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
클래식은 영원하다? 디지털 시대에 되살아난 안전자산 ‘금’
- [골드러시]①
S&P500·비트코인 올해 13% 상승, 금은 40%↑
금 통장·ETF, 다양해진 투자 방식… ‘김치 프리미엄’ 경고도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금이 투자 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금은 대표적인 가치 저장 수단(안전자산)으로 여겨졌는데, 단기간에 급격히 가격이 오르면서 새로운 투자처로 인식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KRX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9월 26일 KRX금시장에서 거래된 1kg 골드바의 가격은 1g 기준 17만9800원이었다. 지난해 말 골드바의 1g당 가격이 12만785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서만 약 40%가 오른 셈이다.
글로벌 주식시장의 대표 지수 중 하나로 꼽히는 S&P500 역시 같은 기간 상승률이 약 13%에 불과했다. S&P500은 미국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가 기업 규모·유동성·산업 대표성을 감안해 보통주 500종목을 선정하고 이를 대상으로 작성해 발표하는 주가지수다. 이 기업들은 대부분 글로벌 시장에서 매출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기 흐름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같은 기간 ‘디지털 금’으로 불리는 비트코인 가격이 1억3925만원에서 1억5820만원으로 13.6% 오른 것과 비교하면 금의 상승폭은 3배에 가까웠다.
그렇다면 최근 금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진 배경은 무엇일까.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과 인플레이션 압력이 거론된다. 미국이 세계 각국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 내 수입 물가 상승 우려가 커졌다. 이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강화하는 연쇄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다. 관세 정책은 물가뿐 아니라 글로벌 교역 위축 우려도 동반하는데, 이는 세계 경제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미국 달러화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자산, 즉 ‘금’에 대한 수요가 늘었고, 이에 금 가격도 치솟았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미국 달러화 가치는 올해 상반기에 10% 넘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유로·엔 등)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상반기에 10.8% 하락했다. 이는 1973년 금본위제 붕괴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달러인덱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전인 1월 중순 110.176을 기록했지만, 7월 1일 오전 9시 32분 기준 96.690으로 연저점을 찍었다. 뉴욕타임스는 “달러화가 투자자들에게 과거와 같은 안전자산 역할을 지속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금 투자 방식이 다변화한 것도 금값을 끌어올린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과거 금 투자는 금반지나 골드바를 직접 사서 보관하는 형태였지만, 지금은 실물을 직접 소유하지 않아도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해졌다. 실물 금을 보관하면 도난이나 분실 위험이 있고 되팔기도 쉽지 않아 불편했지만, ‘금 통장’ 등 계좌 기반 투자 방식은 이런 불편을 해소했다. 금 통장(골드뱅킹)은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은행 계좌를 통해 금을 0.01g 단위로 사고팔 수 있는 상품이다. 가입 기한이나 금액 제한이 없고 자유롭게 매입·매도가 가능하다. 8월 말 기준 KB국민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의 골드뱅킹 잔액 합계는 1조2,000억 원을 돌파했는데, 1년 전보다 85% 증가한 수치다.
금 상장지수펀드(ETF)도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국내 상장된 금 관련 ETF는 10개이며, 올해에만 4개가 새로 상장됐다. 금 ETF는 ▲국내 금 현물 ▲국제 금 현물 ▲국제 금 선물에 투자하는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대표적으로 국내 금 현물 ETF는 한국거래소가 발표하는 KRX 금 현물 지수를 추종한다. 금 보관 비용을 제외한 현물 시장 가격 수익률을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에 투자자는 현물 금을 보유하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볼 수 있다. 퇴직연금 계좌에서도 투자 가능하다.
실물 금을 은행에 맡기고 운용 수익을 받는 상품도 등장했다. 하나은행의 ‘하나골드신탁(운용)’은 가정에 보관 중인 금을 은행에 맡기면 시세에 따라 연 1.5%의 운용수익을 제공한다. 투자자는 수익을 현금이나 금 실물 중 선택해 받을 수 있다.
김치 프리미엄 주의·위험 분산 관점 필요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금 투자 열기가 높아지면서 국제 시세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등 투기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글로벌 금 시세는 g당 17만370원으로, 국내 금 가격(17만9,800원)보다 5% 이상 낮았다. 거래소는 “KRX 금시장은 실물 금지금(순도 99.5% 이상)을 기초로 거래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투자 수요가 공급량보다 많을 경우 괴리가 발생한다”며 “국내 가격이 국제 시세보다 높게 형성되는 점을 감안해 투자 시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안전자산의 성격이 강한 만큼 투자보다는 위험관리(헤지·hedge)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진짜 금값이 된 금, 얼마까지 갈까?’라는 보고서에서 “단기간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단기 차익을 노리기보다는, 포트폴리오 위험 분산과 중장기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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