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일반
“버려지는 모든 것은 자원이다”...폐기물 시장 판을 바꾼 ‘같다’[이코노 인터뷰]
- 고재성 같다 대표
대한민국 폐기물 배출의 표준이 된 ‘빼기’ 플랫폼
B2G와 B2C를 결합한 독보적 비즈니스 모델로 ‘자원순환의 핀테크화’ 꿈꾼다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폐기물 문제는 현대 사회의 가장 고질적인 난제 중 하나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 거대한 ‘쓰레기 더미’ 속에서 데이터의 원석을 발견한다. 국내 최대 규모의 인공지능(AI) 기반 자원순환 플랫폼 ‘빼기’를 운영하는 주식회사 같다의 고재성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고 대표는 ‘톰슨 로이터’와 나스닥 상장사인 ‘프론테오’ 등 글로벌 기업에서 데이터베이스와 AI 전략을 담당했던 전문가다. 그런 그가 돌연 ‘폐기물 시장’에 뛰어들었을 때 주변의 우려도 컸다. 하지만 고 대표는 확신했다. 폐기물 시장이야말로 “데이터베이스가 없는 마지막 물류 시장”이자, 기술을 통해 혁신할 수 있는 블루오션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불편함에서 시작된 혁신, ‘빼기’가 만든 데이터의 힘
주식회사 같다가 운영하는 ‘빼기’는 단순히 쓰레기를 대신 버려주는 앱이 아니다. AI와 데이터를 활용해 배출부터 ▲수거 ▲운반 ▲처리 ▲재활용에 이르는 전 과정을 디지털화한 환경 자원 데이터 플랫폼이다.
빼기는 사용자에게는 쉽고 간편한 폐기물 처리 기능을, 지자체에는 폐기물 관리 디지털 전환 서비스를 제공한다. 환경 데이터 수집 및 분석 서비스의 필요성이 확대되면서 의정부시를 시작으로 ▲성남시 ▲용인시 ▲서울시 등 협약 지자체 수를 늘렸다. 빼기는 현재 80곳의 지자체와 230만 가입자를 보유한 국내 최대 환경 플랫폼이다.
빼기는 기존에 가공되지 않았던 폐기물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분석해 데이터 기반의 효율적인 환경 정책을 수립 가능하도록 하고, 전국 통합 시스템을 구축해 환경자원 품목 정보부터 가공 여부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해 폐기물 재활용률을 높였다. 특히 빼기는 번거로웠던 폐기물 배출 신고를 모바일 앱을 통해 신고부터 운반·재활용까지의 전 과정을 간편하게 처리해 이용자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이끌어냈다.
데이터 집계 결과, 빼기 서비스는 지난 2019년부터 누적 1만7000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를 절감하는 성과를 달성했으며 폐기물의 배출 사전·사후 중고거래를 통해 4500톤의 폐기물 소각 절감 효과 및 2100억원의 차량 및 인건비 절감효과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제가 직접 폐기물을 버리면서 느꼈던 불편함이 시작이었다. 20년전과 비교해도 변한 게 없는 시장이었죠. 누군가는 편리하게 처리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데,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고 대표의 말처럼 빼기는 현재 가입자 230만명을 돌파하며 국내 최대 규모의 스마트 배출 수거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지자체(B2G)와 소비자(B2C)를 잇는 하이브리드 전략
빼기의 핵심 경쟁력은 방대한 데이터에 있다. 현재 약 600만건의 폐자원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4000개 이상의 슬롯을 통해 ▲품목 ▲지역 ▲연령 ▲배출 위치별 데이터를 정밀하게 관리한다. 특히 지자체마다 제각각인 폐기물 품목 명칭을 표준화한 ‘마스터 품목 DB’는 같다가 가진 독보적인 자산이다.
대부분의 폐기물 관련 스타트업이 민간 수거(B2C)나 공공 입찰(B2G) 중 하나에만 집중할 때, 고 대표는 두 영역을 하나로 합치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는 “지자체의 폐기물 행정 시스템을 저희 서비스로 완전히 대체하는 전략을 썼다. 현재 전국 80여 곳의 지자체와 협약을 맺고 있는데, 이는 지자체 점유율의 약 40%에 달한다”며 “지자체가 우리 서비스를 공식 채널로 홍보해 주기 때문에 연간 300억원 이상의 마케팅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B2G 기반은 빼기가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갖는 토대가 됐다. 시민들은 빼기 앱을 통해 간편하게 폐기물 스티커를 결제하고, 필요에 따라 ‘내려드림’(수거 대행) 서비스를 신청한다. 특히 여성 사용자가 전체의 60~65%를 차지하는데, 이는 대형 폐기물 처리에 어려움을 겪던 사용자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고든 결과다.
주식회사 같다는 단순 서비스 기업을 넘어선 기술 기업이다. 컨볼루션 뉴럴 네트워크(CNN) 기술을 이용한 폐기물 식별 방법 등 다수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력은 실적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2024년 플랫폼 거래액은 3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7배 성장했고, 2025년에는 매출액 100억원 달성과 함께 손익분기점(BEP)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환경 산업의 ‘핀테크’를 꿈꾸다, 보상과 거래의 선순환
고 대표가 그리는 빼기의 최종 목적지는 ‘핀테크’다. 단순히 버리는 것을 넘어, 잘 버린 행위에 대해 보상을 제공하고 이를 자산으로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폐기물을 추적 관리하고 배출자에게 적절한 리워드를 주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저희는 배출 데이터를 선점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재활용율에 따른 보상 체계를 구축하려 한다. 폐기물이 곧 거래 가능한 자산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같다는 내년부터 고물상 현대화 사업(리모델링 및 프랜차이즈화)에 착수하고, 인도네시아와 태국 등 IT 인프라가 잘 갖춰진 동남아 시장으로의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인터뷰 내내 고 대표가 강조한 단어는 ‘인식의 변화’였다. 그는 사업 초기에 폐기물 시장의 보수적이고 배타적인 분위기를 경험하며, 오히려 “세상을 이롭게 하는 같은 마음”을 사명(같다)에 담았다고 회고했다.
고 대표는 “저의 꿈은 아주 명확하다. 훗날 사회 교과서에 빼기라는 플랫폼이 등장하는 것”이라며 “2000년대 중반, 한국의 한 기업이 폐기물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꿔놓았고 그 덕분에 지금의 자원순환 시스템이 정착됐다는 기록이 남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주식회사 같다는 이미 아기유니콘에 선정되며 그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15명의 소수 정예 인원으로 대한민국 환경 산업의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버림의 불편을 줄이고 사회의 순환성을 높이겠다’는 그의 진심이 데이터라는 날개를 달고 어디까지 비상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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