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월급 절반이 이자로”… 2%대 주담대 금리가 4%대로 껑충
- [영끌족 주담대 공포] ①
2021년 저금리 막차 탄 차주들, 대출금리 4.5%로 ‘점프’
이창용 한은 총재, 금리 인하 가능성에 선 그어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5년 전 저금리 기조와 부동산 가격 급등 속에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감행했던 차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당시 연 2%대 저금리로 5년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았던 이들의 금리 갱신 주기가 다가오면서, 2%포인트(p) 이상 높아진 금리 ‘직격탄’을 맞게 됐기 때문이다. 한국은행마저 금리 인하 기대감에 선을 그으면서 대출 비중이 높은 실수요자들의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5년 전 ‘연 2%대’ 축제 끝… 금리 갱신 공포 엄습
지난 2021년 전후로 주담대를 실행했던 차주들의 금리 갱신 주기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돌아오고 있다. 당시 상당수 차주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 초기 5년간 금리를 고정했다가 시간이 지나면 변동 금리로 전환되는 혼합형 대출을 실행했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2020년 12월 기준 5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금리는 2.71~2.85%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금융 환경이 급변하며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연 4.5% 수준을 웃돌고 있다. 2025년 12월 기준 대출금리는 4.40~4.52%로 집계됐다. 5년 고정형 상품을 선택했던 차주들이 금리 변동 주기를 맞이하며 감당해야 할 이자 상승 폭은 2%p에 육박한다.
5억원을 30년 만기 원리금균등상환 방식으로 빌린 차주가 연 2.8% 금리를 적용받았다면 월 상환액은 약 205만원 수준이지만, 금리가 연 4.5%로 갱신될 경우 월 상환액은 약 253만원으로 껑충 뛴다. 이는 기존 상환액 대비 약 25% 늘어난 수치다. 2023년 기준 300인 이상 사업체 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이 477만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대출 이자를 갚는 데 한 사람 월급의 절반이 나간다는 뜻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당시에도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면서 정부가 강력한 대출 규제 정책을 폈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자산 가치 대비 대출 가능 한도)을 40%로 제한하며 주담대 총 규모가 크지는 않았다”면서도 “많은 이가 신용대출까지 동원해 최대한의 자금을 끌어모아 부동산에 투자했던 것을 고려하면 금리 상승기에 떠안아야 하는 부담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금리 환상 버려라”… 한은의 경고
실수요자들이 실낱같이 기대했던 ‘금리 인하’ 시나리오도 힘을 잃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최근 기준금리를 5회 연속 연 2.50%로 동결하며 금리 인하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던 문구를 전격 삭제했다.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겠다”,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여부 및 시기”가 포함됐던 문구를 지운 것이다. 대신 “성장세 회복을 지원해 나가되, 이 과정에서 대내외 정책 여건의 변화와 이에 따른 물가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3개월 내에는 대다수 위원이 동결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그 이후의 통화 정책에 대해서는 아직 불확실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단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금리 인하 기조에 대해서는 명확히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금리) 인상을 말한 것은 아니지만 인하가 계속될 것은 아니라는 시그널을 주고 싶었다. 현 금리 수준은 금리가 올랐다기보다는 당시 과도한 금리 인하 기대로 너무 내렸던 것이 정상화된 것이라고 표현하고 싶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이를 사실상의 인하 사이클 종료 선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당분간 한은이 금리 인하를 결정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보는 것이다.
소비 위축에 가계 경제 ‘경고등’… 출구 없는 실수요자
문제는 대출 상환에 대한 부담이 늘면서 가계의 가처분 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는 “맞벌이 생활을 하고 있는데, 소득의 30%가 원리금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며 “금리 갱신 이후에는 외식 같은 기타 지출 대부분을 줄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내수 불황을 직접 체감하고 있다. 고금리와 인건비 상승의 여파는 충격을 배가하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자 가운데 자영업자는 562만명으로 1년 전보다 3만8000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했던 2020년(-7만5000명) 이후 5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을 나타냈다.
고용동향 마이크로데이터 분석 결과를 보면 청년층이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지난해 15~29세 자영업자는 15만4000명으로 전년 대비 3만3000명 줄었다. 2023년(-2만2000명)과 2024년(-3000명)에 이어 3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30대는 3만6000명 줄어든 63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숙박·음식점과 배달라이더 등이 포함된 운수창고업, 도소매업에서 주로 자영업자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 관계자는 “2021년 당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았던 ‘영끌족’ 가운데 일부는 집값 정체와 금리 상승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며 “당분간 고금리 상황을 견뎌야 하는 만큼, 가계 부실 위험에 대한 세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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