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김용범, 국민배당금 제안…황금알 거위 배 갈라선 안 돼”
- [김기승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 인터뷰]
“AI 시대 사회안전망 논의는 필요, 현금 배분 중심 접근 신중해야”
"재교육과 역량 업그레이트 지원하는 방식이 더 의미 있어"
“기업 투자 의지 꺾는 방식의 초과이윤 환수는 경계해야”
김기승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는 14일 이코노미스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최근 정치권과 경제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국민배당금’ 논의와 관련해 “AI 전환 과정에서 일자리 축소와 소득 격차 확대 가능성이 있는 만큼 새로운 형태의 사회안전망 논의 자체는 필요하다”면서도 “단순 현금 배당보다는 전환교육과 재취업 역량 강화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정부가 사후적으로 특정 산업이나 기업의 초과이윤을 판단해 환수하기 시작하면 기업 투자와 혁신 의지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방식이 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근 김용범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AI 시대 한국이 ‘풀스택 제조국가’로서 구조적 수혜를 얻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AI 호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초과세수의 사회적 활용 원칙으로 가칭 ‘국민배당금’을 제안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AI 전환은 과거 인터넷 혁명 이상의 체제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단기 낙관론보다 중요한 것은 장기적인 기술 경쟁력과 미래 투자 여력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느냐”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AI 전환은 단순한 IT 서비스 혁신이 아니라 반도체·전력·데이터센터·클라우드·로봇·제조업 공급망까지 함께 움직이는 산업 인프라 경쟁이라는 점에서 과거 IT 혁명과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이 반도체·배터리·첨단 제조 경쟁력을 가진 ‘풀스택 제조국가’라는 점에서 일정 부분 구조적 수혜 가능성도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메모리나 파운드리 같은 기존 강점만으로는 부족하고 AI 인력, 소프트웨어, 서비스 생태계를 함께 키우는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AI 확산이 한국 노동시장에 미칠 충격이 상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AI는 반복적·중간숙련 업무를 빠르게 대체하거나 축소시키면서 노동시장 양극화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단순 사무·문서작성·기초 분석 같은 화이트칼라 초급 업무는 이미 AI가 상당 부분 대체하거나 보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는 기존 직원들이 신입사원에게 맡기던 업무를 AI가 대신하면서 신입 채용 자체를 줄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앞으로 5~10년 안에 청년 초입 노동시장 구조가 지금과 상당히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단순한 일자리 감소보다 더 심각한 문제로 ‘숙련 형성 경로 약화’를 꼽았다.
그는 “기업들이 즉시 성과를 낼 수 있는 소수 핵심 인력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되면 청년층이 현장에서 경험을 축적하며 성장하는 구조 자체가 약화할 수 있다”며 “앞으로는 단순 재교육이 아니라 AI를 활용하고 관리하면서 함께 일할 수 있는 현장형 전환교육과 AI 협업형 일경험 시스템 구축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디지털·AI 역량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인문사회계열 청년층이 더 취약해질 수 있다”며 “이들을 겨냥한 맞춤형 전환교육 체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김용범 정책실장이 제안한 ‘창업 as an experience’ 개념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공감했다.
그는 “AI 시대에는 산업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기존 대기업 중심 성장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결국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 실험이 반복적으로 나와야 하는 만큼 창업과 재도전을 보다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중요한 것은 단순히 창업 숫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실패 이후에도 신용 회복과 재취업, 재창업이 가능한 제도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러한 제도와 문화가 뒷받침될 때 ‘창업 as a success’가 아니라 ‘창업 as an experience’라는 관점이 현실적인 정책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국민배당금 형태의 현금 배분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 교수는 “단순 현금 배분은 재정 부담과 개인의 일하려는 의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며 “일시적 소득 보전보다 생산성과 재취업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일정 기간 소득 지원을 하더라도 전환교육·직업훈련·디지털·AI 역량 업그레이드 프로그램 참여와 연계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경영계와 보수 진영 일각에서 제기하는 ‘AI판 횡재세’ 우려에 대해 김 교수는 “초과이윤 개념 자체가 경제학적으로 상당히 모호하다”며 “정부가 특정 산업의 이익을 사후적으로 판단해 환수하기 시작하면 기업의 투자와 혁신 의지를 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AI·반도체 산업은 막대한 선행투자와 높은 실패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산업”이라며 “위험을 감수하고 성과를 냈는데 사후적으로 여기저기서 손을 벌리는 구조가 되면 누가 대규모 미래 투자를 하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어떻게 나누고 환수할지에 매달리기보다, 기업 경쟁력과 미래 투자 여력을 유지하면서 사회 전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기승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는 노동시장 양극화, 청년고용, 정년연장, 직업훈련, 인적자원 정책 등을 주로 연구해온 노동경제학과 고용정책 분야 전문가로 한국노동경제학회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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