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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K패션 기반 문화 플랫폼을 향해..음원 발표에 상표권 등록까지 '천하무신사의 꿈'

유통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무신사가 패션 중심 이커머스를 넘어 K-패션 기반 문화 플랫폼이라는 더욱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무신사는 패션 외에 이미 면봉·세제·치약·홈퍼니싱 등 일상 전반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목욕탕부터 호텔·노래방까지 수백여 개에 달하는 상표권을 전방위로 출원하는데 이어 전자상거래 기업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음원까지 발표했다. 업계는 “단순한 종합 플랫폼을 넘어, 무신사만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감성·취향·경험의 영역까지 확장하려는 신호”라며 무신사의 거침없는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유통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최근 ‘무신삽니다’라는 제목의 음원을 제작해 SNS 등에 공개했다. ‘똑똑, 무신삽니다’라는 단출한 가사 한 줄이 전부인 이 음원은 빠른 비트와 리드미컬한 사운드로 구성돼 쇼핑 카트를 밀며 리듬을 타는 듯한 기분을 구현하는 데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무신사는 해당 음원을 멜론·지니·스포티파이 등 주요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에 공개해 주 소비층의 접근성을 높였다. 회사 측은 “음악이 단순한 광고가 아니라, 고객의 쇼핑 경험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감정적 장치가 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음원만이 아니다. 무신사는 지난 9월 기준 최근 3년간 372건의 글로벌 상표를 출원했다. 이는 글로벌 화장품 ODM(연구·개발·생산) 1위 기업 코스맥스(342건)를 넘어선 수치다. 출원 분야도 광범위하다. 패션 플랫폼으로서는 생소한 ‘무신사우나’(목욕탕)·‘무싱사’(노래방)뿐 아니라 ‘무신사 스탠다드 레지던스’와 ‘무신사 스탠다드 호텔’까지 상표 출원을 마쳤다. ‘천하무신사’라는 수식어가 나올 정도로 사업 영역을 넓혀가는 셈이다. 무신사 관계자는 “우리를 패션 커머스 기업을 넘어 일상 전반에 걸친 K-문화 플랫폼을 향한다고 평가해주신다면 감사하다”면서도 “상표명 선점 및 마케팅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출원한 것으로, 아직 구체화된 내용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업계의 시선은 다르다. 무신사가 기업의 나침반을 ‘패션을 매개로 한 K-컬처 플랫폼’에 두고 있으며, 최근의 움직임 역시 ‘대중문화 확장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한 국내 투자업계 관계자는 “무신사는 스스로를 단순한 패션 이커머스가 아니라 콘텐츠·취향·세계관 기반의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재정의하려 한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무신사의 IPO 주관사 후보로 나선 JP모건·UBS·씨티 등 외국계 증권사 일부는 무신사의 비교기업(피어그룹)으로 넷플릭스와 닌텐도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기업은 IP·콘텐츠 중심의 플랫폼이라는 공통된 비즈니스 구조를 갖고 있다. 세계관과 취향을 중심으로 이용자 체류 시간을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무신사가 지향하는 방향과 닮아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무신사는 이미 K-패션 트렌드를 주도할 만큼 영향력이 있고, 굵직한 성과도 이뤄냈다”며 “본질적으로 패션을 넘어 문화 IP를 만들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일각에서는 이러한 확장이 IPO를 위한 몸집 불리기나 이미지 메이킹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무신사가 커머스 기업으로서 차별화된 행보를 보여온 것은 인정하지만, 문화적 가치를 창출하는 플랫폼이 되기에는 아직 성과가 부족하다”며 “중장기 목표라기보다 상장 이슈로 인한 기업 가치 제고 전략에 가깝다”고 지적했다.무신사는 지난 8월 복수의 증권사에 기업공개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이르면 이달 중 주관사가 선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무신사가 스스로 기업가치를 10조 원 규모로 책정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앞선 관계자는 “커머스 기업의 상장 이후 행보는 대체로 뻔하다. 글로벌 진출과 사업 다각화로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다”며 “음원 출시와 상표권 출원 역시 IPO 전략을 위한 ‘스토리 만들기’의 일환으로, 기존 사업에 마케팅의 옷을 입힌 수준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25.11.24 07:36

3분 소요
글로벌 질서 재편 가속…美·中·EU·日, 경제 전략 새판 짜기[2026 경제大전망]②

정책이슈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글로벌 질서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일본 등이 존재한다. 2026년 세계경제는 단기 회복이 아니라 지속적 저성장과 구조적 전환의 시기로 규정될 수 있다. 국제통화기구(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무역기구(WTO) 등 주요 국제기구 모두 공통적으로 성장률 둔화와 교역의 약화, 지정학적 불확실성의 확대를 세계경제의 진행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WTO는 2026년 세계 교역 증가율이 약 1.8%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 전망했는데, 이는 2000년대 평균인 5%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으로, 글로벌 무역이 과거의 성장엔진 역할을 더 이상 못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무역둔화의 배경에는 미국이 주도하는 고율 관세와 미중 통상갈등의 확산이 자리잡고 있다. 관세정책이 경제안보, 공급망 재편, 산업보조금 경쟁과 결합하면서, 세계 무역질서는 전례없이 불확실해졌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직후, 주요 전망기관들은 세계와 미국 경제에 대해 일제히 비관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정책과 그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정책에 대한 법원 판결과 정치 일정, 경제 흐름의 변수로그러나 2025년 미국 경제는 당초 우려와 달리 비교적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실효관세율이 8월 말 기준 19% 정도로 1930년대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했지만, 초기 예상보다는 상승 폭이 제한적이었다.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를 담은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OBBBA) 통과,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 유지, 인공지능(AI)·반도체·첨단 제조 등 전략산업에 대한 민간 투자 확대가 성장세를 지탱했다. 이에 국제통화기금(IMF)은 2025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4월 1.8%에서 10월 2.0%로 상향조정 했다.다만 2026년 미국 경제의 향방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관세 관련 대법원 판결 ▲중간선거 ▲미중 패권경쟁 ▲이민정책 ▲인공지능(AI) 투자 성과 ▲재정건전성 ▲금융시장 변동성 등 다양한 요인이 맞물려 있다.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비상경제권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한 관세의 합헌 여부를 가리는 대법원 판결이다. 판결 결과에 따라 행정부의 통상정책 추진 여력과 속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또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기 둔화나 물가 급등이 발생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강도를 완화하거나 시행 시점을 조정할 가능성도 있다.미중 간 패권 경쟁 역시 구조적 변수다. 양국 간 긴장이 완화와 격화를 반복하면서 관세·비관세 장벽, 기술통제, 외국인 투자 제한 등이 강화와 완화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에 대해서도 강경한 무역 압박을 유지할 것으로 보여, 외교적 긴장과 상호보복의 악순환이 경제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실물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2026년은 중국의 ‘15차 5개년 계획’(15.5계획)이 본격 시작되는 해이기도 하다. 이는 단순한 경제 성장률 목표의 연장이 아니라, 성장 모델의 근본적 전환점이다. 2025년 10월에 열린 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를 통해 확정된 15.5계획은 ‘고질량(高質量) 발전’과 ‘과학기술 자립자강’을 핵심 축으로 삼으며, 2035년까지 인당 소득을 2020년 대비 2배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장기 목표를 재확인했다.이를 달성하려면 향후 10년간 연평균 4.5% 이상, 전반 5년은 4.7% 이상의 성장이 필요하다. 특히 초기 단계인 2026년에는 시장 기대 심리 안정과 정책 신뢰도 확보를 위해 5% 전후의 성장률 목표를 유지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2027년 시진핑 4기 출범을 앞둔 새로운 5년의 시작을 알리는 정치·전략적 신호다. 핵심은 성장률이 아닌 성장의 질이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5% 성장하면, 2년마다 한국 전체 GDP 규모의 경제가 하나씩 탄생한다. 이처럼 거대한 경제체가 단순한 양적 확대에 머무를 수는 없다. 2026년 중국 15차 5개년 계획 본격화4중전회는 ‘고질량 발전’을 첫 번째 목표로 제시하며 성장의 질적 전환을 선언했다. 이는 부동산과 지방정부 부채에 의존하던 과거 성장 패러다임을 넘어 ‘신질생산력’을 중심으로 한 기술 혁명 시대를 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신질생산력’은 기존 방식이 아닌 과학기술 혁신으로 만드는 새로운 생산방식을 말한다. 일례로 과거에는 농사가 소와 쟁기로 밭을 갈았다면, 지금은 드론·스마트 팜·유전자 기술로 개량된 씨앗을 써서 훨씬 더 잘 재배하는 것이다.이런 전환은 미중 갈등이라는 외부 압력과 맞물려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의 관세 압박과 기술 수출 통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중국은 단순한 보복이 아닌 전략적 대응을 선택하고 있다. 관세전쟁을 기술전쟁으로 승화시키며 관세를 뛰어넘는 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한다.일본경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 등 대외적인 요인에도 불구하고 큰 충격 없이 순항하고 있다. 일본의 38개 경제 분석기관을 대상으로 일본경제의 현황과 전망을 수집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일본경제는 2025년 0.8%, 2026년에는 0.7% 실질 성장이 전망된다. 지난해 실질 성장률은 0.7%였다. 물론 일본경제에 대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위협 요인은 여전히 존재한다. 바로 미국의 관세정책이다.미국 관세정책이 초래할 수 있는 파괴적 악영향을 우려해 일본은행은 정책금리의 인상에 주저하고 있다. 일본은행은 2025년 9월에 개최한 금융정책결정회합에서 정책금리를 0.5%로 동결하는 결정을 내렸다. 미국 관세정책이 일본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미국이 주도하는 관세정책으로 인해 유럽은 에너지와 노동비용 부담 속에서 수출둔화 압력을 받고 있고, 신흥국들은 교역과 자본흐름의 불확실성에 노출돼 성장동력 약화가 발생하고 있다. 결국 2026년의 유럽과 신흥국은 단순한 경기 회복의 방향이 아니라, 경제 구조적 전환과 외부충격 대응을 동시에 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놓여 있다. 허정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유럽은 약 1%대의 저성장 상태가 2026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며, 신흥국은 3~4%대 회복 흐름이지만 과거 고성장 시대 대비 크게 낮아진 수준이 될 것”이라며 “두 지역 모두 외부충격과 통상 리스크에 매우 민감한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특히 미국의 고관세 및 통상정책 불확실성은 이들의 성장 여건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2025.11.24 07:00

5분 소요
반도체·자동차 수출이 살린다…한국 경제, 완만하지만 확실한 회복 [2026 경제大전망]➀

경제일반

2026년 우리나라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내수 부진 압력은 여전히 남아 있으나, 반도체·자동차 등 수출 제조업을 중심으로 성장 동력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다만 ▲미중 갈등 ▲글로벌 공급망 재편 ▲보호무역 강화 등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 전반적 성장 속도에는 제약이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경제 성장률, 1.5~2.5% 전망가 최근 국내 경제·금융 전문가 33명(무응답 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80%는 2026년 경제성장률을 1.5~2.5% 범위로 예상했다. 이 중 1.5~2.0%와 2.0~2.5%를 선택한 비율은 각각 40%로 동일했다.반면 성장률이 2.5% 이상이 될 것이라고 본 전문가는 13%에 그쳤고, 1.5% 미만을 예상한 응답자는 3%에 불과했다. 이는 최근 수년간 내수 둔화와 글로벌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가 수출과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회복 기반을 어느 정도 구축해 왔음을 시사한다.전문가들은 ▲반도체 경기 반등 ▲전기차·배터리 등 글로벌 제조업 수요 확대 ▲첨단 산업 수출 증가 등을 한국 경제의 하방 위험을 줄이는 핵심 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과 인공지능(AI) 칩 수요 확대는 2026년 수출 회복을 이끄는 주요 동력으로 평가됐다.다만 내수 회복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신중했다. ▲높은 금리와 가계부채 부담 ▲인구 고령화 ▲임금·물가 상승 압력 등이 소비 여력을 제약하고 있으며, 기업 투자 역시 경기 불확실성 확대 속에서 대규모 확장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대외 리스크는 ‘관리 가능한 수준’글로벌 경제 역시 완만한 회복 흐름이 예상됐다. 응답자의 40%는 "올해와 비슷한 수준", 43%는 "다소 악화"를 전망했다. 보호무역 강화와 세계 교역 둔화 우려가 있으나, 주요 수출 품목의 수요 회복이 성장세를 떠받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특히 전문가들은 대외 변수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전반적으로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했다. 미중 관계는 갈등 완화도, 급격한 악화도 아닌 현재 수준의 긴장이 이어지는 ‘관리되는 갈등'(Managed Competition) 구도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46%로 가장 많았다. 이는 관세·기술 규제·안보 협력체 변화가 계속되더라도 글로벌 경제가 일정한 안정 흐름을 유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국가별 전망을 보면, 미국 경제는 정체 또는 완만한 둔화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주류였다. 응답자의 43%는 “올해와 비슷한 수준”, 37%는 “다소 악화”를 예상했다. 소비는 견조하지만, 높은 금리와 제한된 재정 여력은 부담 요인으로 지목됐다.일본 경제도 완만한 개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았다. 임금 상승을 바탕으로 한 소비 회복과 관광 수요 증가가 경기 흐름을 지지할 것으로 보지만, 구조적 저성장 문제로 인해 큰 폭의 확장은 어렵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유럽은 완만한 침체 또는 정체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는 답변이 절반 이상이었다.다만 중국 경제 전망은 상대적으로 비관적이다. 응답자의 43%가 “다소 악화”를 선택한 반면, “회복”을 예상한 응답은 17%에 그쳤다. ▲부동산 경기 조정 ▲내수 성장 지연 ▲미·중 경쟁 지속 등이 중장기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첨단 산업·친환경 정책,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탄소중립 등 글로벌 친환경 전환 흐름은 한국 경제에 단기적으로는 비용 부담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친환경 산업과 에너지 전환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0%는 “단기적 부정적 영향”을, 13%는 “산업 구조 전환 차원의 긍정적 효과”를 예상했다.국내 AI 산업은 2026년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응답자의 83%가 “산업이 성장할 것”이라고 답했으며, 이 중 절반은 “올해보다 훨씬 높은 관심과 투자 확대”를 예상했다. 특히 반도체–클라우드–AI 모델–로봇·자동화가 결합하는 산업 구조 변화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는 AI가 단순한 혁신 키워드를 넘어 생산성과 산업 구조를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는 단계로 진입한다는 의미다.2026년 한국은행의 통화 정책은 급격한 변화보다는 신중한 완급 조절이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 30명 설문에서 기준금리 동결 전망은 37%, 한 차례 인하 가능성은 40%, 두 차례 이상 인하 가능성은 13%였다. 점진적 인하 가능성은 있으나 속도는 상당히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부동산 시장은 급등·급락 없이 완만한 조정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전문가들은 ▲완만한 상승(33%) ▲정체(23%) ▲완만한 하락(10%) ▲수도권 상승·지방 하락(17%)을 예상했다. 서울·수도권은 학군·교통·일자리 요인으로 회복력이 기대되는 반면, 지방 외곽 및 인구 감소 지역은 일부 거래 부진이 나타날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시장 안정성이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2025.11.24 06:00

4분 소요
댐 아래 묻힌 고향, 댐 위를 흐르는 문화…안동 50년의 인내와 가치[김현아의 시티라이프]

전문가 칼럼

1960~70년대, 한국과 일본은 급격한 산업화를 위해 대규모 수력·치수 인프라 확보에 막대한 자본과 기술을 투입했다. 안동댐과 구로베댐(黒部ダム(Kurobe Dam))은 대표적인 사례중 하나이다. 두 댐은 국가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그 이면에는 각 지역이 감당해야 했던 상처와 인내가 깊이 배어 있다. 두 지역이 치른 희생의 방식과 이를 바라보는 정신적 토대가 약간 다른데, 결국 이 차이는 이후 ‘가치 환원’ 전략과 지역 관광의 방식에까지 이어지고 있다.구로베댐은 일본 북알프스 깊은 산중, 인간의 접근조차 쉽지 않은 오지에 세워졌다. 험난한 지형은 공사 노동자들에게 혹독한 대가를 요구했다. 건설 과정에서 총 171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기록은, 자연의 벽에 도전한 기술자들의 의지를 신화적 서사로 만들었다. 구로베댐은 높이 186m의 아시아 최대급 아치댐이었으며, 완공까지 7년과 연인원 1,000만 명 이상이 투입된 세기적인 난공사였다. 자재 운반을 위해 뚫은 ‘간덴 터널’, ‘다테야마 로프웨이’, 그리고 전 구간 지하에 건설된 ‘구로베 케이블카’등 수많은 공정 하나하나가 기술력의 한계를 시험한 거대한 모험담이었다. 이러한 시설들은 댐 준공이후에도 철거되지 않고 그대로 관광 이동로로 활용되어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 루트'가 됐다.이에 맞서는 한국의 안동댐 역시 국가적 근대화 프로젝트의 핵심 상징으로 건설됐다. 안동댐은 높이 83미터, 길이 612미터에 달하는 대규모 사력댐으로, 낙동강 유역의 홍수 조절과 동시에 안정적인 용수 공급을 목표로 했다. 특히, 시설 용량 9만kW를 자랑하는 국내 최초의 양수 겸용 발전소를 갖춰 초기 전력 수급 불안정 해소에 기여했다. 또한, 총 건설 재원 중 일부를 아시아 개발은행(ADB) 차관으로 조달한 것은, 1970년대 국가 산업화를 위한 국제적 자본 유치 노력의 결실이었음을 증명한다.공동체의 희생, 유교적 대의와 정적 관광으로 승화구로베댐이 ‘자연과의 투쟁’이라는 외부적 서사를 가졌다면, 안동댐은 ‘공동체의 내면적 희생’이라는 다른 종류의 서사를 감내했다. 안동댐은 깊은 산속이 아닌 수많은 마을과 생활권 바로 위에 들어섰고, 그 결과 약 20여 개 마을이 수몰되는 비극을 겪었다. 단순한 경제적 손실을 넘어, 수백 년간 이어져 온 종가 문화, 조상의 묘역, 농지와 삶의 터전이 통째로 사라지는 문화·정신적 차원의 희생이 뒤따랐다. “국가의 물 부족을 해결할 수 있다면, 우리의 터전도 내려놓겠다”는 결단에는 조선 시대 영남 유학의 한 축을 이끌었던 안동 공동체의 ‘대의(大義)’와 ‘타인을 위한 헌신’이라는 유교적 가치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희생은 수몰로 그치지 않았다. 안동댐 건설로 상류 지역은 50년 가까이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이며 장기간 개발 규제를 감내해야 했고, 이는 단순한 경제적 손실을 넘어 지역 발전의 기회를 박탈하는 기회 비용을 수반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희생과 인내는 안동만의 독특한 관광 문화로 승화됐다. 호수와 월영교, 서원의 풍경은 구로베처럼 역동적이지는 않으나 고요한 기념비처럼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특히, 국내에서 가장 긴 목조 교량인 월영교는 낮에는 전통적 고요함을, 밤이 되면 아름다운 조명과 함께 환상적인 야경을 선사하며 안동 관광의 새로운 핵심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월영교는 수몰된 부부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전해지는 명소다. 안동은 고요한 수면, 복원된 유교 유산, 월영교의 고즈넉한 야경이 결합된 ‘정적 관광’을 선택하며, 사라진 공동체의 기억을 단단하게 지켜냈다. '지방의 시간'을 되찾는 노력, 그리고 국가적 대의1970년대 대구·구미 등 인근 도시들이 급격한 인구 증가로 식수난을 겪을 때, 안동댐은 이들 지역에 안정적인 상수원을 제공하며 국가 산업화의 후방을 굳건히 지탱했다. 안동의 희생과 수몰의 상처는 단순히 지역 차원의 손실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산업화에 기여한 기반이었음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최근 K-컬처 확산과 함께 안동의 전통 문화자산이 재평가되고 있지만, 이러한 ‘재발견’의 화려함 속에서 안동이 겪어온 긴 불편과 기회 비용을 잊어서는 안 된다.특히, 대구 취수원 이전 사업인 '맑은물 하이웨이'는 안동이 수십 년간 바라온 댐 주변 규제 완화를 위한 협상 동력을 제공하며 희생을 보상으로 전환할 수 있는 분수령이다. 이 사업은 안동댐 직하류에서 대구로 대규모 수량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동시에 취수량 증가에 따른 잠재적인 물 이용 리스크와 신규 규제 발생 우려라는 '또 다른 희생'을 요구할 수 있다. 따라서 안동이 요구하는 기존 개발 규제 해소와 상생발전 지원책이 반드시 실현되어야 한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이 새로운 과제(취수원 이전)는 안동에게 또 다시 일방적인 희생과 인내만을 요구하는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안동댐은 단지 물을 막아 세운 시설이 아니다. 그것은 공동체가 국가를 위해 내려놓은 삶의 기록이며, 조용하지만 단단한 인내의 시간이다. 그것은 주변 도시들의 성장을 뒷받침한 위대한 공헌이었다. 이제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할 수 없는 시대다. 거대한 토목사업이 시설 준공으로만 끝나서도 안된다. 그 과정에서 발생한 희생과 기술적 유산을 장기적인 지역 비전 속에서 문화적 자산으로 활용해야 할 때다. 일본 구로베 댐의 사례를 좀 더 자세하게 들여다 봐야 하는 이유이다. 지방쇠퇴에 대한 대응은 거대한 시설 투자에만 있지 않다. 그 가치에 합당한 인정과 보상이 안동과 같은 도시들에 필요하다는 시대적 명제에 실질적인 행동으로 응답하여야 한다.K-컬쳐가 정점을 이루는 시대를 맞아, 지방의 많은 문화유산이 빛을 발하도록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관광 서비스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지역 간-지역내 교통 접근성 개선과 국제적 수요를 담아낼 고부가가치 관광 인프라 확보가 시급하다. 진정한 국가의 미래는, 지방 도시들이 지닌 고유한 가능성을 발견하고 중앙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해결 과제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낼 때 비로소 열릴 것이다.(다음편에 계속)

2025.11.23 14:00

4분 소요
‘K자형 양극화’의 그늘에 빠진 美경제…트럼프도 뒤늦게 인정한 현실 [특파원 리포트]

국제 경제

미국 경제가 다시 두 갈래로 찢어지고 있다. 주가 상승과 인공지능(AI) 투자 붐이 경제 전반을 끌어올리는 듯 보이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위쪽 K’와 ‘아래쪽 K’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고소득층은 임금과 자산이 함께 뛰며 소비를 확대하고 있지만, 저소득층은 물가·부채·연체 부담 속에서 한 해를 버티기에도 급급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미국 경제의 복병이자 향후 경기 방향을 왜곡하는 숨은 균열”이라고 진단한다.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자료에 따르면 상위 25%의 임금 상승률은 연 4.6%로 여전히 견고하다. 반면 최하위 25%는 3.6% 증가에 그쳤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직후 급등했던 하위층 임금이 올해 들어 완전히 반전되면서 임금 격차는 다시 확대되고 있다. 조 와드포드 뱅크오브아메리카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들어 하위층 임금이 고소득층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오히려 뒤처지고 있다”고 진단했다.격차는 소비에서 더 뚜렷하다. 마크 잔디 무디스 애널리틱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소득 하위 80%는 물가 상승을 겨우 따라가는 수준인데, 상위 20%는 훨씬 높은 소비 여력을 가지고 있다”며 “특히 ‘최상위 3%는 압도적으로 더 낫다’(much, much, much better)라고 표현할 정도로 격차가 벌어졌다”고 말했다. 성장을 떠받치는 건 사실상 상위층 소비뿐인 셈이다.고소득층은 프리미엄 소비…하위층은 생활물가에 발목 실제 고소득층의 프리미엄 소비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델타항공은 “프리미엄 캐빈 수요가 급증하며 비즈니스 클래스 매출이 조만간 이코노미 전체를 추월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대로 중·하위층 소비자들의 지출은 눈에 띄게 둔화됐다. 크리스캠프친스키 맥도날드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저소득층 고객 방문이 두 자릿수 감소했다”고 밝혔고, 코카콜라 역시 “소득 그룹 간 소비 격차가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일부 대형 리테일 업체에서는 ‘미니 패키지’ ‘저가 옵션’이 빠르게 늘고 있다.생활물가 상승은 하위층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요인이다. ▲렌트(3.6%) ▲유틸리티(5.8%) ▲쇠고기(15%) 등 필수품 가격 상승률은 여전히 높다. 특히 식품 가격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 영향이 하위층 장바구니에 직접적 부담을 줬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17.9%에 달하는 평균 관세율이 식료품 가격을 약 1.3% 끌어올렸고, 이는 가구당 연간 1800달러(약 264만원)의 추가 부담으로 이어졌다는 연구도 나왔다.이런 압박이 이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수입 쇠고기·커피·바나나 등 기초 식료품에 대한 관세를 전격 철회했다. 그동안 그는 “관세는 물가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강조해 왔지만, 정작 식품 물가가 하위층을 중심으로 정치적 부담으로 번지자 급작스럽게 방향을 틀었다. 정치 전문지 뉴요커의 존 캐시디는 “트럼프는 K자형 경제의 비용을 더 이상 피할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관세 철회는 그 현실을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문제는 이러한 양극화가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연준 내부에서도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방준비제도 이사는 최근 연설에서 “상위 10%가 전체 개인 소비의 22%, 상위 20%는 35%를 차지한다”며 “하위층은 올해 가격 상승의 직격탄을 맞으며 이미 소비 계획을 바꾸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안나 폴슨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도 “올해 고용 증가의 거의 전부가 의료·사회복지 분야에 집중돼 있다”며 “고소득층 소비와 인공지능(AI) 관련 주가 랠리가 성장을 떠받치지만 이는 지나치게 협소한 기반”이라고 경고했다.자산시장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경기 변동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바이든 행정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지낸 재러드 번스타인은 “주식시장 부의 1달러 감소는 소비 2~3센트 감소로 이어진다”며 “성장이 소수의 자산가치에 지나치게 좌우되는 구조가 됐다”고 지적했다. 월가에서도 “주가 조정이 오면 미국 경제의 ‘아래쪽K’가 먼저 무너지고 충격이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비우량 車대출 연체율…정치적 부담 커져 실제로 신용 지표에는 이미 빨간불이 켜졌다. 글로벌 신용평가기관 피치 레이팅스는 서브프라임 오토론 60일 이상 연체율이 6.7%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4년 차량 압류는 170만건으로 2년 전 대비 40% 넘게 증가했다. 신용평가업체 트랜스유니언의 제이슨 라키 부사장은 “신용 위험이 중산층에서 사라지고 있고 소비자가 슈퍼프라임과 서브프라임 양극단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하위층 신용 붕괴가 이미 시작됐음을 보여준다.정치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 유고브·이코노미스트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40%는 현재 경제를 “나쁘다”고 평가했고, “우수하다”고 답한 비율은 3%에 불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상 최고의 경제”라고 주장해도 민심은 싸늘한 이유다. ▲관세 철회 ▲50년 모기지 구상 ▲보험 보조금 조정 등 최근 정책 변화는 ‘정책 실패’보다는 ‘생활물가 압박에 대한 정치적 방어’에 가깝다는 분석이 뒤따른다.전문가들은 “지금 미국 경제의 가장 큰 위험은 성장의 불균형”이라고 말한다. 겉으로는 견조한 성장세가 유지되지만, 실제로는 상위층 소비가 전체 평균을 끌어올리는 ‘편향된 회복’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성장률이 아니라 성장의 질이 문제인 셈이다. 아래쪽 K는 이미 장기적 스트레스에 들어갔고, 충격이 오면 가장 먼저 무너질 수밖에 없다.미국 경제가 다음 국면으로 넘어가는 시점은 단순한 경기 사이클의 변화가 아니라, K자형 양극화가 실제 충격으로 전이되는 시점과 맞물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의 양극화 흐름을 방치할 경우 경기·정치·금융시장이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소리 없이 진행되는 이 균열이 미국 경제의 ‘숨은 복병’으로 떠오르는 이유다.

2025.11.23 13:00

4분 소요
“K-푸드, 국가 전략 자산으로 키워야” [이코노 인터뷰]

유통

"‘K-푸드’ 관련 단체는 많지만, ‘K-푸드 협의회’는 다릅니다.” K-푸드 협의회 추진위원장인 함선옥 연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최근 와의 인터뷰에서 “K-푸드 협의회는 산업계를 지원하고, K-푸드를 대한민국 대표 국가 브랜드로 만드는 전략 사령탑이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K-푸드 협의회는 K-푸드 산업 발전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하는 ‘민관산학’(民官産學) 협력 플랫폼이다. 오는 12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출범식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세계적으로 K-푸드의 위상이 높아지며 관련 단체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함 교수는 K-푸드 협의회를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사항을 정부에서 정책화하고 지원하도록 돕는 교두보를 마련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22년 한국급식학회를 창립한 뒤 급식 현장의 애로사항을 발굴하고 분석해 정책으로 연결하는 일을 했다”며 “K-푸드 관련해서도 산업계의 목소리를 듣고 관계 부처에 전달하는 단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덧붙였다.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농수산식품(K-푸드) 수출은 누적 92억6000만달러(약 13조6057억원)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8.1% 늘어난 수준이다.농수산식품 수출액은 지난 2021년 100억달러(약 14조6900억원)를 넘어선 뒤 ▲2022년 105억달러(약 15조4300억원) ▲2023년 108억달러(약 15조9000억원) ▲2024년 117억달러(약 17조1908억원)로 4년 연속 100억달러를 웃돌았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올해 수출액은 약 126억달러(약 18조5100억원)를 기록하며 5년 연속 100억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K-푸드’ 미래, 아무도 모른다함 교수는 “현재 K-푸드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게 된 데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와 K-팝 등 K-콘텐츠의 힘이 컸다"며 “K-푸드 열풍이 얼마나 이어질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K-푸드가 일시적 유행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자리 잡으려면 일식이나 태국식처럼 세계인의 식문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 한다는 게 함 교수의 생각이다.그는 “K-푸드를 ‘국가 전략 자산’으로 지정해 브랜드화해야 한다”면서 “산업과 문화·기술·외교 등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통합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함 교수는 “K-푸드 수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관련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좋은 제품을 만들고 전달하는 생산·유통·서비스 등 외에 소비자에게 경험을 선사하는 플랫폼의 역할도 중요하다”며 “넷플릭스, 쿠팡플레이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도 K-푸드 협의회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했다.K-푸드 성장세에도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은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함 교수에 따르면 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농림축산식품부·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식품 관련 기관뿐 아니라 문화체육관광부·외교부·산업통상부 등 여러 부처가 협업해야 한다.그는 “학계의 역할은 산업계와 정부 부처를 잇는 일”이라면서 “학계는 산업에서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전문적·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연구해 정책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전했다.K-푸드 산업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수출 실무 프로세스’를 정확하게 아는 일이다. 함 교수는 “수출 과정에서 산업계가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 해외의 수출 기준을 맞추는 것”이라며 “대기업의 경우 해외 진출 시스템과 네트워크 등이 잘 갖춰져 있지만, 중소기업은 제대로 된 정보를 얻는 일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답 모두 현장에서 찾아야”K-푸드 협의회는 출범 후 분기별로 포럼과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유관 부처와 함께 중소기업이 해외 진출 시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고 ▲인증 ▲표준화 ▲인력 양성 등의 지원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한다는 구상이다. 나라마다 다른 수출 관련 기준을 정확하게 안내하고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가장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함 교수는 “최근 K-푸드가 인기를 얻으며 미국과 유럽 등에도 한식당 많이 생기는 추세인데 외국인이 운영하다 보니 한식과는 전혀 다른 음식이 판매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K-푸드가 해외에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표준화’를 통해 현지인도 제대로 된 한식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표준화의 사례로 함 교수는 ‘해외 우수 한식당 지정제’를 소개했다. 한식의 ▲품질 ▲서비스 ▲위생 관리 ▲한국산 식재료 사용 등 현지 한식 문화 확산에 필요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우수성을 공인하는 제도다.현지 소비자에게 한식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한식 조리 기법과 한국적 분위기의 공간을 통해 세계적으로 K-푸드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 함 교수는 “해외의 모든 한식당을 ‘우수 식당’으로 만들 수는 없겠지만 어느 곳에서 누가 만들어도 한국적인 맛을 낼 수 있도록 쉽고 표준화된 매뉴얼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문제도 답도 현장에서 나온다”며 “K-푸드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산업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함 교수는 “한국급식학회 활동을 통해 분명한 문제점을 찾아 법안과 정책으로 연결했고, 급식 현장에서 큰 도움이 됐다는 말을 들으며 학회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느꼈다”며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식품·외식 기업이 K-푸드 협의회로 인해 더 쉽게 해외에 진출해서 매출을 늘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2025.11.23 11:00

4분 소요
‘모더나의 산실’ 20조 벤처 빌더, 韓 상륙…K스타트업 생태계 ‘메기’ 되나 [최화준의 스타트업 인사이트]

전문가 칼럼

지난 10월 미국 바이오 벤처 캐피털 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Flagship Pioneering)이 이병건 국제백신연구소(International Vaccine Institute) 한국후원위원회 이사장을 한국 특별 고문으로 선임했다.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면서 국내 바이오 시장을 본격 탐색하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이하 ‘플래그십’)의 국내 진출은 과거 해외 벤처 캐피털의 국내 진출과는 의미가 다르다. 플래그십은 자금 투자는 물론 내부에 연구 조직과 창업자 인력을 보유하면서 스타트업을 직접 설립 및 육성하는 창업형 벤처 캐피털이다. 창업형 벤처 캐피털은 국내에서는 ‘벤처 빌더(venture builder)’ 혹은 ‘벤처 스튜디오(venture studio)’로 알려진 스타트업 직접 육성 모델과 비슷하다. 플래그십은 운용 자산 규모가 20조 원에 이른다. 자본력으로 무장한 글로벌 벤처 캐피털이다. 국내에서는 삼성 그룹이 자회사에서 자금을 출자해 플래그십이 운용하는 펀드에 720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플래그십의 대표 성공 사례는 코로나 백신 개발로 유명한 바이오 스타트업 모더나(Moderna)이다. 플래그십은 약물전달시스템(Drug Delivery System, DDS) 분야의 세계 석학인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로버트 랭거(Robert Langer) 교수에게서 기술을 획득하고 바이오 기업 전문 경영인 스테판 방셀(Stéphane Bancel)을 영입해 모더나를 설립했다. 모더나는 특허 기술과 경영 인력을 벤처 캐피털이 성공적으로 내재화한 사례이다. 韓 '교원 창업'과 '소유=경영' 공식, 북미식 모델로 바뀌나그렇다면 플래그십의 국내 진출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특별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해외 벤처 캐피털이 국내 바이오 원천 기술을 발굴해서 초기 단계부터 본격적으로 투자를 진행하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이는 성장 궤도에 진입한 국내 스타트업의 후속 투자에 집중했던 기존 해외 벤처 캐피털과는 다른 행보이다.플래그십은 국내 교원 창업 방식의 변화를 이끌 수 있다. 현 국내 교원 창업 제도하에서 교수는 창업 회사 대표를 겸직할 수 있다. 이에 반해 북미 지역 교원 창업 제도 아래에서 교수는 창업 기업의 대표를 겸직할 수 없다. 만약 교수가 창업 기업의 운영에 직접 관여하는 임원으로 활동하려면 전임 교원 지위를 포기해야 한다. 이에 통상 교원 창업 교수는 기업 고문 역할을 수행한다. 물론 원천 기술을 제공하는 대가로 창업 기업 지분을 보유하는 주주 역할도 한다. 모더나의 로버트 랭거 교수 역시 기업 경영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고, 기술 자문 역할과 주주로 활동했다. 교원 창업은 현재 국내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창업 형태이다. 정부와 대학 모두 교원들의 창업을 장려하고 있다. 문제는 아직 표준화되지 못한 교원 창업 구조이다. 교원 창업자 휴직 가능 여부, 기업 대표 겸직 가능 여부, 투자금 지원 방안, 학교와의 지분 구조 등 교원 창업 관련 인사 제도는 대학마다 다르다. 만약 플래그십 같은 벤처 빌더 투자사가 국내 교원 창업 시장에 뛰어든다면, 국내 교원 제도는 벤처 캐피털이 주도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특히 플래그십은 국내 교원 창업에서 비중이 높은 바이오 산업에서 활약하는 벤처 캐피털이다. 플래그십의 국내 진출로 북미의 교원 창업 방식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성공리에 이식되어 새로운 교원 창업 구조가 나타날지 지켜볼 일이다. 이외에도 플래그십의 국내 진출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고착화된 ‘창업자는 곧 대주주이자 최고 경영권자’라는 인식을 바꾸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그간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창업자와 투자자 간 관계는 끊임없이 재조정되었지만, 창업자는 여전히 이사회의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거대 자본을 소유한 북미 벤처 캐피털이 스타트업 설립부터 육성까지 관여한다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도 주주가 주도하는 스타트업 경영 방식이 시도될 여지가 있다. 이는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북미의 스타트업 운영 방식이 궁극적으로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자리 잡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정부 벤처투자법 이후 국내 진출한 플래그십정부는 지난 7월 벤처투자법을 개정하면서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벤처 빌더 방식을 허용하였다. 이에 따라 창업 기획자는 자회사 주식의 50% 이상을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 투자사는 그들이 발굴하고 육성하는 스타트업의 최대 주주가 되어 경영에도 적극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과거 소수의 해외 투자사들은 국내에서 조용히 벤처 빌딩 모델을 시도해왔다. 기업 평점 플랫폼 잡플래닛은 로켓인터넷(Rocket Internet)의 도움을 받아 설립된 국내 스타트업이다. 로켓인터넷은 북미의 스타트업 성공 모델을 빠르게 복제하여 신규 시장에 진출하는 것으로 유명한 독일의 스타트업 전문 육성 기업이다. 앤틀러 코리아(Antler Korea)는 창업자를 공개 모집하고 내부 교육을 통해 극초기 스타트업을 육성한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앤틀러는 초기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하는 벤처 캐피털이다. 해외 자본의 벤처 빌딩 시도는 획일화되어 있던 국내 투자 방식에 변화를 불러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시장 진입을 염두에 둔 플래그십의 이번 소식은 파급력이 사뭇 다르다. 그들은 벤처투자법 개정 이후 얼마 지나지 않은 절묘한 시점에 국내 진출을 간접적으로 선언했다. 펀드 규모는 기존에 한국에 진출한 해외 벤처 캐피털 수준을 넘어선다. 관련 시장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내 인사를 구성원으로 선임하면서 한국 진출의 교두보도 확보했다. 자본 집약적인 바이오 산업에 집중 투자하는 글로벌 벤처 빌더이다. 플래그십의 국내 진출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과연 플래그십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메기 효과’를 일으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025.11.23 10:00

4분 소요
제약·바이오 ‘매출 1조’ 다음은 누구?  [제약바이오 1조 클럽을 잡아라]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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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연매출 1조원’ 달성은 중견사를 넘어서는 새로운 성장의 상징이다. 2024년 보령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매출 1조원을 넘기며 ‘1조 클럽’에 합류한 뒤, 업계의 관심은 올해 누가 뒤를 이을지로 쏠린다. 최근 3분기 누적 실적과 신제품·사업 구조를 보면 HK이노엔과 동국제약이 유력 후보로 떠오른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조원 이상 매출을 올린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을 비롯해 ▲유한양행 ▲GC녹십자 ▲광동제약 ▲종근당 ▲한미약품 ▲대웅제약 ▲보령 9곳이었다.HK이노엔 매출 1조 향해 순항 9곳에 뒤이어 HK이노엔이 올해 연매출 1조원을 향해 속도를 내고 있다. HK이노엔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7713억원, 영업이익 70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6.6%, 0.9% 늘었다.올해 3분기 실적은 매출 2608억원, 영업이익 2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7%, 16.4% 늘어났다.HK이노엔의 실적을 견인한 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이다.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인 케이캡은 국내 시장에서 6년 연속 소화성궤양용제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케이캡의 3분기 국내 처방액은 5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4% 증가했고, 올 3분기 누적 처방액 1600억원을 돌파했다.해외 실적도 고무적이다. 케이캡은 해외 53개국과 수출 계약을 맺고 18개국에서 출시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3분기 케이캡 완제품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7% 급증한 4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분기 기준 최고 수준이다.특히 중국 현지 파트너사 뤄신을 통한 로열티 수익 증가와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임상 3상 진행 등이 실적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HK이노엔이 3분기 시장 추정치에 부합하는 실적을 거뒀다”며 “2027년부터는 미국에서의 로열티 수익 반영과 중국 마일스톤(기술료) 확대, 수출 지역 확대 등 해외에서의 실적 고성장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4분기 실적 전망은 더 우호적이다. 케이캡과 더불어 백신 사업에서 매출 상승 효과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는 지난 8월 한국화이자제약과 ‘코미나티 엘피에이트원프리필드시린지’사스코로나바이러스-2 mRNA 백신)에 대한 국가예방접종사업(NIP) 코프로모션 계약을 체결, 3분기 실적에 반영됐다.다만 헬스앤뷰티(H&B) 부문은 음료 제품 회수(헛개수·티로그·새싹보리) 여파로 부진을 이어갔다. 3분기 ▲매출은 151억원으로 전년 대비 34.7% 감소 ▲영업손실은 47억원 ▲영업이익률(OPM)은 –0.8%을 기록했다. 특히, 숙취해소제 ‘컨디션’ 매출은 104억원으로 23.1% 줄었다.증권가는 HK이노엔의 올해 연간 실적을 매출 1조53억원, 영업이익 1118억원으로 추정했다. 동국제약, 전 부문 고른 성장세동국제약도 1조 클럽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동국제약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6840억원, 영업이익 72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3.8%, 15.1% 늘었다.동국제약은 올해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9% 늘어난 2268억원, 영업이익은 10.1% 증가한 248억원을 기록했다.3분기 호실적은 ▲일반의약품(OTC)사업본부 ▲전문의약품(ETC)사업본부 ▲헬스케어사업본부 ▲글로벌사업과 자회사인 동국생명과학 등 전 부문에서 균형 있는 성장세를 보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OTC는 내수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기존 브랜드의 신규수요 창출과 일반품목군의 고도 성장, 신제품 발매 등으로 지속 성장하고 있다. ▲인사돌 ▲센시아 ▲판시딜 ▲치센 ▲오라메디군 ▲카리토포텐 등이 동국제약의 대표 제품이다.ETC사업본부에서는 올해 자체 생산 주사제의 매출이 두드러졌다. 대표 제품인 로렐린이 성장세를 이어갔고, 종합병원 영역에서는 알로스틴 주사제의 성장률이 가장 높았다.DKMA(메디컬 에스테틱)사업부에서는 히알루론산(HA) 필러인 벨라스트가 성장했다. 특히, 이러한 실적 상승세는 화장품을 중심으로 한 헬스케어 부문이 견인했다. 회사 측은 “헬스케어 사업부의 경우 ▲화장품 사업 ▲건강기능식품 사업 ▲생활용품 사업으로 이루어져 있다”며 “동국제약의 매출 1조 달성 목표를 향한 성장 엔진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특히, 뷰티 부문은 더마코스메틱 ‘센텔리안24’ 브랜드가 2015년부터 2024년까지 누적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저자극 스킨케어 브랜드 ‘마데카21’도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하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올해도 이러한 성장세는 두드러진다. 센텔리안24, 마데카솔분말 등 화장품 및 기타 의약품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전체 주요 제품 누적 매출액의 30.0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또한 같은 기간 의약품 원료 및 미용기기 등 헬스케어 기타 상품군의 누적 매출액 비중은 19.34%를 기록했다.내수 비중이 높은 편인 동국제약은 수출 확대를 위해 해외 사업본부를 글로벌 사업본부로 개편하고 외형상 조직 규모를 확대했다. 여기에 미국, 일본 등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며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으며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 수출 채널을 구축했다.동국제약은 앞으로도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통해 미래 파이프라인을 확보해 신제품 개발 및 출시 등으로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계획이다.동국제약 관계자는 “약물전달시스템(DDS) 연구 전담 조직인 DK의약연구소의 역량을 중심으로, 리포좀 기술을 기반으로 한 항진균제 암포테리신B와 마이크로스피어(미립구) 기술을 활용한 전립선암 치료제 로렐린(1개월, 3개월 제제) 등을 순차적으로 상업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DDS 파이프라인을 통해 비만치료제 등 다양한 신제품을 개발해 글로벌 DDS 혁신 기업으로 도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5.11.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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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권 제약·바이오, 1조 클럽 ‘조기 가입’ [판 커지는 제약·바이오]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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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위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올해 3분기까지 두 자릿수의 매출 성장을 기록하며 ‘1조 클럽’에 무난히 안착했다. 다만 실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술료 의존도 ▲글로벌 수주 경쟁력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에 따라 기업별 성장 질은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유한양행의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조6406억원으로 국내 5대 제약사 중 가장 컸다. 이어 ▲GC녹십자 1조4935억원 ▲종근당 1조2656억원 ▲대웅제약 1조1738억원 ▲한미약품 1조1146억원을 각각 기록했다.5대 제약사 모두 1조 돌파 우선 유한양행은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83억원으로 17.4% 증가했다.다만 유한양행은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241억200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5.7%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5511억26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 줄었다.증권가는 일회성 요소를 제외하면 유한양행의 주요 사업부가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KB증권은 “지난해 3분기 미국 렉라자 병용요법 품목허가에 따라 유입된 1회성 마일스톤(기술료) 6000만달러(약 878억원)를 제외하면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2% 성장해서 고무적”이라고 판단했다.해외 사업에 대해서는 다각화되고 있는 고객사를 바탕으로 원료의약품 공급 다변화 효과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GC녹십자의 올해 3분기까지 매출 증가율은 20.5%로 5대 제약사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증가율 역시 52.8%로 가장 높았다.GC녹십자는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매출이 60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보다 26.3% 줄어든 292억원을 기록했다.면역글로불린제제 ‘알리글로’의 지속적인 성장과 처방의약품 매출 확대가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알리글로는 올해 들어 매 분기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전년 동기 대비 117% 매출 성장을 이뤘다.GC녹십자 관계자는 “미국의 관세 정책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상반기 중 알리글로 수출 물량을 늘려 현지 재고를 확보했다”며 “4분기에는 내년도 판매 물량 선적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종근당은 올해 3분기까지 매출 증가율이 8.1%를 기록했다. 다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8% 넘게 감소했다.종근당 측은 “고덱스·텔미트렌·이모튼 등 기존 제품과 뉴라펙, 스티바가 등 신제품이 고루 성장하면서 전년에 비해 매출액이 증가했다”면서 “영업이익은 연구개발(R&D) 투자 등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대웅제약은 올해 3분기까지 매출 증가율이 11.3%를 기록했고, 영업이익 증가율은 40.5%에 달했다. 대웅제약은 3분기 전문의약품(ETC)과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의 견고한 성장에 힘입어 성장세를 유지한 것으로 분석했다.사업별로 전문의약품 매출은 디지털헬스케어 및 스토보클로의 성과로 전년 동기 대비 5% 오른 2253억원으로 집계됐다.나보타 매출은 남미, 중동 등 글로벌 시장 출시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16% 오른 1707억원을 기록했다.한미약품은 올해 3분기까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6%, 6% 감소했다. 다만 한미약품은 올 3분기 매출 3623억원, 영업이익 55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0.1%, 영업이익은 8.0% 증가했다.주력 품목인 개량·복합 신약의 견고한 성장과 더불어 길리어드사이언스와 체결한 엔서퀴다 기술이전 계약에 따른 선급금 수취 등이 올 3분기 수익성 증대로 이어졌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글로벌 제조·시장 선점’ 가속화국내 바이오 업계 쌍두마차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도 올해 3분기 나란히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외형 성장을 이끌었다.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6602억원, 영업이익 728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9.9% 증가를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무려 115.2% 폭증했다. 이는 1~4공장의 풀가동과 5공장의 안정적인 생산량 증대(램프업),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견조한 매출 4410억원이 더해진 결과다.글로벌 최상위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으로 자리잡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연간 누적 수주액 5조5959억원을 달성했다. 이미 확보된 막대한 수주 잔고와 5공장 가동률 상승이 4분기에도 이어지며 연간 최대 실적이 예상된다.셀트리온은 올해 3분기 매출 1조290억원, 영업이익 301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7%, 45.1% 성장했다.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짐펜트라’(램시마SC)를 비롯한 고수익 신규 제품군 매출이 전년 대비 51% 증가했다.이 같은 호실적은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 이후 수익성 중심의 사업 구조 재편이 본궤도에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오는 4분기에는 짐펜트라 미국 처방 가속화와 ‘유플라이마’의 시장 점유율 확대가 예상된다.아울러 올해 3분기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9%, 영업이익은 7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셀트리온의 매출액은 13.6%, 영업이익은 135%나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올해 3분기 실적은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매출 규모 경쟁을 넘어 글로벌 수익성 경쟁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외형 성장’에서 ‘지속 가능한 수익성 모델 확보’로 시장의 기준점이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업계 관계자는 “기술료·바이오시밀러·CDMO·전문의약품등 사업 모델별 성과 차별화가 뚜렷해지고 있다”며 “미국·신흥시장 진출과 생산능력 확충 등 글로벌 확장 전략이 향후 실적 변동성을 좌우할 핵심 요인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2025.11.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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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서 낙상보험 판다...간단보험대리점, 어떻게 변하나

보험

지난 10월 21일 국무회의에서는 ‘간단손해보험대리점’의 명칭을 ‘간단보험대리점’으로 변경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보험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됐다. 간단보험대리점은 재화와 용역을 판매·중개하는 자가 해당 재화와 용역과 관련된 미니보험(보험료가 저렴하고 보험기간이 짧은 보험) 등의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제도다.이번 개정안 통과로 당소 손해보험 상품만 판매가 가능했던 간단손해보험대리점은 생명보험 상품과 제3보험 상품 판매가 가능한 간단보험대리점이 됐다. 이로써 간단보험대리점으로 등록된 부동산 중개·대리업자가 신용생명보험을 판매하거나, 요양병원에서 낙상상해보험을 판매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보험금 상한액은 5000만원이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10월 28일부터 잠정시행 중이고 공식 시행일은 내년 1월 1일이다.간단대리점서 생보 상품 판매 확정간단손해보험대리점 시절(2015년 도입)에는 ▲동물병원에서 펫보험 ▲여행사에서 여행보험 ▲가전제품소매업에서 가전제품보증보험 ▲골프장에서 골프보험 ▲산후조리원에서 어린이보험 등을 판매해왔다. 모두 손해보험사들이 판매하는 손해보험 상품들이다. 대리점 등록이 가능한 업종의 업체(법인)나 개인사업자가 간단손해보험대리점 자격을 취득하면 판매 자격이 주어지는 식이다. 예를 들어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를 운영하는 업체가 간단손해보험대리점 자격을 취득해 앱 내에서 운전자보험을 판매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쉽다. 하지만 앞으로는 생명보험사들도 등록되는 업종에 한해서 생명보험 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금융위원회는 이 내용과 관련해 요양병원이나 병의원, 부동산 등에서 상품 판매가 가능해질 수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요양병원에서 환자의 낙상사고에 대비하는 낙상상해보험 ▲병의원에서 대장내시경 검진 후 용종 제거와 관련된 비용을 보장하는 용종보험 ▲부동산 중개사들이 주택 거래 후 채무자의 갑작스러운 사망 시 보험금으로 일정 대출금 상환을 보장하는 신용보험 등을 판매하는 식이다. 해당 상품들은 모두 생명보험사들이 주로 취급하는 생명보험 상품이거나 생보사와 손보사 모두가 취급할 수 있는 제3보험 상품들이다. 다만 구체적인 판매업종은 금융당국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 내년 1월 1일 공식 시행 전까지는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보험 분야와 관련해서 경쟁과 혁신을 계속 요구하는 기조”라며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단기소액보험인 미니보험이 일상생활에서 생각보다 충분히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간단보험대리점 도입으로 생활 밀착형 보험의 활성화를 노리겠다는 이유다. 이번 결정이 보험업계에 중요한 것은 생보사 입장에서 새 시장이 열린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최근 생보업계는 보험손익이 악화하고 있어 새로운 시장 개척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요양시설 등 시니어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일부 생보사들의 경우 간단보험대리점 도입으로 요양병원 내에서 상품 연계 판매도 가능해졌다. 금융당국이 구체적인 판매업종을 논의 중이지만 요양병원에서의 상품 판매의 경우 거의 확정적으로 알려졌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생보업계가 몇년 전부터 금융당국에 꾸준히 생명보험 상품 판매길을 열어달라고 건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마도 보험업법 개정 전부터 관련 상품을 준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자격 취득? 교육 이수가 끝...불완전판매 우려도당장 간단보험대리점을 통해 고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간단손해보험대리점 시절의 경우에도 보험료 액수가 적고 단기 보장인 미니보험을 주로 판매했기 때문에 수익 면에서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업체들도 이 시장에서 큰 메리트를 느끼지는 못해온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간단손해보험대리점 등록업체는 2019년 이후 200개 내외로 정체 상태다. 손보사 한 관계자는 “요즘에는 산후조리원이나 여행사에서 가입하는 어린이보험, 여행보험 상품 정도를 제외하면 가입률이 그렇게 높지는 않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간단보험대리점 도입으로 가입 업종이 확대되고 소비자들의 인식도도 높아지면 장기적으로 수익을 기대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 특정업에서의 고객 데이터베이스(DB) 확보도 보험사 입장에선 긍정적이다.불완전판매 우려는 숙제다. 기존 여행보험이나 운전자보험 등 손보 상품들의 경우 해당 업체 홈페이지나 앱을 통한 온라인 가입이 많았지만 이번 판매 업종 확대로 오프라인 판매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여서다. 전문 보험설계사가 아닌 업체의 직원이 교육을 받고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 간단손해보험대리점 시절 업체는 온오프라인 교육을 8시간 이상 이수하면 판매 자격이 주어졌었다. 별다른 시험도 없다. 간단보험대리점도 자격 취득요건이 사실상 같아 누구나 손쉽게 보험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셈이다. 미니보험은 상품설계가 매운 단순한 구조라 판매 피해 소지가 적을 수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완전판매 우려를 완전히 지우기 어렵다. 이에 간단보험대리점에 대한 등록요건을 강화하는 등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자격 요건을 설계사 시험 수준으로 어렵게 해놓으면 사실상 이 제도가 활성화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해당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업 이해도가 높은 만큼 업과 관련된 상품 판매가 어렵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또 판매 상품이 단기 보장으로 상품 구성이 복잡하지 않아 불완전판매 우려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2025.11.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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