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김창한 3기 체제에도 ‘포스트 배그’는 ing…크래프톤 ‘레드존’ 탈출법은
- 김창한 대표 2연임 사실상 확정
‘배그 원툴’ 우려에 주가 하락세
대형 신작·AI 전환으로 위기 돌파
[이코노미스트 정길준 기자]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가 ‘연 매출 3조원 시대’를 열어젖히며 3기 체제의 깃발을 꽂는다. 하지만 ‘포스트 배틀그라운드’를 둘러싼 시장의 의구심이 커지면서 화려한 실적 이면의 주가 급락을 방어해야 하는 냉혹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화려한 실적 이면의 그늘
김 대표는 압도적인 경영 성과를 바탕으로 오는 24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2연임을 확정 지을 전망이다. 지난 2020년 첫 취임 이후 2023년 연임을 거쳐 이번 재연임까지 성공하면서 장기 집권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사회는 “변동성이 확대된 시장 환경 속에서도 회사의 중장기 전략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사업 포트폴리오의 안정적 개선을 주도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런 연임 가도의 배경에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라는 타이틀이 자리 잡고 있다. 크래프톤은 2025년 연간 3조3266억원의 매출과 1조54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게임 대장주 입지를 공고히 했다.
실적의 뿌리는 단연 대표 지식재산권(IP)인 ‘펍지: 배틀그라운드’(배틀그라운드)다. PC·콘솔과 모바일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16%, 11% 성장하며 연간 최대 실적을 견인했다. 인도에서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BGMI)가 현지화 전략에 힘입어 누적 이용자 2억5000만명을 돌파하며 ‘국민 게임’의 지위를 다졌다. 현지 게임 시장 규모는 한국의 5분의 1 수준이지만, 지난해 결제 이용자 수가 27%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배틀그라운드’를 단순한 게임을 넘어선 글로벌 메가 IP로 안착시킨 김 대표의 뚝심이 빛을 발했다. 중국 버전인 ‘화평정영’은 앱 분석 서비스 센서타워 기준 두 차례의 업데이트 효과로 지난달 글로벌 게임 매출 톱5에 진입하기도 했다.
신작도 힘을 보탰다. 지난해 출시한 인생 시뮬레이션 ‘인조이’와 전술 슈팅 ‘미메시스’는 각각 1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크래프톤의 중장기 IP 확장 전략에 날개를 달았다.
이렇게 화려한 성적표에도 시장의 시선은 싸늘하다. 지난달 25일 26만6000원을 찍었던 크래프톤의 주가는 3월 4일 21만1000원까지 곤두박질쳤다가 가까스로 회복세로 전환하고 있다. 증권가는 지난해 50만원대까지 설정했던 목표 주가를 올해 들어 30만원까지 하향 조정했다. 결정적인 원인은 2025년 4분기의 ‘영업이익 쇼크’가 유력하다. 매출은 9197억원으로 시장 전망치(컨센서스)에 부합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이 단 24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99.3% 뚝 떨어지며 컨센서스를 크게 하회했기 때문이다.
실적 쇼크의 가장 큰 요인은 모바일 부문의 부진이다. 지난해 4분기 모바일 매출은 2922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40.2% 급감하며 전체 체력을 갉아먹었다. 중국 안드로이드 시장을 제외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올해 1월 성적은 전년 동월 대비 두 자릿수(18%)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승호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외부 경쟁 상황을 고려할 때 ‘배틀그라운드’가 2024년과 2025년에 이룬 성장을 다시 한번 보여주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유사 장르인 넥슨의 ‘아크 레이더스’는 출시 2개월 만인 지난 1월 최고 동시 접속자 수 96만명을 찍으며 크래프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바 있다. 여기에 서울 성수동 신사옥 이전을 대비해 향후 4년간 사용할 재원으로 출연한 공동근로복지기금과 소송 관련 비용 등 1000억원이 넘는 일회성 비용이 한꺼번에 반영된 점이 뼈아팠다.
‘배그 원툴’ 꼬리표 뗀다
김 대표는 시장의 불신을 파격적인 신작 파이프라인과 인공지능(AI) 테크 기업으로의 전환으로 돌파하겠다는 구상이다. 올해 2월 ‘배틀그라운드’ IP를 확장한 ‘펍지: 블라인드스팟’을 얼리 액세스(앞서 해보기)로 선보이며 신호탄을 쐈다. 차세대 수익원으로 꼽히는 탐험 장르의 ‘서브노티카 2’는 글로벌 PC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위시리스트 1위에 오르며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김창한 3기 체제’의 최대 기대작은 이영도 작가의 원작 소설 ‘눈물을 마시는 새’를 기반으로 한 AAA급 ‘프로젝트 윈드리스’다. 크래프톤 몬트리올 스튜디오가 주도하는 이 프로젝트는 언리얼 엔진5 기반의 영상미와 원작의 웅장한 서사를 결합해 글로벌 콘솔 시장을 정조준했다. 깜짝 공개된 트레일러에서는 레콘 종족의 ‘영웅왕’이 전장을 누비는 전투 장면과 거대 생물 ‘하늘치’가 유영하는 신비로운 오픈월드를 소개하며 전 세계 게이머들의 기대를 모았다. 크래프톤은 향후 2년간 12개의 타이틀을 쏟아내며 ‘배틀그라운드 원툴’의 꼬리표를 떼어내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이강욱 신임 최고인공지능책임자(CAIO)를 중심으로 한 AI 컴퍼니 전환은 크래프톤의 또 다른 승부수다. ▲이용자 경험 혁신 ▲제작 및 운영 효율화 ▲중장기 신성장 동력 확보 등 세 축을 중심으로 AI 혁신을 추진한다.
피지컬 AI와 로보틱스 연구를 전담하기 위해 설립하는 별도 법인 루도 로보틱스에는 게임사를 넘어 테크 기업으로 진화하겠다는 김 대표의 의지가 담겨 있다. 김 대표는 최근 사내 소통 프로그램에서 “크래프톤은 게이머의 로망을 실현하기 위해 누구도 가지 않는 길을 개척하는 기업”이라며 “예상을 뛰어넘는 과감한 상상력과 기술로 전 세계 팬들이 잊지 못할 세상을 만들기 위해 담대하게 도전하고 개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의 2연임은 변화 속에서도 내실을 중요하게 여긴 결단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배틀그라운드’의 아버지라는 김창한 대표의 상징성이 워낙 크기도 하고, 변화가 생기면 그만큼 리스크도 커지는 상황이라 안정성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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