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아베’로 불리는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신임 총재가 완화적 통화정책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일본 엔화 가치가 8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차기 총리로 유력한 다카이치의 집권을 앞두고 시장은 이른바 ‘다카이치 효과’에 반응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오후 3시 50분 기준 달러당 152.3엔을 기록했다. 전 거래일 대비 1.16% 상승한 수준으로, 지난 2월 중순 이후 처음으로 152엔대를 넘어섰다.

시장에서는 다카이치 총재가 낮은 금리를 유지하고 ‘돈 풀기’ 정책을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했다. 그는 스승인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아베노믹스’를 계승한 ‘사나에노믹스’를 내세우며 “지금 금리를 올리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지난 4일 자민당 총재 당선 직후에도 “재정정책이든 금융정책이든 책임을 지는 것은 정부”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기조 속에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시점은 불투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카이치의 경제 자문인 혼다 에츠로 고문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10월 금리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며 “12월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밝혔다.

일본 증시는 단기 급등세 이후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닛케이225 평균주가는 8일 전일 대비 0.45% 하락한 4만7734로 마감했다. 전날까지 사흘 연속 사상 최고 종가를 경신했던 닛케이지수는 전일 장중 4만8527까지 올랐었다.

다카이치는 지난 4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185표를 얻어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을 29표 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자민당 첫 여성 총재로, 이달 중순 열릴 의회 투표를 거쳐 일본 최초 여성 총리로 취임할 전망이다. 그는 ‘책임 있는 적극 재정’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 확대를 공언했다.

일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최근 연 1.695%로 상승해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적자국채 발행 확대와 재정 부담 증가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월 “일본과 중국이 통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추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일본의 엔화 약세가 미·일 간 환율 논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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