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일반
'도심 주택 공급’ 신호, 시장 안정으로 이어질까 [공급대책 점검]➂
- 민간 활성화 위한 제도적 지원도 병행돼야
공공분양에도 일부 물량에 추첨제 도입 방안 검토 필요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 정부가 1·29 대책을 통해 서울과 수도권 도심에 6만 가구 주택 공급 계획을 내놓았다. 이미 발표된 물량을 제외하면 실제 신규 공급은 약 5만2000가구다. 신도시를 새로 조성하는 방식이 아니라, 유휴 부지와 공공 부지 80여곳을 최대한 끌어모은 공급이다. 인기 지역인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포함 1만3501가구)과 ▲태릉골프장(6800가구) ▲과천(경마장과 국군 방첩사령부 자리 9800가구)을 비롯해 구청, 세무서 등 자투리땅까지 포함됐다. 가용한 모든 부지를 동원한 ‘영끌 공급’, 혹은 ‘마른 수건 짜기식’ 공급에 가깝다.
공급 절벽 불안 심리 일부 해소…시장 영향 '불확실'
공급 절벽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불안 심리는 다소 진정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아직 임대와 분양 비율이 공개되지 않아 시장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기는 어렵다. 국토교통부는 3월 용산국제업무지구 등에 공급되는 주택의 분양·임대 비율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일단 공급의 방향은 옳다고 본다. 주택 수요의 핵심 축인 30대의 경우 맞벌이 부부 비중이 2024년 기준 61.5%로 전체 평균(48%)을 크게 웃돈다. 이는 도심 근접형 주택 수요가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시장 흐름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도심과 역세권에 주택을 집중적으로 공급하는 것은 수요에 부응한 설계라고 볼 수 있다. 집은 여전히 ‘얼마나 많이 짓느냐’ 못지않게 ‘어디에 짓느냐’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다만 해당 지방자치단체나 주민들의 반대가 잇따르면서 개발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당장 서울시와 과천시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고밀도 개발에 따른 교통 혼잡, 그린벨트 훼손에 따른 환경 악화 등이 이유다.
발표에 앞서 지자체와의 사전 협의가 충분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이번에 나온 부지 일부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8·4 공급대책 때 이미 발표된 곳이다. 당시 국공유지와 유휴 부지를 활용해 수도권 24곳에 주택 3만3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주민 반발 등으로 제대로 진행된 사례는 거의 없다.
이번에 발표된 부지 중 서울 기준 64%가 당시 제시된 부지와 중복된다. 이번에도 ‘어게인 문재인 대책’이 되지 않도록 지자체와의 긴밀한 협의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시장 기대만큼 속도감 있게 공급이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정부는 내년부터 주택을 착공하겠다고 밝혔지만, 내년에 실제 착공이 예정된 곳은 7곳(2934가구)에 불과하다. 당장 착공하더라도 입주까지는 5~7년이 더 걸린다.
결국 이번 공급 대책의 실효성은 ‘속도’에 달려 있다. 지난 9·7 대책에 이어 이번 1·29 대책 역시 공공 주도형 공급 방식이다. 현재 공공과 민간 건설 비중은 2대 8 정도다. 민간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로 주택 공급에 어려움을 겪자, 공공이 주도적으로 나서 공급 공백을 메우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민간과 공공의 비중이 5대 5가 될 수 있도록 공공이 총대를 메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절대적인 공급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민간을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도 병행돼야 한다. 공공과 민간이 함께 집을 짓는 ‘투 트랙’ 공급 구조가 돼야 공급 절벽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속도가 관건…공공·민간 '투 트랙' 필요
재개발과 재건축 같은 도심 재정비 사업도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일부 재개발은 그나마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지만, 재건축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재개발과 재건축은 시장 논리를 기반으로 한 주거 환경 개선 사업이다.
한마디로 수익이 전제되지 않으면 추진되기 어려운 ‘재테크 사업’이다. 수익이 없으면 조합원이 굳이 집을 새로 지으려 하지 않는다. 재건축은 분양가 상한제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로 인해 속도가 나지 않는다. 이들 규제가 재건축의 발목을 잡은 만큼, 뼈대는 유지하되 실질적으로는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로서도 명분을 살리면서 재건축 사업에는 숨통을 트는 절충안이 될 수 있다.
정부 주택 정책의 목표는 ‘안정’이다. 안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매매 중심의 시장 안정이고, 다른 하나는 전월세 중심의 주거 안정이다. 공공 주도 공급에는 청년 임대 등 임대 물량이 다수 포함되는 만큼 주거 안정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문제는 시장 안정이다. 현재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매매시장의 핵심 수요층은 30~40대 고소득 맞벌이 부부다. LH에 따르면 현재 공공분양은 사회적 배려 계층을 위한 특별 공급 비중이 75%에 달하고, 일반 공급은 25%에 불과하다.
사회에 진출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소득이 높은 30대 맞벌이 가구에는 공공분양이 ‘그림의 떡’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자산이나 소득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공공분양에도 민간 분양처럼 일부 물량이라도 추첨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만하다고 본다. 정부는 2022년 투기과열지구 내 민영주택 청약 시 전용 60㎡ 이하 주택의 추첨제 물량을 60%까지 확대한 바 있다. 기존 주택으로 몰리던 수요를 분양시장으로 분산시키려는 조치였다. 이 같은 방식을 공공분양에도 적용해 보는 방안이 필요하다.
공공분양을 ‘살림집’ 등 실거주 목적으로 노린다면 매달 25만원씩 꾸준히 내는 것이 유리하다. ‘일반 공급’ 기준 전용면적 40㎡ 초과(약 17평형)는 3년 이상 무주택 가구 구성원 중 저축 총액이 많은 사람에게 우선권이 주어진다. 40㎡ 이하는 납부 횟수가 많을수록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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