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 내준 현대차…예견된 기아의 ‘역전’ [형 넘은 아우]①
- 현대차 내부 “디자인 격차 체감”
탄탄한 기아 라인업도 한몫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국내 완성차 시장의 ‘맏형’으로 통하던 현대자동차가 안방에서 ‘아우’ 격인 기아에 28년 만에 밀리면서다. 기아와 현대차는 각각 5만5045대, 5만4051대를 판매했다. 격차는 994대에 불과하지만 파장은 크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앞서고 기아가 뒤따르던 ‘암묵적 질서’가 흔들린 신호”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역전을 단순한 월간 실적 변동이 아닌 구조 변화의 전조로 보는 시각도 있다. 향후 양사의 내수 경쟁이 한층 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차분한 울산·복잡한 양재동
현대차 울산공장의 한 근로자는 “현장에서는 오래전부터 ‘기아는 디자인이 젊고 세련됐다’는 평가가 있었다”며 “최근 모델을 보면 감각 차이가 더 분명해졌고, 역전 가능성도 충분히 거론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기아의 디자인 경쟁력 강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기아 사장 시절 ‘디자인 경영’을 전면에 내세워 상품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조직 문화를 재정비하며 브랜드 반등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차 부진을 둘러싸고 서울 양재동 현대차 사옥의 분위기는 다소 복합적이다. 일부에서는 대외 변수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로 현대차는 일부 차종에서 부품 수급 차질과 생산 조정을 겪었고, 신차 대기 수요까지 겹치며 판매 공백이 발생했다.
현대차 소속 한 근로자는 “안전공업 화재 이슈 영향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현대차는 관련 차종이 여러 개인 반면 기아는 영향 범위가 제한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소비자 선호가 기아로 이동한 결과로만 해석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동시에 ‘내부 경쟁’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중국 전기차 공세와 테슬라의 시장 확대 속에서, 그룹 내 경쟁보다 국내 시장 방어 전략이 더 중요하다는 시각이다.
현대차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임원들 사이에서는 ‘지금은 서로 경쟁할 때가 아니다’라는 인식도 있다”며 “임원급 회의의 초점은 중국 전기차와 테슬라에 맞서 국내 시장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에 맞춰져 있다”고 전했다.
다만 대외 변수와 별개로 내부에서 공통으로 제기되는 고민은 ‘디자인’이다. 특히 최근 공개된 아이오닉 3를 기점으로 불만이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이오닉 3는 보급형 전기차 시장을 겨냥한 모델이지만, 공개 이후 반응은 엇갈렸다. 콘셉트카 단계에서 보여준 신선함이 양산 과정에서 희석됐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현대차 관계자는 “기아와 현대차는 플랫폼이 상당 부분 공유되기 때문에 소비자가 체감하는 차이는 결국 디자인에서 갈린다”며 “최근 현대차 디자인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오닉 3 역시 ‘소형 아이오닉 5’라는 평가가 나오는 등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내부에서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서서히 보이는 승리 요인들
기아는 SUV·레저용차량(RV) 중심의 명확한 포지셔닝으로 내수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쏘렌토·카니발·스포티지 등 핵심 차종이 각 세그먼트에서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했고, 전기차(EV) 라인업까지 더해지며 제품 이미지가 한층 선명해졌다는 평가다.
고유가라는 외부 변수와도 맞아떨어졌다. 고유가가 장기화될수록 소비자들은 연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찾게 되는데, 기아는 이미 인기 차종에 하이브리드 선택지를 촘촘히 깔아둔 상태다. 신영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기아에 대해 “고유가 시대에 최적화된 라인업”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착실히 포트폴리오를 쌓아온 기아의 대역전극을 완성한 모델은 PV5라는 평가도 있다. 그동안 현대차가 전체 내수 판매에서 우위를 지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포터와 스타리아로 대표되는 소형 상용차 판매가 있었는데, 기아가 PV5를 앞세워 이 영역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면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PV5는 올해 1~4월 누적 내수 판매 1만348대를 기록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지난 4월에는 국내에서 2262대가 팔렸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아의 역전이 단순한 월간 실적을 넘어 형과 아우라는 해묵은 구조 변화의 신호일 수 있다고 본다. 이들은 현대차와 기아 사이 암묵적인 룰이 깨진 순간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장기적으로 현대차·기아의 안방 경쟁이 더욱 격화될 것이라 전망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현대차가 ‘형’, 기아가 ‘아우’라는 인식이 뚜렷했고, 신기술도 현대차가 먼저 적용하는 구조였다”며 “하지만 시장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두 브랜드가 각자 생존을 위한 경쟁에 나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교수는 “기아가 현대차를 앞선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상용차를 제외한 승용 시장만 놓고 보면 기아는 이미 오래전부터 현대차를 앞서왔다”며 “전체 판매에서 현대차가 우위를 지켜온 건 포터와 스타리아 같은 소형 상용차 판매 비중이 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아우로 통하는 기아는 현대차와 경쟁하면서도 시너지를 내야 하는 관계인 만큼 신차 출시나 생산 배분에 일종의 암묵적 룰이 있었다. 4월은 룰이 깨진 순간이다. 앞으로는 더 강하게 경쟁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단독] ‘제2의 곽튜브’ 꿈꾸는 이자반 “전 여자친구와 이별로 유튜브 시작… 반지하서 성공 일기 쓸 것” [IS인터뷰]](https://img.edailystarin.co.kr/data/isp/image/2026/05/11/isp20260511000046.400.0.jpg)
![혹시 밥 친구가 필요하세요?... 그렇다면 오늘은 ‘이자반’ [김지혜의 ★튜브]](https://img.edailystarin.co.kr/data/isp/image/2026/04/19/isp20260419000032.400.0.png)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알테오젠 'ALT-B4' 제조특허 방어 성공…美 PTAB, 할로자임 IPR 기각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이데일리
이데일리
일간스포츠
[IS 광화문] ‘이기혁 깜짝 발탁’ 홍명보호, 월드컵 최종 명단 발표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JY "우린 한 가족"…'최후 협상' 삼전 노사, 극적 타결 촉각(종합)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마켓인]상장 땐 ‘우량’, 그 후엔 ‘방치’…“리츠 신평 모델, 초기부터 다시 짜야”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바이오텍 기술이전 구조 분석...'플랫폼'과 '에셋' 중 유리한 것은?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