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내려온 HUD, 왜 필요할까 [왜있을CAR]
- HUD의 뿌리는 2차 세계 대전 전후
차량 아닌 전투기에 HUD 최초 도입
1988년 車 도입...발전은 현재 진행형
수만 개의 부품이 모여, 하나의 차량이 완성됩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제 몫을 다하는 작은 부품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 닮아 있습니다. 작고 하찮아 보일지라도, 그 어느 하나 대체될 수 없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하는 부품들이 차를 움직이고·길을 만들고·앞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지금부터, 미처 보지 못했던 부품들을 하나씩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편집자주]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헤드업 디스플레이(Head Up Display·HUD)를 둔 갑론을박은 여전하다. 쟁점은 ‘필요성’이다. HUD가 전방 주시를 크게 개선해 준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실제 체감할 만큼 도움이 되지 않고 방해만 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 기자는 여러 차를 시승하며 HUD가 있는 차와 없는 차를 모두 경험해봤다. 그래서인지 두 입장 모두 이해됐다.
HUD가 달린 차를 타면 운전이 확실히 수월해진다. 계기판으로 시선을 옮기지 않고도 ▲속도 ▲내비게이션 안내 ▲각종 경고 정보를 전방 시야에서 곧바로 확인할 수 있어서다. 다만, 전문가들은 HUD에 너무 몰입하기보다 운전 시 시선을 늘 골고루 분배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안전하다고 입을 모은다.
항공에서 시작된 HUD...문제는 ‘주의 포획’
미 해군학회(USNI)도 반사식 조준기를 두고 ‘원조 HUD’라고 표현할 정도다. 다만 당시 장치는 ‘조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여러 주행 정보가 담기기 시작한 건 1960년대부터다. 1960년대 초에는 HUD가 조준을 넘어 비행 정보를 표시하기 시작했고, 중반에는 합성 활주로 윤곽이 포함되기 시작했다. 오늘날 차량에서 볼 수 있는 HUD와 매우 흡사해진 시점이다.
물론 HUD가 완벽에 가까운 발명품은 아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에 따르면 HUD의 부작용 사례도 존재했다. HUD에서 보여지는 정보들이 너무 시선을 끄는 탓에, 원거리와 근거리 사이 시선 분배가 균형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이다. NASA는 이 같은 부작용을 ‘주의 포획’(attention capture)이라고 표현했다.
평균적으로 HDD 조건은 5.5~6.7초 만에 고어라운드를 시작했다. HUD 조건은 7.2초(콘포멀·실제 외부 장면과 정확히 맞물리는 상황), 9.1초(논콘포멀·실제 외부 장면과 정확히 정렬되지 않은 상황)로 늦어졌다. HUD가 상황에 따라 최대 3.6초까지 조종사의 반응을 지연시킨 셈이다.
운전자 취향 차에도 HUD 집중하는 車업계
항공업계에서 시작된 HUD를 차량에 최초 도입한 곳은 ‘제너럴 모터스’(GM)다. GM은 지난 1988년 올즈모빌 ‘컷라스 수프림 인디애나폴리스 500 페이스카’에 HUD를 처음 탑재했다. 1897년 출범한 브랜드 올즈모빌은 GM 산하에서 대중과 프리미엄 사이를 담당해왔다. 이후 닛산·BMW·캐딜락 등이 HUD를 본격 상품화하며 후발주자를 자처했다.
오늘날 들어서 HUD는 사실상 기본 소양으로 통하는 추세다. ▲디지털 계기판 ▲대형 디스플레이 ▲주행보조(ADAS) 경고 ▲내비게이션 안내처럼 운전자가 처리해야 할 정보가 늘어나면서 ‘정보를 어디에 띄울 것인가’가 상품성의 핵심 요소가 된 탓이다. 최근 HUD는 상위 트림에서 기본 적용되거나, 최소한의 선택지로 빠지지 않는 장비로 자리 잡고 있다.
기술 개발 속도도 빠르다. 예전 HUD가 단순히 속도와 경고등을 띄우는 수준이었다면, 최근에는 ▲내비게이션 안내 ▲제한속도 인식 ▲차선 유지·전방 충돌 경고 등 ADAS 정보까지 전방 시야에 통합하는 방향으로 고도화됐다.
업계가 특히 공을 들이는 분야는 ‘증강현실(AR) HUD’다. 단순히 정보를 유리 위 어딘가에 띄우는 방식에서 더 나아갔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표시 영역을 앞유리 전체로 넓히거나(파노라마형), 홀로그래픽 방식처럼 차세대 광학 기술을 접목하려는 개발 경쟁도 이어진다. 브랜드의 기술력과 사용자 경험(UX) 철학을 모두 HUD에 담아내는 수준이다.
물론 HUD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운전자가 새 표시 방식에 익숙해지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그럼에도 완성차 업계는 HUD의 진화와 존재가 ‘필수’라는 입장이다. 일단 적응만 끝나면, 계기판으로 시선을 옮기는 횟수가 줄어들고 전방 주시가 자연스럽게 유지되면서 체감 편의성이 크게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HUD를 처음 접하는 운전자들은 어색할 수 있다. 눈앞에 정보가 ‘가상으로’ 떠 있는 느낌이 애매하게 받아들여지기도 한다”며 “하지만 일정 기간 적응하면 체감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어 “표시가 전면 유리에 올라오는 만큼 일부 시야를 차지하는 건 구조적으로 불가피하다”면서도 “그럼에도 계기판이나 센터 디스플레이로 시선을 옮기는 과정을 줄여 주기 때문에 사고 예방 측면에서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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