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
10년간 360% 오른 금, 코스피 압도…불확실성 커질 때마다 신뢰 재확인
- [골드러시]②
코스피 10년간 77%, S&P500 224% 올라
오일쇼크·코로나 팬데믹·전쟁…글로벌 불안, 투자자 금으로 이끌어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9월 30일(현지시간) 기준 국제 금 현물 가격은 트로이온스(온스)당 3866.90달러까지 치솟았다. 미국 정부의 부채 증가 문제와 인플레이션 우려, 달러화의 국제적 지위 약화 등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값은 올해 들어서만 40% 넘게 상승했다. 일각에서는 당분간 금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압박해 연준의 독립성이 훼손될 경우, 최악의 경우 투자자들이 보유한 미국 국채의 1%가 이탈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렇게 되면 금값이 온스당 50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미국 국채는 전통적으로 안전자산으로 평가돼 왔지만, 연준의 독립성이 위협받으면 투자자들이 국채 대신 금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기본 전망으로는 2026년까지 금값이 온스당 4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놨다.
UBS를 비롯한 글로벌 IB들도 잇달아 금 목표가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지난 9월 UBS는 2025년 말 기준 금 목표가를 온스당 3500달러에서 3800달러로 올렸고, 도이치뱅크는 2026년 평균 금 가격 전망치를 온스당 4000달러로 수정했다.
금본위제 붕괴·오일쇼크로 금 위상 높아져
역사적으로 금값은 글로벌 경제가 흔들릴 때마다 급등했다. 1971년 금본위제가 붕괴되고 오일쇼크가 닥쳤을 때가 대표적이다. 금본위제란 화폐 가치를 금에 연동시키는 제도를 말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중심이 돼 새로운 국제 금융질서를 구축하면서 달러와 금의 교환(1온스=35달러)을 약속했고, 달러는 기축통화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베트남 전쟁으로 미국의 지출이 급증하고 재정적자가 확대되자 달러 공급이 급증했고 닉슨 대통령은 달러-금 태환 정지를 선언했다.
금본위제가 무너진 직후 1차 오일쇼크(1973년)로 물가가 급등하자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몰리며 금값도 급등했다. 1970년대 초 온스당 35달러 수준이던 금값은 1974년 말 180달러를 돌파했다. 1979년 2차 오일쇼크로 국제 경제가 흔들리자 금값은 1980년 초반 850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달러가 기축통화로 제 역할을 하고, 연준이 고금리 정책을 도입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억제되자 금값은 내리막을 걸었다. 1985년에는 300달러 수준까지 내려 앉았다. 주식시장이 호황을 맞으면서 금의 매력이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금값 급등의 새로운 분수령이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번지자 달러 신뢰도가 흔들렸다. 투자자들은 금으로 몰려들었다. 금융위기 직전 800달러 수준이던 금값은 2011년 온스당 약 1920달러까지 폭등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사상 처음으로 미국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하향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극대화됐고, 이는 금 가격을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됐다. 그러나 이후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자 금값은 하락세로 전환했다. 2013년에는 1200달러, 2015년에는 1050달러까지 밀리며 2011년 고점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금융위기·코로나19 사태, 안전자산 재확인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은 금을 다시 안전자산으로 부각시켰다. 글로벌 경제가 혼란에 빠지고 주가가 폭락하면서 주식시장이 얼어붙자 투자금은 금으로 몰렸다. 각국 정부의 초저금리 정책과 대규모 재정지출로 화폐가치 하락 우려가 커진 것도 금 수요를 자극했다. 같은 해 8월 금값은 온스당 2070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질서가 흔들리자 에너지·원자재 가격이 급등했고, 각국 중앙은행은 달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금 매입을 늘렸다. 세계금협회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중앙은행의 금 매입량은 1136톤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 결과 금값은 2000달러 선에 안착했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관세 정책,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로 금값은 사상 최고 기록을 잇달아 새로 쓰고 있다.
그렇다면 2015년 이후 우리나라에서 금과 주식 중 더 나은 수익을 안겨준 자산은 무엇일까. KRX정보데이터에 따르면 2015년 1월 2일 금 가격은 1g당 4만2300원, 코스피는 1926.44, 코스피200은 244.79였다. 2025년 9월 30일 기준 금 가격은 1kg 골드바 기준 1g당 19만4850원, 코스피는 3424.60, 코스피200은 474.03으로 나타났다. 약 10년간 금은 360% 상승했지만, 코스피는 77.7%, 코스피200은 93.6%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S&P500 지수는 2058.20에서 6688.46으로 224.9% 올랐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10월 월간 전망 자산전략 보고서를 통해 “금이 역사적 고점을 기록한 만큼 일시적 약세 가능성도 열어둬야 하지만, 10월에도 상승세는 이어질 것”이라며 “중동 정세 불안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질 수 있어 금에 대한 안전자산 수요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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