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IPO 종목 선별 시작되나...진검승부는 이제부터
- [강화된 IPO 제도]②
중소형 IPO 잇따라 상장 대기…확약제도 시험대
시장 환경 불확실성…기관 전략 변수로

[이코노미스트 정동진 기자] 하반기 IPO 시장은 새로운 확약 제도와 함께 분기점을 맞고 있다. 7월 이후 첫 적용 기업들이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10월부터는 다수의 공모 기업들의 수요예측이 집중되면서 새로운 제도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보다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다양한 규모의 공모주들의 상장 시점이 겹치다 보니 기업과 주관사 모두 확약률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분위기다.
10월과 11월 IPO 일정에는 더핑크퐁컴퍼니·세네테크놀로지·알지노믹스·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등 다양한 기업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수요예측을 진행하는 기업들은 10~11월 두 달간 약 10곳 안팎으로, 그동안 밀린 공모주들이 한꺼번에 시장에 등장하는 양상이다.
더핑크퐁컴퍼니는 글로벌 IP ‘핑크퐁’과 ‘아기상어’로 잘 알려진 콘텐츠 기업이다. 공모가 밴드를 3만2000~3만8000원으로 제시하며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이 최대 545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세네테크놀로지는 전력 반도체와 전기차용 전력변환장치(인버터) 등을 주력으로 하는 전력반도체 기업으로, 4만7550~5만6800원의 공모가 밴드를 제시해 5000억원대 기업가치가 예상되고 있다. 두 기업 모두 각 업종 내 대표주자로 꼽히는 만큼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
알지노믹스는 유전자 치료제 플랫폼을 개발하는 바이오 기업으로, 1만7000~2만2500원의 공모가 밴드를 통해 약 3500억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는 초소형 위성 제작과 발사체 운영 기술을 보유한 우주항공 기업으로, 공모를 통해 약 2000억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밖에 신약 개발을 추진하는 에임드바이오가 1000억원 안팎 규모의 공모를 준비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전력설비 전문 비츠로넥스텍 ▲반도체 장비업체 이노테크 ▲친환경 화장품 브랜드 아로마티카 ▲인공지능 스타트업 노타 ▲광학부품 제조사 그린광학 등도 연이어 일정을 잡으며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10월 중소형 공모주 러시…옥석가리기 본격화
시장에서는 이번 중소형 공모주들의 '러시'가 결국 옥석 가리기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관들 역시 일부 공모일정에서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만큼 밸류에이션이 합리적이고 펀더멘털이 뒷받침된 기업에는 적극적으로 확약을 걸겠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에는 참여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이 같은 기준이 10~11월 공모를 진행하는 기업들의 수요예측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새로운 제도에 따르면 기관 확약률이 기준치에 미달하면 전체 공모 물량의 1%(상한 30억원)를 자기자본으로 인수해 6개월간 보유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 만큼, 주관사에게도 이번 공모주 일정 집중은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중소형 IPO 공모액의 1%가 큰 금액은 아니지만 만약 상장 후 주가가 하락한다면 수수료 수익에 맞먹는 손실을 낼 수 있다. 또 확약비율 충족 실패는 곧바로 각 하우스의 평판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어. 각 공모주들의 성적표가 그 어느때보다도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관계자는 “요즘은 IPO를 하면 기본적으로 10억원 정도를 투자금으로 깔고 가는 만큼 패널티가 큰 부담은 아니지만, 중소형사의 경우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또 확약 성적이 저조할 경우 적정 밸류를 설정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어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실제로 일부 주관사의 경우 공모가 밴드를 보수적으로 제시하거나, 기존 계획보다 할인율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시장 친화적인 전략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기관 대상 로드쇼를 늘려 기업가치와 성장성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거나, 가점에 따른 배정 비율을 조정해 장기 확약을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 환경 변수…'예비 대어'들에도 영향
다만 시장 환경은 또 다른 변수로 꼽힌다. 에스투더블유와 명인제약이 상장할 당시에는 국내 지수가 상승세에 있어 흥행에 일정부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지만, 향후에도 같은 결과가 이어질지는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시장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기술주 랠리가 유입 자금을 떠받치고 있지만 여기에 기준금리, 환율 등 거시 환경의 변화가 IPO 시장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기관 입장에서는 장기 확약을 선택할 경우 향후 시장 상황에 따른 손익 리스크를 고려해야 하는 만큼 확약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시장에서는 확약 기간별 분포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번 제도는 단순히 확약 참여율뿐 아니라 확약 기간에 따라 배정 비중을 달리하는 구조다. 15일·1개월·3개월·6개월 구간 중 장기 확약이 얼마나 확보되는지가 제도의 성패를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그동안 소규모 IPO에서는 장기보다는 단기 확약에 쏠린 사례가 많았던 만큼, 이번 10~11월 진행되는 공모주들의 수요예측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주목된다.
이 밖에 이번 기관 수요예측이 단순히 개별 기업 성과에 그치지 않고, 대기 중인 예비 대형 IPO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 안에 상장을 마무리하는 기업들의 확약률과 청약 결과가 내년 시장 기대치의 선행 지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부터는 의무 확약 비율이 기존 30%에서 40%로 확대될 예정이어서, 소노인터네셔널, 케이뱅크 등 상장을 추진중인 '예비 대어'들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에스투더블유와 명인제약이 기관 수요예측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기관들이 제도에 적응하고 안정적인 수요예측을 보일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며 “올 연말까지의 결과가 내년 IPO 시장 분위기를 좌우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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