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공동체를 위한 경제’ 추구하는 로컬브랜드, 대전 ‘성심당’의 역설[허태윤의 브랜드 스토리]
- 지방소멸시대, 성심당이 보여준 길
[허태윤 칼럼니스트]단 한 개의 도시에서 4개의 매장으로 3000개가 넘는 전국 프랜차이즈 매장을 거느린 공룡기업보다 이익을 더 많이 내는 빵집이 있다. 대전의 로컬 빵집 ‘성심당’의 이야기다. ‘대전에서만 빵을 판다’ 라는 원칙을 고수하며 70년을 이어오며 단 4개매장을 운영하는 이 빵집이 올린 경영성과는 놀라움을 넘어 신비롭다. 2024년 매출 1,937억원, 영업이익 478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수천개의 대리점을 운영하는 베이커리 프랜차이즈인 파리바게트, 뚜레쥬르의 2024년 영업이익은 각각 223억 원, 293억원이다.
성심당의 ‘대전판매'는 원칙을 얼마나 철저히 지키는 가를 알 수 있는 해프닝이 있다. 성심당이 작년 서울에서 열린 ‘로컬 크리에이티브2024’라는 행사에 참석하면서, 당시 성심당 빵을 행사기간동안 서울에서도 맛볼 수 있다는 소비자들의 기대감이 높아졌다. SNS에서는 성심당 빵을 드디어 서울에서도 맛볼 수 있다는 글들이 엄청나게 올라왔다. 자신들의 기업철학을 알리고 빵을 소개할 수 있는 큰 행사였음에도 이 브랜드는 단칼에 “전시만 진행한다”는 공지를 올려 자신들의 원칙을 지켰다. 결국 서울의 성심당 마니아들은 성심당의 빵을 사기위해 KTX에 몸을 싣고 대전으로 향할 수 밖에 없었다.
1956년, 흥남철수 후 대전에 도착한 실향민 창업주가 한 신부의 도움으로 받은 밀가루 두포대로 시작 된 찐빵집은 어떻게 대한민국 베이커리 산업의 신화가 됐을까?
문화 브랜딩의 교과서, 성심당
옥스퍼드대 더글라스 홀트 교수의 문화 브랜딩 이론은 성심당의 성공을 설명하는 적절한 틀이다. 홀트 교수는 진정한 아이코닉 브랜드는 제품이 아닌 '문화적 아이콘'이 될 때 탄생한다고 주장한다. 브랜드가 소비자들의 문화적 갈증과 시대정신을 읽어내고, 그들이 추구하는 이상과 가치를 형상화할 때 비로소 컬트적 충성도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성심당의 임영진 대표가 강조하는 '성심당의 경영 방식은 EoC(Economy of Communion, 공동체를 위한 경제)'다. 단순히 빵을 파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으로 주위를 더 이롭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2000년대 이후 한국 사회가 갈구해온 '따뜻한 자본주의', '상생의 경제'라는 문화적 이념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대기업 제빵 프랜차이즈가 획일화된 맛과 효율성만을 추구할 때, 성심당은 장인정신과 지역공동체라는 문화적 코드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빵이 지역 경제와 사람의 공동체, 빈곤의 문제를 해결하는 또 하나의 가치가 돼야 한다’는 성심당의 철학은 단순한 CSR을 넘어선다. 이는 브랜드의 존재 이유이자 신화가 됐다. 70년의 시간 동안 대전이라는 도시와 함께 호흡하며 쌓아온 '나의 도시, 나의 성심당'이라는 정체성은 어떤 마케팅 캠페인도 따라올 수 없는 진정성을 담고 있다.
‘문화적캐즘’을 건너오게 만들다’
성심당의 가장 탁월한 브랜딩 전략은 역설적이게도 '확장하지 않음'이다. 서울 진출 제안을 수차례 거절하고 "성심당 빵! 대전에서만 판매합니다"라는 원칙을 고수한다. 보통의 기업에서라면 기회 손실로 분류될 이 결정이 오히려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결정적인 이유가 된다.
홀트 교수는 는 '문화적 캐즘(Cultural Chasm)'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서브컬처와 주류 시장 사이에 존재하는 깊은 간극이다. 로컬 장인 빵집과 전국 프랜차이즈 사이, 소수의 열성팬과 대중적 인지도 사이에 놓인 이 캐즘을 대부분의 브랜드는 '건너가려' 한다. 전국 진출, 프랜차이즈 확장으로. 하지만 그 순간 로컬 브랜드의 고유한 장소성과 진정성은 희석된다.
성심당은 캐즘을 건너가는 대신, 사람들이 캐즘을 건너오게 만들었다. "대전에 가야만 먹을 수 있다"는 제약이 오히려 브랜드 신화가 됐다. 튀김소보로 하나를 사기 위해 KTX를 타고 대전을 찾는 '빵지순례'는 이러한 전략의 결과물이다. 1,700원짜리 빵이 명품 핸드백처럼 '갖고 싶은' 대상이 된 것이다. 지난해 성심당을 찾은 고객의 수는 800만명이다. 그중 58%가 외지인이라는 사실이 그것을 증명한다.
성심당은 로컬 브랜딩의 본질을 보여준다. 많은 기업들이 '로컬'을 마케팅 수사로 활용하지만, 성심당의 로컬은 다르다. 2012년부터 성심당은 자사 로고에 '大田(대전)'을 명시하기 시작했다. 이후 로고 디자인이 4차례 바뀌었지만, '대전' 표기만큼은 단 한 번도 빠뜨린 적이 없다. 60주년 앰블럼에는 "나의 도시, 나의 성심당"이라는 슬로건이 새겨졌다. 성심당 매장 인근에는 이곳 빵을 들고와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카페들이 등장하고, 주변 상권들은 '성심당 영수증 소지자 할인' 이벤트를 벌이며 성심당이 있는 중구 은행동 일대는 사실상 '성심당 타운'이 됐다. 로컬 브랜드로서 가치가 높아질수록 유통은 더욱 커져야 하는데, 성심당의 가치가 높아질수록 유통은 더욱 커지지 않았다. 이 역설이 성심당 브랜딩의 핵심이다.
진정한 로컬 브랜딩이란 무엇인가
성심당은 또한 직원에 대한 투자로도 유명하다. 판관비 비율 21%는 업계 평균 40%에 비해 현저히 낮다., 마케팅 투자가 그만큼 적다는 말이다. 대신 성심당은 이익의 상당부분을 직원들에게 투자한다. 직원들은 그에 답하며 고객과의 최일선에서, 공장에서 브랜드의 이념을 실천한다. 이들에 대한 인사평가도 다른 기업과 다르다. 동료를 돕고, 휴일의 외부 봉사을 하며, 동료와의 갈등에서 화해의 손을 먼저 내밀었는가’와 같은 ‘사랑의 실천’이 고과의 기준이다. 브랜드의 이념을 직원들 개개인이 실천하며 고객경험에 투영하는 이들이야 말로 수억원의 돈을 들이는 연예인 모델보다 더 값진 브랜드 앰버서더들인 것이다
한국의 지방 도시들이 사라지고 있다. 청년들은 서울로 떠나고, 구도심 상권은 쇠락한다. 대전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대전은 성심당으로 인해 ‘노잼도시’에서 꿀잼 도시’로 변모했다. 주말이면 전국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북적인다. 한 개의 빵집이 도시 전체를 살렸다고 해도 과언아 아니다.
성심당의 성공은 단순한 빵집의 성공이 아니다. 이것은 로컬 브랜딩이 지역소멸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진정한 로컬 브랜딩이란 무엇인가? 성심당은 세 가지를 보여준다. 첫째, 장소성이다. 대전이라는 도시를 떠나지 않고, 오히려 대전을 브랜드의 핵심으로 삼았다. 둘째, 진정성이다. 70년간 한 자리를 지킨 역사가 한줄의 광고 카피가 아닌 실제 삶이다. 셋째, 공동체다. ‘모든 이가 다 좋게 여기는 일을 하도록 하겠다’는 철학이 대전 시민들과의 유대를 만들었다.
"성심당은 빵이 '모든 이를 만나 이롭게 하는' 것"이라는 임 대표의 말처럼, 진정한 브랜딩은 상품이 아닌 문화에 초점을 맞출 때 완성된다. 성심당은 빵을 팔지 않는다. 대전이라는 도시의 자부심과 공동체의 가치, 그리고 따뜻한 자본주의의 가능성을 판다. 그것이 2025년에도 사람들이 KTX를 타고 성심당을 찾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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