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김기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재명 대통령에게 신라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받은 뒤 만족감을 드러낸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금관을 쓴 모습이 패러디 영상으로 온라인상에서 확산하고 있다.

31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와 틱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금관을 쓰고 멜라니아 여사와 춤을 추는 영상이 ‘밈(Meme)’ 형태로 급속히 퍼지고 있다. 일부 영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금관을 쓴 채 전투기를 몰거나 시위대에 오물을 던지는 등 풍자적 장면이 덧붙여졌다.

이번 ‘왕관 밈’은 지난 29일(한국시각) 경북 경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국빈 환영식에서 비롯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궁화대훈장과 함께 신라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했다. 무궁화대훈장은 금 190돈(약 712g), 은 110돈(약 413g), 루비·자수정 등이 장식돼 있으며, 금값만 1억3천만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이번 선물의 상징성에 주목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신라 금관은 왕권을 상징하는 유물로, ‘노 킹스(No Kings)’ 시위가 전국적으로 이어지는 시점에 왕의 상징이 전달됐다”고 보도했다. 뉴욕포스트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반(反)권위주의 시위 11일 만에 왕관을 받았다”며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노 킹스’ 시위는 트럼프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행태를 규탄하며 ‘미국에 왕은 없다’는 구호로 확산 중이다. 18일부터 워싱턴 D.C.를 비롯한 50개 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리고 있으며,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더 미러(The Mirror)는 보디랭귀지 전문가 주디 제임스의 분석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금관을 받은 직후 넋을 잃은 듯 바라봤고, 황홀감에 빠진 표정을 지었다”고 전했다. 이어 “입술을 다문 채 몸을 좌우로 돌리는 모습은 쾌감을 억누르는 듯했다”고 해석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경주는 신라의 수도로, 한반도에 처음으로 평화를 정착시킨 상징적 도시”라며 “금관은 신라의 정신과 함께 한미동맹의 ‘황금기’를 기원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받은 금관과 훈장을 직접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싣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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