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주담대 알아보다 헛웃음만” 기존 차주 부담 여전…신규 대출도 막막[부동산 초양극화 시대, 전문가 12人의 선택]③
- 수도권 최대 6억 대출…LTV 40%·DSR 40%까지
실수요자, 은행 문턱 넘지 못하고 2금융권으로
[이코노미스트 김윤주 기자]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를 알아봤는데 헛웃음만 나오네요.” 직장인 A씨는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두고, 이사를 하기 위해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를 비교하다가 근심이 늘어난 상황이다. 지난해 6월부터 이어진 부동산·대출 규제로 신규 대출 문턱이 높아진 데다, 금리 부담까지 겹치면서다.
부동산 거래를 위해 필수인 은행 대출길이 사실상 꽁꽁 얼어붙었다.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가 연 6%를 웃돌며 이자 부담이 커진 것은 물론, 작년부터 강화된 대출 규제로 은행을 통해 충분한 자금을 조달하기도 쉽지 않다.
금리 6%대 뚫어…‘영끌’ 차주 이자 부담 커져
금융권에 따르면 1월 12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3.90~6.20%로 금리 상단이 6%대를 돌파했다. 지난해 11월 말(3.78~6.08%)과 비교하면 상·하단이 각각 0.12%포인트(p)씩 뛰었다. 6개월물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3.76~5.87%로 , 금리 상단이 6%에 근접했다.
이는 주담대 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금리와 코픽스 금리가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어서다. 주담대 5년 고정형 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5년물(무보증·AAA) 금리는 지난 12일 기준 3.47%로 지난해 11월 초 3.154%에 비해 0.316%p 올랐다. 변동형 주담대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도 지난해 9월부터 3개월 연속 상승세다.
대출금리 상승은 2020~2021년 2%대 저금리 시기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에 나섰던 차주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당시 5년 고정형 주담대를 받은 차주들이 순차적으로 금리 재산정 시기를 맞고 있어서다.
금리만 문제는 아니다. 원하는 규모만큼의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점도 실수요자 부담을 키운다. 정부는 지난해 6·27 대출 규제를 통해 수도권 주담대 한도를 6억원 이하로 제한하고, 다주택자의 추가 주택구입 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이어 10·15 부동산 대책으로 규제지역을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으로 확대하면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기존 70%에서 40%로 낮췄다.
현재 신규 대출을 받는 금융소비자는 LTV 40%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스트레스금리 3.0%까지 적용돼 신규 주담대를 받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생애최초 구입자 경우, LTV 70%까지 적용된다. LTV는 주택 가격 대비 대출 가능 비율이고, DSR은 대출자의 연간 소득 대비 모든 대출의 원금과 이자 상환액 비율이다.
예를 들어 연소득 6000만원인 직장인이 생애최초로 서울 지역 9억원 아파트를 구매한다고 가정하면 금리 4%, 만기 30년 주담대를 받더라도 스트레스금리 3%가 더해져 실제 DSR 계산에는 7% 금리가 적용된다. 9억원 주택에 대해 생애최초가 적용돼 LTV 70%인 6억3000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지만, DSR 40%와 스트레스금리 3% 규제까지 더해져 실제로는 3억원 안팎의 대출만 가능하다. 결국 현금 6억원이 있어야 구매가 가능한 셈이다.
금융당국, 올해도 가계대출 관리 기조
이처럼 새해가 됐지만 실수요자들이 체감하는 대출 여건은 크게 나아지지 않은 모습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 속에서 은행들이 연초부터 대출 한도를 보수적으로 운용하고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을 증가세를 관리하고,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 은행의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을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이내에서 관리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전망한 올해 명목 GDP 성장률은 3.9%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2%대로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67조6781억원으로 한 해 동안 4.57% 늘었다. 올해 은행들이 2%대 가계대출 증가율을 유지할 경우,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은행권에 대출 확대 자제를 주문할 것으로 알려졌다.이번 회의에서 금융당국은 특정 시기에 가계대출이 쏠리지 않도록 월별 대출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차주들 ‘2금융권’으로 눈 돌려
이 같은 여건 속에서 차주들의 발길은 2금융권으로 옮겨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기준 2금융권의 가계대출은 한 달 사이 2조3000억원 증가했으며,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을 상호금융권이 흡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와 넉넉한 대출 한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예금은행이 신규 취급한 주담대 평균 금리는 연 4.17%였다. 같은 기간 농협 단위조합의 신규 취급 주담대 금리는 평균 연 4.0%로, 은행권보다 0.17%포인트 낮았다. 상대적으로 신용점수가 낮은 차입자들이 지역농협 등 상호금융권을 이용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흐름이다.
금리보다 실수요자에게 더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요인은 대출 한도다. 시중은행은 DSR 40% 규제를 적용 받지만, 2금융권은 DSR 한도가 50%까지 허용된다. 수치상으로는 10%p 차이에 불과하지만, 차주가 실제로 빌릴 수 있는 금액에서는 체감 격차가 상당하다.
김민수 한국은행 금융통계팀장은 “지난해 11월 상호금융과 예금은행의 주담대 금리가 역전됐다”며 “당시 시장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 금리가 0.24%포인트 상승해 대출 금리도 함께 올랐지만, 상호금융의 수신 금리는 0.01%포인트 상승에 그치면서 대출금리 상승 폭도 상대적으로 제한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작년 말에는 상호금융이 대출을 적극적으로 늘릴 유인이 크지 않았지만, 새해 들어서는 예금은행과 상호금융 모두 시장 환경 변화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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