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금융 상식의 파괴…'빚' 규제와 '안전성' 우려가 뒤집은 대한민국 금융 질서
- 은행들, 가계부채 총량 압박에 '문턱 높이기'
PF 부실 우려에 저축은행 예금 금리 인하
주담대 금리가 신용대출보다 높은 기현상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최근 국내 금융 시장에서 ‘상식 파괴 현상’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개 상대적으로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던 2금융권(저축은행 등)의 예금 금리가 1금융권(시중은행)보다 낮아지는가 하면, 담보가 있어 가장 안전하다고 여겨지던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금리가 신용대출보다 높아지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런 현상이 장기간 유지되기는 어렵다는 견해가 많지만, 금융 공식이 깨지고 있는 상황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다.
이는 단순히 금리가 오르고 내리는 현상을 넘어, 정부의 강도 높은 가계부채 관리 정책과, 증시 활황 현상, 금융 시스템 내의 건전성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시중은행 금리가 저축은행보다 높다…역머니무브
"안전한 1금융보다 위험하지만 이자를 더 주는 2금융으로 돈이 흐른다" 예·적금을 통해 안전하게 이자 수익을 얻으려는 금융소비자들 가운데서는 시중은행보다는 저축은행에 돈을 맡기는 경우가 많았다. 저축은행은 시중은행에 비해 신용도가 낮기 때문에, 고객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저축은행 평균 금리와 차이가 거의 없거나, 심지어 역전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14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국내 5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농협)의 12개월 기준 정기예금 금리는 2.6~2.86%(최고금리·우대금리 포함) 수준으로 집계됐다. 같은 날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 포털을 보면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2.67%로 9월 초(2.99%)보다 0.32%포인트 하락했다.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큰 차이가 없거나 상품에 따라서는 오히려 시중은행 금리가 높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현상의 배경으로는 1금융권의 적극적인 수신 경쟁을 들 수 있다. 시중은행들은 자금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연말 유동성 관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예금 금리를 인상하며 자금 유치에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등 고수익 대출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예대마진 확보를 위한 자금 확보가 절실해졌다는 평가다.
최근 코스피가 4000을 돌파하는 등 주식 시장이 활황세를 보이자, 투자자들이 예·적금에서 돈을 빼 증시에 넣자 은행들이 고객을 붙잡아두기 위해 금리를 올리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2025년 9월 통화 및 유동성’에 따르면 올해 9월 M2(광의통화, 평잔)는 8월보다 30조 3000억원(0.7%) 증가한 4430조 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8.5% 늘어난 수준이다. 김지은 한은 금융통계팀 차장은 “주가 상승으로 주식형 등 수익증권이 늘고 있고 투자 대기성 자금도 증가했다”며 “9월에는 분기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한 일시 자금 유입도 있었다”고 분석했다.
2금융권의 건전성 관리가 강화된 것도 금리 역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저축은행들은 지난 몇 년간 급증했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 우려로 건전성 관리 압박을 받고 있다. 보수적으로 대출을 운영해야 하는 상황에서 굳이 고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유인이 줄어든 것이다. 이 때문에 저축은행들은 예금 금리를 인하하며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13일 예금보험공사가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0월 말 저축은행 예수금 잔액은 103조 5000억원으로 9월 말(105조 원)보다 1조 5000억원 감소했다. 최근 저축은행이 예금 금리를 낮추면서 예수금이 이탈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예보 관계자는 “10월에 만기 해지된 정기예금이 재예치되지 않고 이탈했다”며 “저축은행 예금 금리 인하로 시중은행과 금리 차가 줄어든 결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주담대 금리가 신용대출보다 높다…빚투 늘었다
담보대출 금리가 신용대출보다 높아지는 기현상도 벌어진다. 은행 입장에서 보통 주택담보대출은 연체가 발생해도 담보물(주택)을 처분해 원금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안전한 대출’로 여겨진다.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보다 금리가 낮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 일부 시중은행에서는 주담대 금리의 상단이 신용대출 금리의 상단을 뛰어넘는 일이 확인되고 있다.
원인으로는 정부의 가계부채 ‘총량 관리’ 압박이 거론된다. 은행들은 정부가 설정한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의 증가 속도를 늦춰야 했고, 이를 위해 주담대 금리를 높여 대출 문턱을 높인 것이다. 또 스트레스 DSR 도입 등 향후 규제에 대비해 미리 주담대 금리를 조정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주담대에 규제가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규제 부담이 덜한 고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금리를 낮추거나 우대 조건을 강화한 것도 대출 금리 역전 현상의 배경으로 꼽힌다.
문제는 이런 금리 역전 현상이 금융 시장 전반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주담대가 막히고 신용대출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아지자, 자금이 신용대출이나 증권사 신용융자(빚투)로 빠르게 이동하는 풍선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증시 활황이 이어지면 문제가 없지만, 주식 시장이 얼어붙으면 대출을 받아 주식을 산 투자자는 원금을 회수하기 어려울 수 있다. 가계부채의 ‘질’이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역머니무브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저축은행은 대출 금리를 높일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신용이 낮은 서민과 소상공인의 대출 문턱을 더욱 높여 서민 부담이 가중될 수도 있다. 자칫 대출을 받지 못한 이들이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릴 경우 그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금융 상식 파괴 현상'은 정책적 규제와 시장의 불안감이 뒤섞여 빚어진 금융 시장의 기형적인 모습인데, 리스크를 감안한 합리적인 금리 구조를 되찾을 때까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당국이 규제의 목표 달성과 시장의 왜곡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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