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이자이익 60조원’ 시대…금리 갱신기 시중은행 실적 더 좋아질까
- [영끌족 주담대 공포]②
4대 금융지주, 당기순이익 20조원 육박
‘금리 인하 종결’ 신호에 대출자 부담↑
정부의 상생금융 압박에 은행은 수익성 관리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국내 은행권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상승과 대출 갱신 주기가 맞물리며 사상 최고 실적을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발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은 총 18조4040억원으로 예상된다. 이는 16조5268억원을 기록했던 2024년 실적보다 11% 증가한 수준이다.
회사별로는 KB금융지주의 순이익이 약 6조원에 이르고 신한금융지주가 5조원, 하나금융지주가 4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금융지주도 3조원 넘는 순이익을 올렸을 것으로 점쳐진다. 증권사들은 이들 4대 금융지주의 올해 연간 순이익이 19조1362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20조원을 바라보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감독원의 ‘2024년 국내은행 영업실적’을 보면 당시 국내 전체 은행의 이자이익은 59조3000억원 수준이었다. 최근 3년간 4대 금융지주의 이자수익은 ▲2024년 105조8306억원 ▲2025년 101조4933억원(전망치) ▲2026년 103조5931억원(전망치) 수준임을 고려하면 올해도 주요 금융사의 이자이익은 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자이익은 은행 실적의 핵심 지표 중 하나로 꼽힌다. 은행의 매출 개념으로 인식되는 ‘이자수익’에서 예금 이자 등 비용을 제외하고 남은 ‘이익’을 말한다. 여기에 세금·인건비 등 각종 비용까지 제외하면 당기순이익을 계산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주담대 갱신으로 기존보다 높은 변동금리를 적용받게 되는 차주(빌린 사람)들이 늘면 시중은행들의 실적은 더 좋아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대규모 자금이 풀리고 2%대 대출 금리가 적용됐을 당시 주담대를 받아 주택을 구입한 차주의 금리 갱신 주기가 다가왔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졌던 시기에는 은행권의 이자이익도 감소했지만, 최근 들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주담대 금리가 오르면서 은행권의 이자이익이 다시 증가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한국은행(한은)이 최근 발표한 ‘주담대 차입자의 금리 선택 요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총부채·총자산 규모가 클수록 고정금리 대신 변동금리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규모가 큰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한 사람)일수록 초기 금리가 낮은 변동금리를 선택해 이자 부담을 조금이라도 늦추려 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던 2020~2021년 ‘영끌족’이라는 용어가 확산하고 주담대가 급증했던 것을 고려하면 당시 혼합형 또는 변동금리를 택한 차주가 많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혼합형 대출은 5년간 고정금리를 적용하고 이후에는 변동 금리를 반영하는 상품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고정금리 기간이 완료되고 변동금리 시기가 도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2025년 12월 기준 대출금리는 4.40~4.52% 수준이다. 은행들은 5년 전 차주에게 1.5%포인트(p)가 넘는 이자이익을 더 받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최영준 한은 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 연구위원은 “자가를 보유한 차입자와 총소득·총자산이 많은 차입자가 변동금리 주담대를 선택하는 경향은 금리 변동에 따른 이자 부담의 변화를 감내할 수 있는 경제적 여력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으로 해석된다”며 “총부채가 많은 차입자의 경우 금리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변동금리 주담대를 선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자이익 60조원에도 ‘웃지 못하는’ 은행권
그러나 은행들의 최종 순이익 수치를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게 금융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부의 거센 ‘상생 금융’ 압박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상 최대 실적에 대한 전망이 나올 때마다 은행들은 ‘돈 잔치’를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때문에 당기순이익의 일정 부분을 출연해 소상공인·취약 계층을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농협)는 서민자금 공급·취약계층 고금리 부담 완화 등 포용적 금융에 앞으로 5년간 총 70조원을 투입하는 계획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KB금융은 2030년까지 총 17조원, 하나금융과 신한금융은 각각 16조원·15조원을, 우리금융은 7조원에 이르는 재원을 배정했다. 신한은행은 최근 서민·취약계층의 금융거래 정상화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소멸시효 포기 특수채권 2694억원을 감면하는 포용금융 지원도 시행하기로 했다.
금융사들은 또 경기 둔화와 고금리 지속으로 빌려준 돈을 못 받을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대손충당금(금융기관이 대출 채권 중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을 미리 비용으로 처리해 쌓아두는 자금)을 적립해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다. 2025년 상반기 국내은행의 대손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23.3% 증가한 3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이자이익이 아무리 많이 나더라도 연체율이 상승해 충당금을 많이 쌓아야 한다면 순이익 성장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지주사들이 최근 고수익이 전망되는 가운데도 웃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정부 정책에 발맞춰 약자와의 동행을 강조하고 있지만, 비용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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