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툭하면 ‘매머드급 유증 논란’… 한화 김동관호 책임경영 ‘물음표’
-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솔루션 시장 혼란 야기
‘先논란, 後수습’ 당위성 떨어지는 유증 전략 도돌이표
[이코노미스트 김두용 기자]
한화그룹 ‘김동관호’의 책임경영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이어 한화솔루션까지 유상증자(유증)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주주들을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기습 유증’에 봉기한 소액주주들은 임시 주주총회 소집 및 유증 철회를 요구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시장과 금융당국, 주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세밀한 유증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화솔루션 ‘빚 청산’ 유증에 반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주도하는 방산·우주항공 및 에너지 계열사들이 연이어 유증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이어 올해는 태양광 사업을 영위하는 한화솔루션이 기습 유증 발표로 시장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3월 26일 발표한 한화솔루션의 유증 성격과 규모는 주주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보통주 7200만주 새로 발행하는 2조4000억원 규모의 유증이다. 기존 보통주 수의 41.9%를 늘리는 유증이라 지분 희석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 이에 유증 발표 당일 주가는 18.22%나 급락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3조6000억원에 이어 한화솔루션의 2조4000억원의 규모까지 김동관 부회장의 이례적인 연이은 매머드급 유증 결정은 반향이 컸다. 최근 조단위 유증 발표가 종종 나오고 있지만 2조원 이상 규모는 드물었기 때문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증 발표 당시 매출(2024년)이 11조원 규모였는데 3조원 이상을 수혈하려고 했다. 매출(2024년) 16조원 규모의 삼성SDI의 경우 2025년 유증 규모가 1조6500억원이었다. 한화솔루션은 매출(2025년) 13조원 규모의 회사지만 삼성SDI보다 약 1.5배 많은 유증을 결정했다.
한화솔루션의 유증 성격이 논란을 더 키웠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우 미래 기술에 대한 선행적 투자 성격이 강했다지만 한화솔루션은 재무적 부담 완화 목적이 뚜렷했다. 총 2조3976억원을 조달해 그중 62.6%에 달하는 1조4899억원을 차입금 상환에 투입하고, 나머지 9077억원은 태양광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유증 목적이 ‘빚 청산’에 맞춰지다 보니 주주들은 “주주 돈으로 부채를 갚으려 한다”, “주주가 봉이냐” 등의 반응을 보이며 유증 철회를 외치고 있다.
한화는 그동안 진행됐던 선제적인 자구적인 노력 이후 어쩔 수 없이 꺼낸 ‘마지막 카드’가 유증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2년 동안 ▲계열사 지분(1조570억원) ▲한화저축은행 지분(1785억원) ▲울산 사택부지(1602억원) ▲신재생에너지 개발자산(1600억원) ▲여수산단 내 유휴부지(360억원) ▲전기차 충전사업(250억원) 등을 매각해 약 1조6000억원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으로 7000억원을 더해 2조3000억원의 자구적인 노력을 해왔다는 입장이다.
한화 측은 “앞서 추진한 자구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태양광·화학 업황 둔화로 신용 등급 하향 압력에 직면해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조달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중장기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그렇지만 기습적인 대규모 유증으로 손실을 입은 주주들은 “경영 실패에 대한 부채를 주주들에게 책임지라고 하는 것이냐”며 분개하는 모습이다.
4월 7일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는 한화솔루션 소액주주 결집률 3% 달성을 밝히며, 임시 주주총회 소집과 사외이사 해임 추진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지분율 3%를 달성하면 임시 주주총회 소집 청구, 주주제안, 이사·감사해임 절차 진행 등이 가능하다.
‘선 논란, 후 수습’으로 리스크 자초
김 부회장이 이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솔루션의 유증 논란 발생과 이후의 수습 과정은 유사하게 진행되고 있다. 세밀하고 당위적인 유증 전략과는 거리가 멀어서인지 시장과 주주들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이는 ‘선 논란, 후 수습’ 움직임으로 리스크를 자초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증의 경우 금융당국 등을 설득하지 못해 결국 조달 규모를 3조6000억원에서 2조3000억원으로 축소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대주주의 경영권 승계 자금 논란까지 일어나며 곤욕을 치렀다.
결국 한화그룹은 승계용 자금 의혹(1조3000억원)을 해소하기 김승연 회장이 김 부회장 등 삼형제에게 ㈜한화 지분 11.32%를 증여하는 등 경영권 승계 마무리 움직임을 보이며 논란을 잠재웠다. 이어 정정 공시로 인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거래소로부터 주의 조치도 받았다.
한화솔루션도 유증 논란에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 등의 수순으로 흘러가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처럼 유증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화는 주주 달래기에 나서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한화는 4월 8일 이사회를 열고 ‘한화솔루션 주주배정 유상증자 참여의 건’을 가결했다. 이에 한화는 36.66% 지분율에 따라 배정되는 신주 외 최대 20% 초과 청약으로 약 8439억원(2534만2255주)을 납입한다고 공시했다.
그룹 차원의 지원에도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의문을 표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회사채·기업어음(CP)·대출 등을 상환해 올해 기준 연결 부채비율을 150% 미만으로 낮추고 순차입금을 약 9조원 수준으로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한화솔루션의 계획에 대해 “유상증자 대금 2조4000억원을 전액 차입금 상환에 활용하더라도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 배수는 23.4배에 머물러 채무상환능력 개선은 제한적일 것이다. 미국 태양광 일관생산설비의 상업 가동 시점과 이익 창출 수준을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증 소식에 이례적인 ‘매도’ 의견까지 나왔다. DS투자증권은 투자 의견을 ‘매도’로 제시하며 “1조5000억원의 자금 상환으로는 차입금을 의미 있게 축소할 수 없고, 자산 매각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가능성도 제한적이다. 9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투자도 시기상 합리적인 투자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솔루션의 유상증자는 미래 투자가 아닌 부채 청산을 위한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증권신고서 정정과 유증 축소 등의 가시밭길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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