로 판로를 확대할 예정이다.
지마켓 셀러는 판매 과정에서 ▲통관 ▲물류 ▲배송 ▲반품 처리 ▲고객 관리 등 알리바바가 구축한 시스템을 이용하게 된다. 알리의 한국 상품 전문관 ‘K-베뉴’(K-Venue)에도 입점할 계획이다. 알리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K-베뉴 채널의 거래액은 1년 전보다 290% 늘며 빠르게 성장 중이다.
지마켓은 알리바바의 세계 최대 규모 인공지능(AI) 오픈소스 모델 역량을 바탕으로 ‘초개인화’ 서비스를 고도화할 방침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알리바바의 첨단 기술이 적용되면 지마켓 고객은 알리바바 글로벌 플랫폼에서처럼 개인 쇼핑 어시스턴트를 통해 24시간 맞춤형 상품과 혜택 추천·상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알리 입점, 확실한 보상 필요”
신세계와 알리바바의 합작법인이 출범하면 전국에 ‘쿠세권’(로켓배송 가능 지역)을 구축한 쿠팡, 최근 넷플릭스·컬리·우버 등과 손잡고 ‘단골’ 확보에 나선 네이버와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종합몰 애플리케이션(앱)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쿠팡이 3422만명으로 압도적 1위다. ▲알리 920만명 ▲지마켓 668만명 ▲옥션 266만명을 더하면 1854만명으로 쿠팡 MAU의 절반을 넘어서게 된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의 MAU는 431만명이다.
동맹을 통해 지마켓과 알리가 노리는 점은 분명하다. 지마켓은 알리의 자금력과 인프라를 활용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알리는 지마켓에 입점한 셀러를 통해 한국의 역직구 상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작년 온라인 역직구(해외 직접 판매) 수출액은 29억400만달러(약 4조 801억원)를 기록했다. 23억400만달러(약 3조2371억원) 수준이던 1년 전보다 26.0% 늘었다. 지난 2019년 5억6300만달러(약 7910억원) 정도였던 역직구 시장은 5년 사이 5배 넘게 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역직구 시장이 커지고 K-제품의 수요가 늘면서 알리가 신뢰도 높은 셀러 확보를 위해 국내 대표 오픈마켓인 지마켓과 협업했다고 본다”며 “지마켓도 알리와의 동맹이 오랜 부진을 탈피할 마지막 승부수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는 지난 2021년 약 3조4400억원을 투입해 이베이코리아(G마켓·옥션)를 인수했다. 업황 악화와 경쟁에 밀려 지마켓은 지난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1700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냈다.
이마트의 연결 실적을 깎아내리는 ‘아픈 손가락’이 된 지마켓 실적이 합작법인으로 이관되면 이마트의 재무 부담도 덜 수 있다.
이동일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 오픈마켓인 지마켓과 해외 직구 중심의 알리가 어떤 방식으로 결합해 시너지를 낼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기업결합을 하더라도 지마켓과 알리는 별개의 플랫폼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지마켓 셀러가 알리에 입점할 만한 확실한 보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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