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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경쟁 상대는 맥킨지와 BCG…AI로 컨설팅 업계 문법 바꾼다” [이코노 인터뷰]
- 므린모이 차크라보티 쏠리드 인스파이어 대표
AI 기반 전략 플랫폼 '마이프리즘'으로 글로벌 컨설팅 시장에 도전
30여 명 인력으로 머크 생명과학 등 28개국 고객사 확보
[이코노미스트 최영진 기자] 2016년 8월 어느날, 인천공항에 내린 인도 출신 엔지니어는 판교 쏠리드 본사 회의실에서 한 사람을 만났다. 상대는 정준 쏠리드(SOLiD) 그룹 회장이었다. 두 사람의 대화는 6시간 동안 이어졌다. 두 사람은 인생과 비즈니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정준 회장의 한마디 “쏠리드의 차세대 신사업을 만들어줄 수 있습니까”라는 제안을 수락했다. 그가 훗날 "내 인생 최고의 모험이었다"고 회고하는 그의 한국 여정은 그렇게 시작됐다. 이후 8년째 서울에 살고 있고 쏠리드 설립 27년 만에 합류한 첫 외국인 임원이라는 기록을 썼다.
주인공은 므린모이 차크라보티(Mrinmoy Chakraborty) 쏠리드 인스파이어 대표다. 그는 쏠리드에서 임원으로 일하다 2022년 5월 쏠리드의 자회사 쏠리드 인스파이어를 설립했다. 쏠리드 인스파이어는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McKinsey)나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한 판 대결을 준비하고 있다.
그의 말을 듣고 있으면 마치 돈키호테 같은 무모함(?)이 느껴진다. 맥킨지는 4만여 명의 인력을 보유하고 2024년 기준 20조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BCG의 인력은 3만 5000여 명 규모이며 2024년 기준 매출은 18조 원 이상이다. 반면 쏠리드 인스파이어의 인력은 해외에 분산된 임원 6명과 인도 소재 개발 엔지니어를 포함해 총 30여 명 규모다.
수만명이 일하는 글로벌 컨설팅 기업을 상대한다는 쏠리드 인스파이어의 유일한 무기는 인공지능(AI) 기반 전략 플랫폼 ‘마이프리즘’(MyPrism)이다. 만약 쏠리드 인스파이어의 겁없는 도전이 성공한다면 AI 시대의 변화상을 극단적으로 보여준 중요한 사례라는 기록을 남길 것이다.
의대 대신 공대를 택한 인도 소년
차크라보티 대표는 인도 서벵골주의 한 고등학교 에서 의대와 공대 두 곳에서 모두 합격 통지를 받았다. 그는 의학 대신 공학을 선택했다. 2000년대 초 인도에는 IT 붐이 일고 있었기 때문이다. 엔지니어는 세계를 무대로 뛸 수 있었다. “글로벌 마인드를 갖고 싶었다”는 게 젊은 시절 그의 철학이다. 인도 자다푸르대 전기전자통신공학과를 나와 인도경영대학원(IIM 뭄바이)에서 MBA(Gold Medalist), 미국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서 석사(Sloan Fellow)를 마친 뒤 DXG Technology, 사이프레스 세미컨덕터, 온모바일 등에서 중역을 역임한 이력을 자랑한다. 현재는 영국 Warwick Business School에서 AI와 Strategy 관련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인도와 영국, 미국 등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일하는 엘리트 엔지니어라고 볼 수 있다. 인도 IIM 뭄바이 재학 시절 ‘가장 장래가 촉망되는 졸업생’(Most Promising Young Alumnus)에 선정되었으며, 아시아생산성협회(APO)에 의해 Global Digital Transformation Leader에 선정된 바 있다. 사이프레스 재직 시절에는 차세대 리더로 꼽혔다. 그러나 그는 인정받던 자리를 박차고 새로운 모험을 택했다. 정 회장과의 6시간 토론이 그를 한국으로 불러들였다.
그는 현재 영국 워릭 경영대학원에서 AI 관련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수업을 듣기 위해 매월 한국과 영국을 오가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배움의 끈을 왜 놓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꺼냈다. “왕은 자신의 왕국 안에서만 존경받지만, 지혜로운 자는 전 세계에서 존경받는다”는 그 말이 그를 지금도 세계를 향해 뛰게 하고 있다.
그가 글로벌 기업들을 누비고 미국에서 스타트업을 창업하면서 줄곧 목격한 장면이 있었다.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DX·Digital Transformation)에 수백억원을 투자하면서도 실패를 반복한다는 것이다. 그는 “DX 시도의 70~90%가 실패하는 이유가 있다”면서 “전략은 파워포인트에 담겨 있고, 실행은 프로젝트 관리 도구에서 따로 돌아간다. 둘 사이가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쏠리드 인스파이어가 개발한 마이프리즘은 AI가 기업의 전략을 분석하고 실행 현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수정이 필요한 지점을 자동으로 짚어낸다. 기존 컨설팅이 보고서에 그친다면 마이프리즘은 전략을 살아 있게 한다. 한번의 컨설팅에 수십억원의 비용을 줘야 하는 글로벌 컨설팅 기업의 역할을 마이프리즘은 훨씬 낮은 비용으로, 지속적으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마이프리즘은 소수의 글로벌 인력으로 개발과 운영 등을 처리하고 있다.
그는 “우리는 6명의 핵심 인력으로 운영되는 데 인도의 소프트웨어 파트너, 미국의 비즈니스 파트너 등과 협업을 하고 있다”면서 “기존 글로벌 컨설팅 기업처럼 글로벌 비즈니스를 위해 수천 명이 필요하지 않다. 우리는 오케스트레이터(조율자)다”라고 설명했다.
“전략은 파워포인트에, 실행은 딴 곳에”
2022년 창업 이래 28개국, 11개 산업 분야 고객사를 확보했다. 창업 첫해부터 연간 반복 수익(ARR)은 100만달러를 넘어섰고 동시에 흑자도 기록했다. 3~4년 내 5000만달러 ARR을 목표로 프리-시리즈A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고객사 명단에는 글로벌 제약사 머크 생명과학(Merck Life Sciences)과 사우디아라비아의 Al-Dabbagh Group 그리고 한국이 대기업 및 터키 정부까지 포함하고 있다.
“짧은 시간에 성과를 낸 원동력이 무엇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나의 리더십을 설명하는 단어는 ‘주가드’(Jugaad)다”라며 웃었다. 주가드는 인도의 기업가 정신을 이야기할 때 나오는 단어다. 힌디어로, 자원이 부족한 환경에서 실용적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뜻이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아자이 방가 세계은행 총재 등이 주가드를 대표하는 인사로 거론된다. 그는 “나는 전략적으로 주가드를 선택한 게 아니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쏠리드인스파이어는 본래 쏠리드 그룹 내의 사물인터넷(IoT) 사업실로 출발했다. 생성형 AI의 가능성을 인식한 후 특허 25건을 보유한 그는 2022년 쏠리드의 계열사에서 스핀 오프(spin-off)한 쏠리드인스파이어의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현재 박사 논문에서 개발 중인 ‘기업 게놈 전략’(Genomic Strategy for Enterprises)은 마이프리즘의 핵심 엔진 중 하나다.
AI 시대를 맞는 기업의 자세에 대해서는 단호하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기업들은 자원의 90% 이상을 기술에 투자하고 AI 역량 구축에는 10% 미만을 사용한다. AI 파일럿의 95% 이상이 확장에 실패하는 것은 그 결과다”라고 지적한다. MIT 연구를 인용해 기술 유행을 쫓는 기업을 ‘패셔니스타’(Fashionista)로 지적했다. 그는 “AI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기업을 위한 비즈니스 언어다”면서 “이미 도래한 미래에서 기업이 사람들의 삶에 어떻게 가치를 더할 수 있을지를 리더가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적 현상이다”고 강조했다.
창업자로서 그의 마지막 말은 짧지만 단호했다. “용기를 갖고 크게 꿈꿔라. 어중간한 성공보다는 비범한 실패가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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