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명품’은 왜 명품이라 불리는가 [이윤정의 언베일]
- ‘럭셔리 브랜드=명품‘ 아냐…희소성·예술성·손 맛 필요
과시 대상 아닌 ‘잘 만들어진 아름다움‘ 소유하는 기쁨
[이윤정 작가·노블레스 전 편집장] “럭셔리 브랜드의 인기와 명성이 예전만 못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늘었다. 럭셔리 브랜드와 일반적인 브랜드의 차이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는 의견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고액 자산가를 제외하고는 경기 침체 등으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시하는 소비 패턴이 강해지고, 정보를 다량 보유한 소비자의 안목이 높아진 점도 한 몫을 한다.
흔히 럭셔리 브랜드를 ‘명품’(名品)이라고 부르지만, 모든 럭셔리 브랜드가 명품의 자질을 갖춘 것은 아니다. 해외에서 수입된 고가의 제품을 통칭하는 용어가 필요하다면 럭셔리 브랜드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럭셔리 브랜드’와 ‘명품’의 차이
대다수 럭셔리 브랜드는 가격이 높은 편이다. 이유는 다양하다. 기본적으로 ▲탁월한 ‘품질’ ▲짧게는 50년, 길게는 100년 이상 지속된 ‘디자인’ ▲일일이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지는 ‘장인 정신’ ▲역사와 유산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 등을 포함해 브랜드의 신뢰도와 이미지를 쌓아왔기 때문이다.
높은 가격은 긴 세월 동안 쌓아온 브랜드의 명성에 품질이 더해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럭셔리 제품 중에서도 명품의 자격은 무엇일까.
앞서 언급한 조건에 ‘희소성’을 추가하고 싶다. 럭셔리 브랜드의 제품 중에는 처음부터 아예 하나 밖에 만들지 않는 제품도 있다.
요즘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는 ‘하이 주얼리’가 대표적이다. 하이 주얼리는 원석이 주인공인 만큼 태생부터 여러 버전을 만들기 어렵다. 진귀한 원석을 찾으면 그에 맞춰 디자인을 하기 때문에 매년 나오는 하이 주얼리 컬렉션의 모든 제품은 한 점씩만 제작된다.
샤넬이나 디올 등 패션 브랜드에서 간헐적으로 선보이는 ‘오트 쿠튀르’(최상급의 맞춤 의상)도 마찬가지다. 제작 과정이 거의 사람의 손으로 이뤄지며, 한 디자인에 한 벌 정도만 만든다.
각 브랜드가 소개하는 ‘리미티드 에디션’은 희귀함을 추구하는 럭셔리 브랜드의 정체성이 잘 나타난 결과다. 유명세를 얻어 잘 팔리던 제품이 어느 순간 희소성을 잃게 돼 인기가 떨어지는 점도 럭셔리 브랜드의 속성을 잘 나타낸다.
시계 이상의 예술품 '라 꿰뜨 뒤 떵'
또 하나의 요소를 추가한다면 ‘예술성’을 꼽고 싶다. 예술성은 특정 기준으로 정의하기 어렵지만, 예술 작품처럼 만들어진 상품을 만나면 명품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일상에서도 사용 가능하지만, 브랜드가 보유한 창작성을 마음껏 표현하는 데 방점을 찍은 제품이다.
최근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에서는 바쉐론 콘스탄틴(Vacheron Constatin)과 루브르 박물관의 파트너십을 보여주는 중요한 전시가 개최됐다. 지난 12일까지 열린 ‘기계의 예술’(Mecaniques d’Art)이다.
이 전시에 소개된 ‘라 꿰뜨 뒤 떵’(La Quete du Temps·시간의 탐구)은 감히 예술품이라 부를 만하다. 수백 년을 이어온 스위스 시계 제작 노하우와 공예 기법이 조화를 이룬 시계에 사람의 움직임을 정교하게 구현한 기계 장치인 ‘오토마통’(automaton)을 결합했다.
시계는 ▲상단의 돔 안에 자리한 오토마통 ▲중간의 시계 부분 ▲하단의 음악 장치 등으로 구성됐다. 무려 7년 간의 개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시계는 6293개의 기계식 부품(시계를 위한 2370개 포함)과 외관을 위한 1020개의 부품 등이 결합한 작품이다.
▲오토마통이 구현하는 144개의 움직임 ▲오토마통에 내장된 158개의 캠 ▲8개의 오토마통 관련 특허 출원 등 마치 ‘신기록 제조기’ 같은 스펙도 갖췄다.
압도적인 규모와 존재감을 자랑하는 ‘라 꿰뜨 뒤 떵’은 높이 1m가 넘는 작품으로 시계를 넘어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경이로운 창작물에 가깝다.
‘손의 힘’ 가치 전한 보테가 베네타전(展)
럭셔리 브랜드에서 ‘사람의 손 맛’은 필수적이다. 올해 여름 서울에서 전시를 연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의 ‘세계를 엮다: 인트레치아토의 언어’ 전시는 다시 한 번 손의 힘을 느끼게 해줬다.
보테가 베네타의 인트레치아토 탄생 50주년을 기념한 전시에서는 ‘엮임’이라는 주제로 한국 작가와의 협업 작품을 선보였다. ‘브릭 아 브락’(Bric a Brac) 시리즈 중 다섯 가지 디자인의 창작품도 전시했다.
브릭 아 브락은 이탈리아 북동부 베네토 지역의 보테가 베네타 아틀리에에서 사용하고 남은 가죽 조각을 엮어 완성한 특별한 창작물이다. 각 크리에이션은 브랜드의 시그니처인 ‘인트레치아토’(얇은 스트랩 모양의 가죽을 패널이나 나무 몰드를 따라 손으로 정교하게 엮어 완성하는 기법)로 완성됐다.
다양한 형태와 움직임을 보여주며 진화된 수공예의 표현력을 증명한다. 마치 뜨개질을 하듯 가죽을 자유자재로 엮어 표현한 5개의 작품은 단순한 핸드백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장인이 수십 시간, 혹은 수백 시간을 들여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의 손으로 제작한 하이엔드 시계와 하이 주얼리도 명품이라 부를 수 있다. 제품을 완성하는 데 걸리는 정성과 시간은 대중적인 브랜드에서는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명품은 ▲고유의 디자인 ▲품질 ▲시대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 변화 등을 장착한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앞서 나열한 몇 가지 요소를 갖춘 제품이나 브랜드를 만났을 때 럭셔리 브랜드는 과시의 대상이 아닌 잘 만들어진 아름다운 작품을 소유하는 기쁨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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